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 클래스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지난 2009년 9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인 지 4년 만에 성형수술을 거친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교체한 것. 주력 모델을 교체한 것이라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E 클래스는 이미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벤츠의 대표 선수다. 전 세계적으로 1,300만대가 팔릴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벤츠가 수입차 시장 선두권을 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주력 모델이다. 더 뉴 E 클래스로 진화한 새 모델은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었고 6월에 한국에서 론칭했다.

E 클래스의 디자인은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 두 가지 버전으로 구분된다.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로 구분한다. 보닛 끝에 삼각별 엠블럼이 세워져 있으면 엘레강스, 라디에이터 그릴에 자리하고 있으면 아방가르드다. 아방가르드가 젊고 다이내믹한 모습이라면 엘레강스는 고전적인 품격을 더 강조한 모습이다.
국내에는 모두 7개 모델이 팔린다. E200 엘레강스, E220 CDI 아방가르드, E250 CDI 4 매틱 아방가르드, E300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 아방가르드, E350 4매틱 아방가르드, 그리고 E63 AMG 4매틱이다. 시승차는 E220 CDI 아방가르드.

외관상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헤드램프다. 분리형 트윈 헤드램프를 하나로 통합해 일체화된 모습으로 변했고 LED 램프를 이용해 샤프한 인상을 만들어 냈다.

라디에이터 중앙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벤츠 엠블럼이 시선을 잡는다. 일체형으로 변한 헤드램프는 그동안 익숙했던 모습을 던져버렸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조금의 어색함을 동반하는 법. 어색함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LED 램프를 적용해 램프의 디테일을 살렸다. 부드럽게 물결치는 범퍼 하단부의 선이 또 하나의 시각적 포인트를 이루고 있다.

측면 보디라인들은 앞으로 쏠려있다. 동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조치다. 반대로 해석하면 차가 불안해 보일 수도 있다. 뒤가 떠 보인다. 보닛이 길고 트렁크가 짧은 롱 노즈 숏 데크 스타일 역시 마찬가지.
뒷모습은 보수적이다. 동적인 느낌이 강조된 앞, 옆모습과 달리 뒷모습에서는 역동감을 찾기 힘들다. 전형적인 세단의 뒷모습으로 마무리했다. 지루하다.

인테리어는 3가지 컬러가 어우러져 있다. 갈색 가죽시트와 검정색 대시보드, 그리고 대시보드 가운데를 장식하는 은색 메탈컬러가 어울려 실내를 장식한다. 더 뉴 E 클래스에는 프리-세이프, 시속 60-200km/h로 작동 범위가 확장된 주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 평행 및 직각 자동 주차 기능 및 주차 공간에서 차를 자동으로 빼주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 풀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 등이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된다. 훨씬 더 편하고 안전하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E 200 엘레강스와 E 220 CDI 아방가르드에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개발했다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장착되고 나머지 모델에는 독일 본사가 개발한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이 장착된다.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은 국내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긴급 경보 방송 시스템을 지원한다. 지진, 쓰나미 등과 같은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에게 긴급상황을 신속하게 전해준다고. 룸미러 하이패스 기능도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됐다.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시장에 제법 공을 많이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졌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E220 CDI는 2.2리터짜리 디젤엔진으로 170마력의 힘을 낸다. 3,000rpm에서 4,200rpm 구간에서 고르게 최고출력이 나온다. 최대토크 40.8kgm는 1,400rpm부터 2,800rpm 구간에서 발휘된다. 엔진회전수가 낮은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터지는데 주목해야 한다.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최대토크가 나온다는 말이다. 덕분에 중저속 구간에서도 가속이 수월하다. 공차중량이 1,780kg으로 만만치 않은 무게임에도 시속 100km 돌파 시간은 8.4초에 불과하다. 연비는 16.3km/L에 불과하다. 놀라운 효율이다.

7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엔진회전수가 1,500rpm에도 미치지 않았는데 시속 100km를 유지한다. 시속 100km에서 5단을 택하면 2,000rpm을 유지한다.

2, 3, 4, 5단 기어비가 촘촘해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가면 바로 바로 변속이 일어난다. 강한 구동력으로 출발한 후에는 40, 50, 70, 80, 90, 12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시속 100km를 넘기 전에 기어는 이미 6단에 물려 있는 것. 킥다운 상태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40, 70, 110, 150km/h로 변속 포인트는 변한다. 상황에 따라 변속기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1단 기어비는 4.38, 5단에서 1대1일되고 6, 7단은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후륜구동의 안정감은 이 차의 큰 매력중 하나다. 저속에서는 물론 고속에서도 차체의 안정감이 탁월했다. 고속에서 바람소리도 크지 않아 편안한 느낌을 더 크게 한다. 속도에 비해 확실히 조용한 바람소리는 체감속도를 떨어트리고 승차감을 좋게 해주는 심리적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굿이어 245/45R17 사이즈의 타이어는 제법 심한 코너에서도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찰진 그립을 보이며 소리 없이 코너를 공략했다. 핸들에 붙어있는 패들시프트는 코너링 중에도 변속이 가능해 훨씬 운전을 재미있게 해준다.

효율을 앞세웠다고는 하지만 작정하고 달리면 제법 사나운 모습을 드러낼 줄도 안다. 돈을 써야할 때를 만나면 망설이지 않고 화끈하게 쓰는 자린고비 부자처럼 힘 있게 달리고 속도를 내야할 때에는 거침없는 면모를 드러낸다. 써야할 때와 아껴야 할 때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셈이다.

벤츠 더 뉴 E 220 CDI 아방가르드의 판매가격은 6,23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에서 맨 철판을 만나는 민망함은 이번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트렁크를 열어 윗 부분을 보면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트렁크 윗부분을 마감재로 덧대는 게 힘든 일도,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벤츠의 중형세단을 타면서 트렁크를 열 때마다 이런 맨 철판을 두 눈으로 봐야하는 운전자의 입장은 참 곤혹스럽겠다. 메이커에 물어보면 그게 뭐 대수냐고 대답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선 아무 것도 아닌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소비자를 대하는 그들의 맨 얼굴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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