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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얌전해진 ‘더 뉴 스포티지R’

기아차가 신형 스포티지R을 출시했다. 현대차 투싼과 더불어 국내 소형 SUV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스포티지가 더 다듬어진 모습과 편리해진 상품성으로 시장에 투입됐다. ‘더 뉴 스포티지R’이다. 그 차, 스포티지 R을 타고 8월의 폭염에 길을 나섰다.

예쁘다. 더 이상 손 볼 곳을 찾기 힘들만큼 스포티지R의 디자인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익을 만큼 익은 탐스런 모습이다.

입체감이 돋보이는 매시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디젤 전용이고 격자형 그릴은 가솔린 모델에 적용된다. 안개등과 리어램프도 전과 달라졌다. 디테일의 소소한 변화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리어컴비네이션 램프에 적용된 면발광 LED 램프는 흰색에서 적색으로 변했다. 리어게이트를 보면 단단한 벽을 마주대하는 느낌이 든다. 새로 적용한 18인치 휠은 휠 하우스를 꽉 채운다. 타이어가 커지면 시각적으로 차가 더 강하게 보인다.

길이 4,440mm 휠베이스는 2,640mm로 안정감 있는 비례를 갖췄다. 소형 SUV라고는 하지만 작은 크기는 아니다. 실내공간은 기대 이상이다. 공간 자체가 충분할 뿐 아니라 인테리어가 주는 고급감이 크다. 차급에 비해 인테리어 수준이 높다.

차에 오르자마자 에어컨을 틀었다. 더위에 지친 몸이 반기는게 하나 더 있다. 냉풍시트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냉풍 기능이 있어 엉덩이까지 차가운 기운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얼마 전 코란도 C를 탈 때에는 운전석만 냉풍 시트여서 동승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스포티지R에서는 그런 미안함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 뒷좌석에는 열선 시트가 적용됐다.

눈길이 가는 곳은 센터페시아. 밋밋한 평면이 아니라 돌출시켜 올록볼록 입체감을 살렸고 운전자가 조작하기에도 편하다. 리어시트는 버튼 조작 한 번으로 접을 수 있다. 쉽고 편하다. 리어 게이트를 열면 드러나는 트렁크 바닥은 높다. 무거운 짐을 실을 때에는 힘 좀 써야한다.
뒤가 낮은 지붕은 룸미러 상단에 걸린다. 시야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거슬린다.

스포티지R에는 2.0 디젤과 2.0 가솔린 두 개의 엔진이 적용된다. 시승차는 2.0 디젤에 2WD 모델이다. 184마력에 41.0kgm의 토크를 가졌다. 공차중량 1.6톤을 끌고 가기에 부족한 힘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 운전을 하다보면 2%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가속을 할 때 반응이 더딘 편이고 쭉쭉 뻗어나가는 가속감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가속페달을 자꾸 깊게 밟게 된다. 액티브 에코 기능을 해제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효율성을 조금 더 강조한 결과로 보인다. 엔진의 효율을 강조하다보니 힘차게 움직이는 느낌은 다소 떨어진 셈이다. 연비가 강조되는 추세에 충실히 따른 결과다. 얌전해 졌다고나 할까. 시집갈 때가 다 된 얌전한 요조숙녀 닮았다.

핸들은 재미있다. 열선이 내장돼 있고 스포츠 노멀 컴포트 3개 모드가 있어 핸들의 반발력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번번이 운전자가 이를 설정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맞춰 스스로 다른 모드를 택하게 하는 게 낫다. 처음 한 두 번이야 운전자가 직접 모드를 택하겠지만 차와 익숙해지고 호기심이 사라지고 나면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핸들 모드를 다르게 설정하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핸들은 약 2.9 회전한다. 일상적이고 편안한 핸들이다.

100km/h 안팎의 속도에서 차는 편안하다. 차의 흔들림도 거슬리지 않고 바람소리, 엔진소리도 그리 크지 않아 실내는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속도를 더 올려 고속주행에 들어가면 자세가 조금씩 불안해진다. 차체가 높아 공기저항이 커지고 4WD가 아닌 2WD 모델이어서 사륜구동의 안정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핸들을 쥔 운전자의 긴장감이 조금 더 높아진다. 차의 안정감은 시속 140km 전후를 경계로 확연히 달라진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800 수준이다. 6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춰 효율적인 엔진 반응을 이끌어낸다.
235/55 R18 사이즈의 타이어는 한국타이어 옵티모 H426 제품이다. 큰 사이즈의 광폭 타이어가 주는 노면 그립감은 만족할만하다. 팡팡 터지는 힘은 아니지만 도로를 쫀득하게 물고 달리는 느낌이 기대 이상이다. 극한적인 고속에서 휘청이는 느낌은 당연하다. 스포티지 R 2.0 디젤 2WD가 시속 200km에서 안정감 있게 달린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시승차의 연비는 13.8km/L. 엄청 깐깐해진 연비 기준덕에 실제 연비에 가까워졌다. 2,050만원 주면 가장 싼 모델을 살 수 있다. 가장 비싼 모델은 2.0 디젤 4WD 노블레스로 2,955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출시를 알리며 가장 먼저 언급한 게 ‘가격’이다. 새 차를 내놓을 때마다 슬금슬금 가격을 올리던 현대기아차가 이제 가격을 내렸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아리송한 표현은 여전하다. “가격을 최대 80만원 인하하거나 인상된 트림도 인상폭을 최소화해 ‘착한 가격’ 행보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가격을 올린 건지, 내린 건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기본모델 럭셔리에 여러 편의장비를 더해 가격을 15만원 올렸는데 따지고 보면 58만원 가격인하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친절한, 혹은 구구절절한 설명은 오히려 불편하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시승/사진=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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