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와 시트로엥 차를 타면 다른 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주행감을 만나게 된다. 매우 특이한 변속감이다. 잘 달리던 차가 뭐에 걸린 듯 잠깐 힘이 빠지면서 변속이 일어나고 다시 달리는 현상이다. 변속할 때마다 반복되는 이 현상은 처음 타는 이들은 매우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익숙하게 되면 익숙한 서퍼가 파도를 타듯 부드럽게 차를 다룰 수 있게 된다.
푸조의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 시트로엥의 EGS(Electronic Gearbox System)라는 기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특이한 현상이다. MCP와 EGS는 구조와 기능, 나타나는 현상이 같은 기어박스다. 다른 메이커에는 없는 푸조 시트로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별난 시스템은 이들의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비밀 병기이기도 하다.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수동변속기다. 제어형 수동변속기로 설명한다. 클러치와 기어를 전동-유압 제어 액추에이터로 제어한다. 클러치 페달이 없어 자동변속기처럼 사용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수동변속기라는 의미다. 클러치와 기어 조작은 액추에이터가 담당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푸조 MCP는 시트로엥 EGS와 같고 자동변속기가 아닌 수동변속기다. 결국 이런 공식이 된다. MCP=EGS=MT≠AT.
EGS나 MCP의 변속레버에 주차모드인 P 레인지가 없는 이유도 수동변속기이기 때문이다. 수동변속기차를 주차할 때 중립에 넣고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는 것처럼 MCP나 EGS 역시 레버를 중립에 넣고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것.
MCP와 EGS는 자동변속기가 아니어서 매우 콤팩트하다. 무게도 가벼울 뿐 아니라 작은 사이즈여서 좁은 엔진룸 공간을 덜 차지해 공간효율 면에도 기여한다.
수동변속기의 효율에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더한 PSA 그룹의 핵심 병기다. 수동변속기이지만 운전자는 클러치 조작이나 기어 변속에 신경을 쓰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운전자 대신 기어와 클러치를 조작하는 것은 ECU와 액추에이터다. 수동변속기의 높은 연비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다.
필요할 때에는 수동모드를 이용해 운전자가 직접 변속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때에도 클러치를 따로 조작할 필요는 없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변속이나 가속반응이 더 빨라져 훨씬 다이내믹한 운전이 가능해진다.
힐 스타트 어시트턴스 기능은 초보 운전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3도 이상 경사진 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정지한 후 다시 출발할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브레이크가 2초간 유지되면서 차가 뒤로 흐르는 것을 막아준다.
MCP와 EGS 변속기는 수동변속기보다도 연비가 좋게 나온다. ECU가 개입해 지나치게 높거나 부족하지 않게 엔진 회전수를 조절해 경제적인 엔진속도를 유지시켜준다. 6단 변속기 기준으로 8% 이상 연비가 좋게 나온다고 메이커측은 설명한다.
이와 같은 독특한 기어 시스템에 더해 디젤 엔진, 오토스탑기능인 i-STARS 등에 힘입어 푸조 시트로엥의 연비는 국내 판매 차종중 단연 톱클래스를 이룬다. 푸조 208 eHDi가 18.8km/L, 308은 18.4km/L, 시트로엥 DS3는 19.0km/L, DS4는 17.6km/L를 각각 기록한다. 모두 MCP, 혹은 EGS 변속기를 탑재한 디젤 엔진차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