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현대차를 사는가.

한국 자동차 시장의 최대 미스터리는 현대차다. 가장 비난을 많이 받는 메이커와 가장 많이 파는 메이커의 지위를 동시에 누리고 있어서다. 비난의 내용과 강도를 들어보면 도저히 시장 점유율 1위 메이커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매달 집계되는 판매 실적을 보면 현대차는 시장 점유율 압도적 1위의 자리를 놓치는 법이 없다.

현대차에 대한 비난은 다양하다. 최고 경영진과 강경한 노조에 대한 반감에서부터 해외 판매차량과 국내 시판차 사이의 가격과 품질에 관한 차이, 신차 출시 때마다 오르는 가격, 그리고 가장 최근의 싼타페 누수 사태에 이르기까지 현대차에 대한 네티즌과 소비자들의 비난은 거칠고 드세다. 그 내용을 읽어보면 도저히 현대차는 구매해선 안 될 차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많은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 현대차를 구매하고 있고 현대차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현대차는 수입차를 제외한 내수 시장에서 4만7,000대를 팔아 4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43만2,000대로 48%를 차지했다. 올해 팔린 국산차 두 대중 한 대꼴로 현대차인 셈이다. 그 많은 사람들은 왜 현대차를 구매하는 것일까.

국산차라는 사실은 현대차에 큰 메리트다. 기아차와 더불어 현대차는 국산차의 지위를 누리는 메이커다. 현대기아차가 한 집안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일한 메이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외국 브랜드의 한국 생산공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쌍용차는 인도자본의 지배를 받고 있어 혈통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일반 대중의 ‘국산차 사랑’은 여전히 완고한 벽을 이루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대차가 기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벽이다.

구매 및 유지 보수 단계에서 소비자 편의성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택하는 이유다. 쉽게 살 수 있고 편하게 수리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매 및 AS 네트워크는 현대차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다. 현대차의 판매거점은 직영과 대리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850곳에 달한다. 그 흔한 스타벅스 보다 현대차 영업소가 훨씬 많다고 할 정도다. 소비자들의 접근 가능성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다. 지역 사회를 촘촘히 엮어내는 영업사원들의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는 현대차의 강점이다.

AS 시설도 현대차가 가장 많다. 23개 직영정비소, 400개의 지정 정비협력공장, 1000곳을 훨씬 넘은 부분정비협력공장 등 단계별로 구성된 현대차의 AS망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동네 골목까지 커버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정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차량 구입 단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유지보수까지 생각하면 섣불리 수입차를 택하기 어렵다는 게 현대차를 구매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AS 비용이 수입차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는 점 역시 그들이 현대차를 택하는 이유 중 하나.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보험사고로 지급된 평균 보험금이 수입차는 296만원, 국산차는 100만원이었다.

현대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수입차에 비해 밀리지 않는 성능과 품질,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구매 포인트로 말한다. “비슷한 가격이면 훨씬 더 좋은 품질을 누릴 수 있고, 비슷한 성능이라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현대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수입차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7세대 골프는 1.6 디젤 모델이 2,990만원이지만 1.6 디젤 엔진을 얹은 i30는 2,330만원, 아반떼는 2,090만원을 주면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가 충분히 장착된 가장 좋은 모델을 살 수 있다. 반대로 2,990만원을 주면 쏘나타의 고급모델을 살 수 있고 3,000만 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배기량 2.4리터인 그랜저를 살 수도 있다.

BMW나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크게 느는 게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 현대차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는 고객층도 존재하고 있음을 시장은 말하고 있다.

“현대차 말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말은 현재의 시장을 잘 말해준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대차를 비난하는 의견들이 많지만 정착 차를 사려면 현대기아차 이외에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현대기아차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고 가격이 내렸다는 수입차는 그래도 아직 비싸다.쏘나타나 아반떼가 장악하고 있는 중형급 이하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강하다. 결국 “미워도 다시 한 번” 현대차를 산다는 것.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