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모습은 아니다. 껑충하게 생긴 촌스러운 모습이다. 생긴 모습이 SUV임은 분명한데 차고가 높지 않아 엉거주춤한 자세다. 이마에 붙은 삼각별 마크를 떼어내면 어떨까. 
그저 그렇게 생긴 평범한 아이가 내로라하는 재벌가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뭔가 달라 보이고 더 이상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GLK가 그랬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은 벤츠 삼각별의 효과다.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뉠 수 있다. “얘가 그집 얘야?” 라거나 혹은 “그 집 얘가 왜이래?” 

메르세데스 벤츠 GLK.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됐다는 더 뉴 제너레이션 GLK를 만났다. GLK는 벤츠의 SUV중에서 가장 어중간한 디자인이다. 강인한 정통 오프로더의 면모를 보이는 G 클래스, 세련된 모습으로 완성된 M클래스에 비해 GLK의 디자인은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강인하지도 세련되지도, 혹은 스스로의 강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모습이다. 

인테리어는 다르다. 벤츠다운 고급스러움이 스며있다. 짙은 갈색 시트와 가죽으로 감싼 핸들, 3가지 컬러로 구성한 대시보드가 탑승객을 맞는다.  3명의 체형을 기억하는 전동식 메모리 시트는 버튼이 도어패널에 자리했다. 계기판 옆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햇볕을 가린 공간을 만들어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배치했다. 한글이 지원되는 커멘드시스템에 대응하는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이다.  3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주행정보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특히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해 위에서 내리 누르는 압박감이 없다. 뒷좌석도 반듯한 자세로 앉을 수 있어 비좁지 않다. 센터터널이 높게 올라와 있어 가운데 좌석의 불편함은 피할 수 없다. 시트에는 열선 및 통풍 기능이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엉덩이를 식혀주고 겨울에는 온돌방 아랫목 같은 따뜻함을 준다.  

사각형의 사이드미러는 차의 뒤편 모습을 잘 반사시켜 보여준다. 룸미러 시야도 만족스럽다. 룸미러에는 하이패스 기능이 내장돼 있다. 차체는 높은데 시트 포지션은 낮아 차에 포근하게 안기는 느낌이다. 나쁘지 않다. 

버튼을 눌러 엔진을 흔들어 깨웠다. 디젤 엔진이다. 숨소리가 굵고 낮다. 배기량 2,143cc, 직렬 4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토크에 주목해야한다. 1,400rpm부터 터지는 최대토크는 2,800rpm까지 유지된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상 주행 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된다는 말이다. 

움직임은 가볍다. 시내 주행은 물론 탁 트인 고속도로에서도 GLK는 부드럽고 가벼운 움직임을 보인다. 가속도 부담이 없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8.8초라고 메이커는 말한다. 공차중량 1,940kg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를 올리면 차체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커진다. 바람소리는 SUV라는 체형을 정직하게 반영한다. 속도에 비례해 커지는 바람소리는 고속주행에 이르면 엔진 소리까지 삼켜버린다. 

극단적인 고속주행이 아니라면 GLK는 조용한 편이다. 효율적인 엔진과 변속기 덕분에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고도 일상 주행영역을 소화해 낸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을 보이는 게 이를 말해준다. 2,000rpm이면 120~130km/h를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GLK에는 벤츠의 사륜구동 기술인 4매틱이 적용됐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4매틱은 앞뒤 차축의 구동력을 45:55로 배분한다. 사륜구동차는 안정감이 갑이다. 직선로에서는 물론 코너에서도 차의 안정감은 두 바퀴 굴림 차에 비해 탁월한 수준을 보인다. GLK 역시 마찬가지. 차를 급회전 시키면 바퀴에 순간적으로 제동이 걸리는 걸 느낄 수 있다. 4매틱과 궁합을 맞추는 4ETS(4Electronic Traction System) 및 다이내믹 핸들링 컨트롤 시스템 등이 타이어의 공회전과 미끄러짐 등을 억제해주는 것이다. 

엔진에서 발생한 구동력이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곳에는 피렐리 235 45  R 20사이즈의 타이어가 있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우는 20인치 타이어는 노면을 야무지게 제압하며 달린다. 
가볍게 돌아가는 스티어링 휠은 2.5 회전한다. 적게 돌려도 크게 반응하는 예민한 세팅이다. 정통 SUV에는 어울리지 않는 예민한 조향비다. 

엔진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차가 멈추면 정확하게 반응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마가 어김없이 엔진은 꺼졌다 되살아나기를 이어간다.  브레이크를 꾹 밟은 다음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오토스톱 기능을 활성화해도 엔진은 멈춘 상태를 유지한다. 오토스톱 기능이 점점 더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기어레버는 컬럼 시프트 타입으로 핸들 오른편에 자리했다. 핸들에 달려있는 패들 시프트가 있어 주행 중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핸들을 쥔 채로 변속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어레버에 자리를 내준 와이퍼 레버는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와이퍼를 찾던 오른손이 가끔 당황하게 된다. 기어레버가 핸들 아래로 올라가면서 변속레버가 자리하는 공간은 훨씬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신형 GLK의 복합 연비는 13.1km/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1g/km 수준으로 이전 모델보다 21% 개선됐다고 벤츠는 소개했다.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는 운전이 서툰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주차보조장치다. 앞/뒤 범퍼에 장착된 총 10개의 초음파 센서와 전자 컨트롤 장치 센서를 이용해 주차 공간을 찾아내고 스스로 주차를 하는 기능이다. 운전자는 변속 기어,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만 조작하면 쉽게 주차를 할 수 있다. 

신형 GLK는 국내에서 두 종류로 팔린다. GLK 220 CDI 4매틱과 GLK 220 CDI 4 매틱 프리미엄이다. 판매가격은 각각 5,730만원과 6,47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20인치 휠을 지탱하는 볼트에 녹이 잔뜩 묻어있다. 바퀴마다 5개씩 채워진 볼트 20개가 모두 시뻘건 녹이 피어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은 벤츠 마크와 녹슨 볼트는 절대 어울려서는 안되는 조합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부분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마땅히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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