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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귀요미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평범한 건 싫었다. 그렇다고 만인의 눈길을 끌만큼 튀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적당히, 욕먹지 않을 만큼, 일탈을 즐겼다.  
돌아보면 그랬다. 침 좀 뱉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도 책가방을 던져버리지 못했고,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은 롤러 스케이트장을 헤맸다. 데모는 해야 했지만 제일 앞에 서는 건 무서웠다. 인생은 늘 그랬다. 앞도 뒤도, 1등도 꼴등도, 좌도 우도 아닌 중간 어디쯤이 내 자리였다.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를 타면서 언뜻 스친 생각이다. DS3 카브리오가 딱 그런 차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적당히 튀는 스타일이지만 안전하고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차다. 세단은 지루하고 컨버터블은 너무 튀고 적당한 선에서 즐기고픈 이들에게 캔버스탑을 얹은 이 차는 딱 좋은 대안이다.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는 평범하지 않은 예쁜 차다. 카브리오 라는 말이 암시하듯 지붕을 완전 오픈 시킬 수 있어 바람을 가르는 질주를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C 필러가 접히는 컨버터블이 아니다. 천으로 된 지붕만 접혔다 닫히는 구조다. 이런 지붕을 캔버스탑이라 부른다. 완전한 컨버터블은 아니어서 옆에서 보면 지붕이 열린 건지 아닌지 잘 모른다. 차체의 전체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어서 안전에도 부담이 없다.  과거 90년대 초 기아자동차가 프라이드에 캔버스탑을 적용했던 적이 있다. 

검정색 지붕 말고는 DS3와 다를 게 없다. 지붕을 닫고 있으면 보통의 세단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개성강한 모습으로 톡톡 튀는 DS3 그대로다. 라디에이터 옆으로 LED 램프를 더듬이처럼 늘어지게 배열한 게 재미있다. 멀리서보면 더듬이 같기도 하고 수염 한 가닥 같기도 해 독특한 캐릭터를 만든다. DS3 카브리오는 전에 볼 수 없던 형태의 테일램프를 적용했다. 테일램프 중앙에 31개의 LED 전구가 만들어내는 광채와 테일램프 내에 설치된 반사경이 빛을 반사해 LED 빛만으로 3D 효과를 만들어낸다. 테일게이트는 벽에 바짝 붙어 주차해도 여닫을 수 있는 미닫이 형태를 적용했다.

길이가 4m가 채 안 된다. 귀요미송을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작은 크기지만 5인승이다. 뒷좌석은 좁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넓다. 대시보드의 아래쪽을 깊게 파서 무릎 공간을 여유 있게 확보했다. 조주석에서는 무릎을 꼬고 앉아도 대시보드에 걸리지 않는다. 객실 공간을 앞으로 밀어 최대한 확보한 대신 엔진룸은 빡빡하다. 

차에 오르자마자 지붕부터 벗겼다. 16초. 지붕이 완전히 개방되는 시간이다. 지붕은 3단계로 열린다. 1단계로 선루프처럼 절반만 열리고, 2단계는 지붕 끝선까지 열린다. 마지막 3단계는 뒤창이 접혀 들어가면서 완전 개방된다. 
지붕이 열리는 차지만 생각보다 조용하다. 지붕을 닫으면 일반 세단과 다를 게 없다. 소음도 마찬가지. 지붕을 열어도 차창을 연 것보다 조용하다. 바람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기 때문에 빨리 달려도 바람 소리가 크지 않다. 
하늘과 맞닿아 달리는 오픈 에어링의 느낌은 시원함 그 자체다. 이런 저런 걱정들,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가 바람 앞의 종잇장처럼 날아가 버린다. 지붕 열리는 차를 타보면 그 맛을 알게 된다. 지붕을 열어젖히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은 바람둥이 귀요미라 할만하다. 

아랫부분을 알루미늄 컬러로 단장한 스티어링 휠은 활짝 웃는 모습이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마주하는 순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는 이유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시트로엥이 e-HDi로 부르는 디젤 엔진의 배기량은 1,560cc. 최고출력 92마력에 최대토크는 23.5kg이다. 100마력도 안 되는 출력이 허약해보일지 모르지만 불과 1,750rpm에서 터지는 최대토크는 그런 걱정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야무진 가속은 160km/h 이상에서도 꾸준히 이어진다. 지붕을 열고 고속주행을 해도 다른 컨버터블보다 훨씬 조용하다. 지붕만 열리고 옆은 완벽하게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6단 EGS 변속기가 만들어내는 변속감. 성질 급한 사람이 마구 밟아대면 차는 아주 겸손해진다. 변속할 때마다 몸이 꾸벅꾸벅 자동으로 인사를 하게 돼서다.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다루면 거친 변속감을 완화시킬 수 있다. 변속이 이뤄지는 구간에서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잠깐 떼었다가 다시 밟아주는 식이다. EGS 변속기의 변속 레버에는 P 모드가 없다. 따라서 주차를 할 때에는 N에 레버를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반드시 채워야 한다. 
서스펜션은 강하다. 단단하게 세팅된 탓에 가끔 하체가 도로를 밀어내며 튕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코너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낸다. 차체가 작아 뒤가 잘 따라오는데다 강한 하체가 노면을 제대로 지지해 깔끔하고 샤프하게 코너를 마무리한다.   

엔진은 자꾸 꺼진다. 고장이 아니다. 차가 멈추면 어김없이 엔진도 꺼진다. 단 한 방울의 연료로 아끼기 위해서다. 도심 정체 구간에서 시도 때도 없이 꼬박꼬박 꺼지는 엔진이 기특하다 못해 애틋할 정도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죽은 사람이 살아나듯 죽었던 엔진이 깨어난다. 수시로 죽고 그때마다 살아난다. 시트로엥의 자린고비 정신이 만들어낸 3세대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이다. 

덕분에 연비는 아주 좋다. 복합연비 19.0km/l(도심: 17.1 / 고속도로: 22.0)이다. 의 높은 연비를 보인다. 차에는 모두 6개의 에어백이 있고 ESP 시스템도 정확하게 작동한다.  
DS3 카브리오는 ‘소 시크’와 ‘소 시크 플러스’ 두 개의 트림이 있다. 가격은 각각 3,390만 원과 3,63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지붕을 완전 개방했을 때 룸미러를 통한 후방시야가 막히는 게 대표적이다. 5인승이지만 뒷좌석에 3명이 앉기는 좁다. 게다가 센터터널도 높게 올라와 있어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이 차에서 제일 불편한 자리다. 품위 있게 이동하려면 2인승, 아쉬운 대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려면 4인승으로 쓰는 게 낫겠다.

시승 /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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