기아차가 신형 쏘울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바람몰이에 나섰다. 국내에선 만나기 힘든 박스카 스타일의 독특한 외모로 출시할 때부터 주목받았던 쏘울이다. 

2008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던 쏘울이 이제 ‘올 뉴 쏘울’이라는 이름으로 2세대 모델로 진화한 것이다. 

기아차는 쏘울 출시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정의선 당시 기아차 부사장이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며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작품중 하나가 바로 쏘울이었다. 박스카 스타일의 튀는 디자인 덕분에 쏘울은 ‘디자인 기아’ 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 쏘울이라는 말이다.

쏘울은 국내에서보다 북미 시장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다. 2012년기준 국내에선 6,000대를 파는데 그쳤지만 북미시장에선 무려 11만대가 팔렸다. 판매목표도 국내 2만대, 해외17만대로 잡았다. 그만큼 해외에서 자신있다는 말이다. 쏘울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박스카의 자리에 올라섰다. 기아차의 위상이 시나브로 세계 선두권에 진입했음을 쏘울이 말해주고 있다. 

강원도 평창에서 신형 쏘울을 만났다. 시승차는 1.6 가솔린 엔진 모델이다. 

전체적으로 이전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지만 디테일은 많은 부분에서 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교체가 가능한 컬러 휠. 기분에 따라서 넥타이를 바꿔 매듯 휠의 컬러를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운동화 한 켤레에 신발 끈 여러개를 확보한 셈. 어느 순간 차가 지루해질 때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이다. 다른 차에선 찾을 수 없는 쏘울만의 매력 포인트다. 

정면 모습은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기아차의 디자인 상징인 호랑이 코는 크기를 줄였다. 상징적인 디자인 코드로 자리했을 뿐 공기가 통과할 수 없게 막혀있어 기능적으로는 무의미하다. 헤드램프의 형상도 단순하게 만들어 정돈된 느낌을 전하고 있다. 

엔진룸을 열어보면 엔진 위로 공간이 많이 남는다. 보행자와의 충돌시 안전공간이 된다. 엔진룸 자체도 공간이 여유롭다. 정비하는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컬러 루프와 블랙 A필러도 디자인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다. 차체 컬러와 다른 컬러의 지붕을 적용해 발랄한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다. 블랙A 필러는 착시효과를 준다. 차체의 앞과 옆의 경계를  흐리게 해 하나의 통유리로 만든 것 처럼 보이게 한다. 컬러 루프와 블랙 A필러는 미니에서도 만날 수 있는 요소들이다. 

뒷모습은 깜찍 그 자체다. 가방을 둘러매고 소풍을 떠나는 아이를 닮았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쏘울은 괄호 안에 갖힌 모습이 된다. 좌우로 배치된 브레이크 등의 형상이 문장 부호인 괄호를 연상시켜서다.

실내는 편하다. 차가 높아 앉는 자세가 일단 편하다. 비스듬히 누운 불편한 자세가 아니라 제대로된 의자에 앉은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게 된다.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앞 좌석도 뒷좌석도 여유가 있다. 뒷좌석에는 센터터널은 아예 없어 공간 효율이 더 높다. 

1, 2열의 지붕을 차지하는 선루프는 바깥 풍경을 시원하게 전해준다. 대시보드 좌우측 송풍구 위로는 스피커를 배치했다. 뭔가 있어보인다. 인테리어 재질은 질감이 좋다. 손끝이 이를 느낀다. 소프트한 대시보드, 무광 재질의 버튼들, 가죽시트, 손에 착 감기는 핸들. 이들을 어루만지는 손이 즐겁다. 3개의 원으로 구성됐던 계기판은 두 개의 원을 좌우로 배치한 모습으로 변했고 3 스포크 핸들에는 여러가지 조작버튼들이 올라와 있다. 

이제 차 안에서 담배 피울 생각은 말아야 한다. 시거잭과 재털이가 사라졌다. 대신 USB 포트와 오디오 외부입력 단자가 자리했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미디어 선택을 할 수 없다. 만일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출발하기 전에 세팅을 마쳐야 한다. 불편하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다. 

감마 1.6 GDi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32마력, 최대토크 16.4kg.m의 힘을 낸다. 고성능은 아니다. 고성능은 박스카에 어울리지 않는다. 창밖 풍경을 즐기며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실용적인 차가 박스카다. 가속력이 더디다고, 빠르지 않다고 이 차를 비난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쏘울은 편안한 달리기 성능을 보였다. 극단적인 고속에 가까운 속도도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시속 80~100km 구간에서 차는 더 없이 편했다. 조용하고 탄력있게 움직이는 가솔린 엔진의 특징을 잘 보여줬다. 80km/h로 정속주행할 때에는 졸음이 스르르 올 정도로 편안한 승차감을 보인다. 무게중심이 높은 차임에도 세단과 견줄만한 승차감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500 전후로 다소 높은 편이다. 시속 140km에서는  6,000rpm에 이른다. 엔진 배기량과 출력이 낮은 편이라 엔진을 조금 더 많이 써야 한다. 다행히 엔진 소리는 그리 씨그럽지 않다.  오르막 길에서는 때로 rpm만 상승할 때도 있다. 실제 가속은 조금 더 시간차를 두고 이뤄진다. 

내리막 길에서 시프트 다운을 하면 확실한 엔진 브레이크를 경험할 수 있다. rpm이 치솟으면서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드는 느낌이 좋았다. 

235/45R18 사이즈의 타이어는 때로 부드럽게, 때로 찰지게 노면을 딛고 달렸다. 코너도 무리가 없다. 차 높이가 있어 코너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몇차례 경험을 하고나면 의외로 차가 안정감 있게 코너를 탈출하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기아차의 다른 차들 처럼 이 차에도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부지런히 속도를 높여 나간다. 편안하고 안정된 승차감은 칭찬할만하다. 박스카들 중에서 이 정도의 수준을 확보한 차는 없다. 박스카중 최고다. 

핸들은 2.8회전한다. 예민하지도, 그렇다고 둔하지도 않아서 스트레스 없이 조작할 수 있다. 플렉서 스티어 기능은 색다르다. 특히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확실하게 단단해지는 조향감을 맛볼 수 있다. 

올 뉴 쏘울은 미니를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있다. 승차감, 편의장치, 가격 등의 면에서 미니를 앞선다는 것.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좋은 라이벌은 성공의 조건이기도 하다. 

기아차는 일부 차종의 가격을 이전 대비 105만원 내리는 등가격에서도 성의를 보였다. ‘올 뉴 쏘울’의 가격은 가솔린 모델의 경우 ▲럭셔리 1,595만원 ▲프레스티지 1,800만원 ▲노블레스 2,015만원이며, 1.6 디젤 모델의 경우 ▲프레스티지 1,980만원 ▲노블레스 2,105만원이다(자동변속기 기준).

오종훈의 단도직입

무겁다. 때문에 연비도 아쉽다. 신형 쏘울의 무게는 이전 대비 100kg 가량 무거워졌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편의장비들을 장착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기아측은 밝혔다. 메이커가 발표한 연비는  11.6km/ℓ. 16인치 타이어 기준이니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시승차의 경우 이보다 더 안좋다고 봐야 한다. 두마리 토끼를 잡기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시승/ 사진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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