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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이상향 아발론의 호쾌한 질주

하늘은 쾌청했다. 긴 여름을 밀어내고 찾아든 가을, 10월 첫날에 토요타가 영종도에 아발론을 풀었다. 10여대의 아발론이 영종도와 송도를 무대로 시원한 질주를 펼쳤다. 토요타 아발론 언론 시승회다.
토요타가 아발론을 다시 국내에 팔기로 했다. 3.5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아발론은 토요타의 국내 라인업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하는 플래그십 모델이 된다.

‘아발론’이라는 이름은 영국 아더왕 신화에서 따왔다. 우리의 이어도처럼 아발론은 신화 속 전설의 섬이다. 이상향이고 유토피아다. 신화에 따르면 아더왕은 큰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아발론으로 옮겨진다. 죽었다고도 하고, 혹은 영국이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다시 눈을 뜨기 위해 잠시 잠든 것이라고도 한다. 일본 메이커인 토요타는 왜 영국의 신화에서 이름을 가져왔을까.

1995년 처음 만들어진 아발론은 2013년 4세대 모델을 내놓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우수 잔존가치상, 톱10 베스트 패밀리카, 가장 안전한 차, 인테리어 베스트 등의 수상실적을 가진 실력 있는 차로 인정받고 있다.

단정한 모습이다. 앞모습이 얼굴이라면 입에 해당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육각형으로 벌려져 있다. 현대차의 헥사고날 그릴이 떠오른다. 대형세단이어서 세련됐다기보다 중량감이 느껴지는 차분한 모습이지만 놀랍게도 공기저항계수는 0.28이다. 달리는 동안 바람 저항이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흔들림이 덜하고 연비도 좋아지는 효과가 뒤따른다.

4,960mm, 길이 5m를 넘지 않는 크기다. 실내는 충분히 넓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여유가 충분할 정도다. 뒷좌석 바닥도 센터 터널이 없이 거의 평평해 체감하는 공간의 느낌은 덩치에 비해 훨씬 더 넓다. 운전석에는 4방향, 조수석에는 2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요추 받침대가 있어 좀 더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조금 큰듯한 핸들은 가볍게 돌아간다. 핸들은 2.8 회전으로 가장 무난하다는 3.0 회전에 조금 못 미친다. 대형 세단임에도 조금 예민한 핸들을 겨냥한 셈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이를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오디오와 에어컨은 버튼 대신 정전식 터치 키 시스템으로 조절한다. 버튼을 없앴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내는 방식이다.

운전석 시트를 가장 낮게 조절해도 옆창은 어깨보다 낮게 내려왔다. 개방감이 크다. 뒷좌석 옆창은 완전히 내려가지 않는다. 완전히 내려도 아랫부분이 조금 남게 걸린다.

V6 3.5 리터 가솔린 엔진은 277마력, 최대토크 35.3kgm의 힘을 제공한다. 배기량과 힘이 여유가 있어 중저속 구간에서 엔진은 아주 조용하다. 실내 역시 조용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전체에 흡음 및 방음 소재를 배치하고 소음 차단 효과가 큰 글래스를 적용해 조용한 실내를 만들고 있다. 주차를 위해 차가 움직이는 동안 차 바깥에서는 소리가 거의 안 들린다. 소리 없는 움직임이 마치 전기차를 닮았다.

앞바퀴굴림 방식이지만 가속할 때 한쪽으로 쏠리는 토크 스티어링 현상은 매우 약하게 나타났다. 깊게 가속을 해도 쏠림이 거의 없다.

숨소리가 여유 있다. 가속을 이어가도 충분한 힘이 만들어내는 여유로움이 승객을 편안하게 해 준다. 쫓기듯 힘든 가속이 아니다. 시종일관 한결같은 여유로움을 아발론은 가졌다. 고속에서도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은 인상적이다. 호쾌한 질주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뒷좌석에 전해지는 느낌이 좋다. 단단하고 절도 있는 쇼크가 한 차례 전해지는 게 전부다. 장애물을 타고 넘기는데 부담이 없다. 턱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고 타고 넘으며 단단한 쇼크를 즐겼다. 특히 뒷좌석에서 느낌이 좋다.

브릿지스톤이 만든 225/45R18 사이즈의 타이어는 가끔 비명을 지른다. 트랙션 조절이 정확하게 제어되지 않는 느낌이다. 정지 상태에서 급출발할 때, 급한 코너링에서 타이어는 힘들어 했다.

아발론에는 EPS(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을 제어해 최상의 응답성과 스포티한 스티어링 감각을 부여하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에코, 노말, 스포트)가 탑재됐다. 에코 모드는 스로틀 및 에어컨을 연비 최우선으로 제어한다. 스포츠 모드는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S)과 스로틀 반응을 빠르게 해 강한 토크 반응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패들 시프트로 빠른 변속도 가능하다.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순간을 부드럽게 넘긴다. 부드럽게 달리는 동안에는 운전자가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800 전후, 변속레버를 수동변속 모드로 옮기면 약 1,000rpm을 더해 2,800rpm을 향해 치솟는다.
극단적인 고속주행에서는 차의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운전이 불안하지는 않았다. 일장 속도에 다다르면 가속제한이 걸린다. 이미 충분한 속도인 만큼 더 이상의 가속은 무의미한 속도다.

파킹 어시스트 시스템, 타이어 압력 모니터링 시스템, 앞좌석 경추골절 방지 시트 등의 편의장치가 기본 장착된다. 11개의 스피커로 무장한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터치식 7인치 TFT 디스플레이,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 스마트폰 전용 트레이 등도 탑재했다. 10개의 에어백은 최후의 순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치다.

도심연비 8.5km/L, 고속도로 연비 12.2km/L, 복합연비 9.8km/L다. 4,940만원. 월 판매 목표는 30대.

오종훈의 단도직입
지붕 틈새는 떠 있다. 앞 뒤 모두 마찬가지다. 고급은 아니라는 말이다. 편의장치가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아쉽다. 토요타의 플래그십 모델 아닌가. 토요타라는 브랜드, 플래그십이라는 포지션에 비해 아발론의 편의장비는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어 보인다. 화려한 응접실도, 그럴듯한 가전제품도, 멋들어진 주방도 없는 그냥 큰 아파트 같은 느낌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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