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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스파크 EV “엔진보다 센 전기의 힘”

전기차의 시대가 시나브로 열리고 있다. 기아차와 르노삼성차에 이어 한국지엠이 전기차를 출시했다. 한국지엠이 쉐보레 브랜드로 내놓은 첫 전기차는 스파크 EV. 레이 EV, SM3 EV와 더불어 하반기부터 한국에서 본격 개막하는 전기차 시대의 3파전을 예고하는 모델이다. 쉐보레는 이미 미국에서 스파크 EV를 판매하고 있고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전기차 판매에 나서는 것이니 그리 늦은 것 만도 아니다. 

전기차의 등장과 보급은 자동차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자동차가 엔진으로 100년 넘게 달려왔다면 이제 전기모터로 달리는 시대가 막을 열 것임을 말하고 있어서다. 친환경차의 필요성에 따라 등장한 전기차는 자동차 기술과 관련해 중요한 변화를 몰고 오게 된다. 전기차에 관한한 정밀한 연료분사 제어 기술이나 엔진 다운사이징, 밸브의 경량화 등이 필요 없어지게 됐다. 당장 모든 내연기관 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엔진 기술이 진보를 멈추지는 않겠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엔진’의 입지는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 

스파크 EV의 껍질은 스파크와 동일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막혀있고 전기 충전을 위한 연결부위가 차 앞부분에 자리한 게 다를 뿐이다. 모든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스파크 EV 역시 엔진이 없고 변속충격이 없고 (엔진) 소리도 없어 3무 자동차다. 

“시동을 건다”가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스위치를 켠다”가 맞다. 버튼을 눌러 전원을 켠다음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한다. 유령의 움직임처럼 소리없는 움직임이 새삼 신기하다. 부릉거리는 엔진 소리는 사라지고 마치 적진에 침투하는 수색대의 야간 보행처럼 침묵의 이동이 눈 앞에서 펼쳐진다.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들릴락 말락 하는 정도다. 시속 30km 미만에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일부러 엔진 소리를 만들어 낸다. 

차를 타보기도 전에 눈길을 끄는 숫자가 있다. 최대토크 57.4kgm. 이 조그만 경차가 수퍼카 수준의 토크를 확보했다. 전기차여서 가능한 일이다. 모터는 처음부터 회전수를 극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초반부터 강한 토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젤엔진의 토크가 강하다고는 해도 전기모터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놀란다. 제로백 8초대를 끊는 가속감 때문이다. 껍데기만 스파크임을 실감하게 된다. 노멀모드에서 그렇다. 스파크 EV에는 운전하는 재미를 위해서 스포츠모드까지 갖춰 놓았다. 굳이 스포츠 모드가 아니어도 깜짝 놀랄만큼 다이내믹하게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놀라운 가속감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다. 인테리어가 그렇다. 파스텔 톤의 인테리어 컬러와 직물 시트는 보는 것 만으로 시원한 기운을 느낀다. 글로브 박스 위로 작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하며 깨끗한 계기판이 눈을 즐겁게 한다. 계기판에는 속도 표시는 물론 가속과 브레이크를 시각적으로 표시해 놓은 부분도 재미있다. 

변속기는 없지만 변속레버는 있다. LDNRP로 이어지는 포지셔닝은 일반 변속레버와 동일하다. 굳이 변속레버가 아니어도 좋겠다. 링컨 MKZ의 변속버튼 처럼 버튼으로 교체해도 어울리겠다. 

서스펜션과 타이어를 포함하는 하체는 강한 토크를 감당하기에 약해보이지만 최고속도를 148km/h로 제한해 큰 무리는 없다. 간이 주행로의 경사진 코너를 120km/h 전후의 속도로 빠르게 돌아나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주체하지 못하는 힘이 작은 차체를 거침없이 몰고 나간다. 

고속구간에서 들리는 소리는 묘하다. 바람소리와 타이어소리 뿐, 엔진 소리가 없어 어색하다. 한국지엠이 밝힌 이 차의 공기저항계수는 0.326. 잘빠진 스포츠카의 경우 0.29 전후인 것과 비교하면 나무랄데 없는 수준이다. 

스파크 EV는 다양한 충전 모드를 지원한다. 저속충전은 최대 8시간이 걸린다. 급속충전은 20분 내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채운다. 급속충전이나 저속충전이나 하나의 포트로 사용한다는 게 이 차의 장점. 비상시에는 비상충전 코드를 이용해 가정용 전원으로도 충전할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135km로 국내 시판 예정인 전기차들 중 가장 멀리 갈 수 있다고 한국지엠은 강조했다. 출퇴근, 도심주행용으로는 손색이 없는 성능이다. 그렇다고 장거리를 못가는 건 아니다. 중간에 충전소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수 있다. 일일 급속충전횟수 제한이 없어 하루에 몇차례든 충전을 할 수 있어 장거리 운행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8개의 에어백과 통합형 차체 자세제어 장치를 기본 탑재해 안전에 관해서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진입에 나선 한국지엠은 배터리와 드라이브 유닛에 대해 8년 16만 km라는 파격적인 보증을 약속했다. 배터리의 내구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트렁크에는 충전키트와 펑크에 대비한 타이어 수리킷이 있다.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판매가격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차의 판매가격은 3,990만원.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게 되면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1,700만원 전후가 될 것이란 게 한국지엠의 기대다. 하루 50km씩 한달 25일을 운행할 때 전기료가 1만880원 정도라는 게 메이커측 계산이다. 메이커 계산으로는 7년을 운행할 때 같은 조건의 가솔린 경차보다 1,200만원 이상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간의 과장이 있다고 감안하고 1.5~2배 정도 전기값이 든다고 해도 여전히 매력있는 경제성이다. 변수는 있다. 전기차 보급 정도에 따라 정부의 정책과 전기료가 달라질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35km다. 실제 구매자들은 이 부분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다. 세컨카로서는 안성맞춤이지만 차 한대로 모든 걸 해결해야하는 입장이라면 생각이 많아진다. 급속충전을 몇 차례씩 해가며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충전소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 위치를 일일이 체크해 계획 있게 움직이기도 부담스럽다. 전기차 앞에 ‘도시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엄청난 힘을 내는 모터를 하체가 이기지 못한다. 파워트레인과 차체의 언밸러스는 경차를 이용해 만드는데서오는 당연한 일이다. 결국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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