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쥬크가 왔다. 지지부진한 닛산에 활기를 불어넣을 기대주다. SUV와 스포츠카의 장점을 합쳐 만들었다는 소형 CUV를 표방하는 차다. 쥬크라는 이름은 미식축구에서 가져 왔다. 장애물을 피해 전진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쥬크는 한국 땅에서 터치다운을 할 수 있을까. 4m를 겨우 넘기는 작은 크기의 쥬크를 타고 북한강의 가을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길이 4,135mm, 너비 1,765mm, 높이 1,570mm 휠베이스 2,530mm로 아담한 사이즈다. 현대차의 투싼(4,410mm)보다 길이가 짧다.
프런트 마스크는 우리가 보던 흔한 모습이 아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차폭을 다 덮을 정도로 넓게 배치했다. 램프류는 두 개로 해체해 그릴의 위 아래로 배치했다. 아래쪽에 둥근 헤드램프와 그 위에 날카로운 모습으로 차폭등과 방향지시등을 만들어 넣었다.

뒷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370Z와 유사한 부메랑 리어램프는 차의 엉덩이 부분에 자리해 은근한 매력 포인트를 이룬다. 뒤에서 보면 리어램프의 평평한 부분과 맞물리는 라인이 오메가 ‘Ω’를 이룬다. 리어램프의 형상을 스포츠카인 370Z에서 따왔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스포츠카 같다는 이 차의 민첩함을 강조하려는 복선이 아닐까.
차체가 크지 않아 17인치 타이어인데도 휠 하우스를 꽉 채운다. 비례로 보면 타이어가 훨씬 더 크게 보인다. 시각적으로 고성능,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잘 보여야 제대로 운전할 수 있는 법. 큼직한 사이드 미러는 넉넉한 후방시야를 확보해준다.

모터사이클을 실내로 들여놓은 듯한 인테리어는 재미있다. 기어 박스가 있는 부분을 모터사이클을 응용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눈길을 끈다. 번쩍이는 밝은 컬러로 만들어 실내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계기판 형상도 모터사이클과 닮았다. 오토바이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남자들의 심리에 주목한 인테리어다. 도어트림은 스쿠버다이버에 사용하는 오리발, 즉 핀을 응용했다한다. 2열시트는 쉽게 접을 수 있어 트렁크 공간을 훨씬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재떨이와 시거라이터는 사라졌다. 대신 USB 포트와 외부 입력단자가 센터페시아 아래에 자리 잡았다. 트렁크 아래에는 박스 형태의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스페어타이어는 그 아래에 배치했다.
뒷좌석은 좁다. 173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머리 윗공간과 무릎 공간이 거의 없다. 절대 크기가 작은 차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닛산은 가솔린 모델을 먼저 들여왔다. 디젤 모델이 있지만 1.6 직분사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를 얹어 190마력, 24.5kgm의 토크를 낸다. 1.5 디젤 엔진 모델은 일단 첫 데뷔 무대에선 제외됐다.
가솔린 터보 엔진과 궁합을 맞추는 변속기는 닛산이 자랑하는 무단변속기 X 트로닉 CVT다. 변속충격이 없어 부드러운 변속감과 이에 따르는 편안한 승차감이 장점인 변속기다. 너무 밋밋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스포츠모드에서는 강한 변속감을 줘 좀 더 다이내믹한 맛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닛산측은 설명했다. 연비는 12.1km/L로 3등급에 해당한다.

핸들은 3회전에 못미처 2.8 회전한다. 2.8이나 3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핸들조작에 차에 반응이 조금 더 예민할 수는 있다.
엔진 소리는 가볍고 조용했다. 중저속 구간에서 엔진 소리는 소리로 들리는 게 아니라 기분 좋은 진동처럼 들리는 듯 마는 듯 했다. 시속 100km를 조금 더 넘겨도 엔진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한 숨소리를 내뱉는다. 주행모드 노멀과 에코 모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면 rpm은 2000 전후를 마크한다.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2,500rpm으로 뛴다.
가속은 가볍고 힘이 있어 쭉쭉 뻗는 맛이 있다. 3,000rpm 에서도 엔진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6,000rpm까지 치솟은 뒤 시프트업을 해치운다. 고속주행에서 바람소리가 커지고 차체의 안정감이 다소 줄어들지만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달리는 맛이 제법이다.

굿이어의 이글 RS-A 타이어는 215/55R17 사이즈로 쥬크와 호흡을 잘 맞췄다. 노면 소음도 크지 않고 코너에서의 접지력도 나무랄 데 없다. 물론 차 높이가 주는 부담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는 일. 코너에서 느끼는 높은 차의 부담은 쥬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앞바퀴굴림 방식으로 뒤가 가볍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운전해야 한다.
상급 모델인 SV에는 통합제어 시스템이 센터페시아 아래 부분에 적용됐다. 주행 모드를 노멀, 스포츠, 에코 등으로 바꿀 수 있고 평균 속도, 주행거리, 시간 등이 표시된다. 공조장치 역시 통합제어 시스템을 통해 제어한다. 통합제어시스템은 엔진 스로틀 반응, 변속 로직, 스티어링 휠 반응 등을 주행상황에 맞게 제어해준다. 주행 중인 차의 G 포스를 표시해주는 것도 재미있다.

쥬크 S는 2,690만원, SV는 2,890만원이다. 국산 SUV를 사는 고객들도 한번쯤 기웃거리게 만들 수 있을 만한 가격이다. 닛산코리아는 이 차의 월 판매 목표를 200대로 잡았다. 조금 더 팔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보수적인 목표다. 같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속해있는 르노삼성차가 곧 출시할 QM3와의 경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산차와의 본격 경쟁구도가 닛산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쥬크의 터치다운을 기대해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기는 부드럽지만 변속레버는 거칠다. 무단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감을 변속레버가 갉아먹고 있다. 변속레버를 S모드로 옮길 때의 레버 반응이 너무 거칠다.
통합제어시스템으로 오디오를 조작하려면 조작과정이 복잡하다. 오디오 조작 버튼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조수석 탑승자는 아예 오디오를 조작할 엄두도 못 낸다. 불편하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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