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쿱이 K3 쿱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한다.기아자동차는 지난 8월 27일 K3 쿱을 발표한데 이어 9월 10일, 경기도 파주와 장흥 일대에서 기자 시승회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포르테쿱이 2009년 2도어 쿠페로 선보인 지 4년만의 변화다. 1.6 GDI 엔진에 터보를 얹은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1.6리터 엔진에서 최고출력 204마력을 뽑아낸다. 유려한 디자인에 더해 강력하고 재미있는 주행성능을 갖춰야 하는 쿠페의 기본을 충실히 따른 차다.K3 쿱을 타고 왕복 110km 구간을 달렸다.

K3쿱은 K3보다 30mm 짧고 25mm 낮다. 휠베이스는 2,700mm 그대로 유지해 안정감 있는 비례를 갖췄다. 도로에 달라붙어 달릴 수 있는 체격으로 만든 셈.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는 준중형급에서는 찾기 힘든 모습이다. 분에 넘친다. 하지만 기아는 이미 포르테 쿱 시절부터 프레임도어를 전격 도입해 소비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을 여닫을 때 도어의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온다. 도어 자체의 크기가 4도어 세단보다 훨씬 크기도 하고 보강재등을 더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도어의 무게감과 중량감 있게 닫히는 느낌은 신뢰감을 주는 요소다. 하지만 연비면에서는 좋을 게 없다.

LED와 프로젝션 램프를 적용한 안개등은 좀 더 날카로워진 앞모습에 포인트를 주며 눈길을 잡는다. 날렵하게, 조금은 안정된 모습은 전체적으로 단정한 느낌이다. 두 개의 머플러가 범퍼 아래로 살짝 보인다. 터보 GDI라는 표시다.
인테리어는 고급이다. 2,000만 원대의 준중형 쿠페지만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질감은 그 수준을 뛰어 넘는다. 손이 느낀다. 이에 비하면 도어 패널의 질감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2명이 앉게 되는 뒷좌석은 의외로 넓다. 2도어여서 드나들기는 불편하지만 일단 들어가 앉으면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머리 위도 거슬리지 않는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켰다. 가솔린 엔진의 경쾌한 시동음이 올라온다. 2.6 회전하는 핸들은 부드럽게 회전한다. K3쿱에는 플렉스 스티어가 적용됐다. 스포츠, 컴포트, 노멀 모드로 각각 변하며 스티어링 감각이 달라진다.
핸들 좌우로는 패들시프트가 있다. 왼쪽이 다운, 오른쪽이 업이다. 일반적인 배치와는 반대다. 핸들 위에는 많은 버튼들이 자리했다. 굳이 손을 움직이지 않고 핸들을 쥔 채로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어 좋다. 버튼이 많아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계기판은 아주 선명하다.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선정하면 계기판에 차의 진행방향이 표시돼 더 편하다. 계기판과 연동하는 내비게이션은 중대형급 고급 수입차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능이다.

시승차에는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이 올라갔다. 204마력의 힘을 가진 놈이다. 2000만 원대에서 200마력이 넘는 차를 만나는 건 불가능했다. K3 쿱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이 차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과연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졌을까.

자동차 전용도로에 차를 올려 달렸다. 시속 100km에서 2,000~2,200rpm 구간을 마크한다. 6단변속기와의 궁합이 나쁘지 않다. 가속페달을 완전히 바닥에 붙이면 본색이 드러난다. 준중형 고성능의 거칠지만 꾸밈없는 성능이다.
204마력의 파워는 깜짝 놀랄 만큼이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달려 나간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내닫는 겁 없는 10대의 무모한 질주처럼 거침없다. 놀라운 것은 고속에서 바람소리가 의외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바람소리가 정신없이 몰아칠 정도의 속도인데 의외로 바람소리가 작았다. 옆 사람과 대화하는 데에 아무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강력한 힘이 기대한 만큼의 성능을 보였다면 바람소리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바람소리가 작은 대신에 고회전 영역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터보 엔진의 숨소리는 더 가까이 들린다. 바람소리가 엔진소리를 덮어버릴 만한 속도인데 엔진의 숨소리가 명징하게 들린다. 놀랍다. 차량하부 커버, 휠 디플렉터 등을 적용해 공기가 걸리지 않고 최대한 부드럽게 차체를 빠져나가게 설계한 덕이다. 바람소리를 줄이는 것은 물론 연비를 개선하는 효과도 크다.

잘 멈춰야 하는 것은 잘 달려야 하는 차의 의무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K3쿱의 브레이스 디스크 직경을 키웠다. 좀 더 확실한 제동을 위해서다. 효과는 있다. 브레이크로 속도를 제어하기가 부담이 없다. 반응이 정확해서다. 그렇다고 고속에서 무지막지한 브레이킹을 시도하는 건 무식한 일이다. 고속에선 엔진브레이크가 우선이다.

실시간으로 차량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원격 시동과 도어개폐 등이 가능한 유보(UVO) 시스템은 여러모로 편리하다. 최고급 기종인 노블레스 트림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터보 GDI 엔진의 경우 수동변속기를 모든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수동변속기는 운전이 다이내믹하다. 클러치를 밟고 손을 움직여 변속을 하고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일련의 동작들은 이제 점점 잊혀지고 있다. 그런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은 불편해하는 게 함정이다. 어쨌든 운전하는 재미를 더하고 연비 면에서도 유리한 수동변속기를 모든 트림에서 택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반가운 일이다. 나 같으면 당연히 수동변속기를 택한다.
1.6 터보의 연비는 수동변속기가 12.7km/L, 자동변속기는 11.5km/L다.

K3 쿱은 럭셔리 트렌디 프레스티지 노블레스 4개 트림이 있다. 이중 럭셔리만 터보가 아니다. 자동변속기가 기본 제공되는 럭셔리의 판매가격은 1,790만원. 나머지 3개 트림은 터보 엔진으로 수동변속기가 기본 제공된다. 트렌디는 1,920만원, 프레스티지는 2,050만원 노블레스는 2,140만원이다. 자동변속기는 150만원을 더 줘야 한다. UVO 시스템은 최고급인 노블레스에서만 택할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거칠다. 서스펜션이 그랬다. 기아차에서는 고성능에 걸맞게 서스펜션 튜닝을 했다고 하지만 완성도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만들어 204마력의 고성능을 커버하도록 만들었지만 정교하지 못해 퉁퉁 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오종훈 yes@auto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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