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C는 이름부터 정겹다. Korean Can Do 라는 의미의 코란도에 ‘씨’를 붙여 마치 코란도를 부르는 뉘앙스의 이름을 만들었다. 이름뿐 아니다. 70년대부터 이어지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코란도여서 친숙하고 정겨울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역사가 오래면 영욕의 세월도 있는 법. 몇 차례 주인이 바뀌고 그 과정에서 ‘호란’을 겪기도 했지만 코란도로 대표되는 쌍용차의 역사는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 코란도C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외형은 페이스 리프트, 인테리어는 풀체인지에 가깝다. 그동안 많은 지적을 받아왔던 인테리어 품질을 크게 높여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중요한 것은 익스테리어가 아니라 인테리어다. 이들이 늘 보고 접하는 부분은 바깥이 아니라 차 안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소비자들의 만족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사실은 인테리어다. 잘 빠진 외모는 차 바깥사람들 눈요기를 위한 것일 뿐 탑승객을 배려하는 것은 인테리어라는 말이다. 그런면에서 코란도C의 인테리어 개선은 돋보인다.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진수를 인테리어로 꼽는 이유다.

이전모델의 조잡한 부분들이 대거 수정 보완돼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무광 우드 그레인을 적용하는 등 완전히 교체됐다. 대시보드 상단은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었고 조수석 에어백의 절개라인도 사라졌다. 차에 타면 핸드폰을 놓아둘 마땅한 곳이 없는데 신형 코란도 C에는 별도의 휴대폰 수납공간이 있다. 여기에 휴대폰 전원 공급 장치나 혹은 거치대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센터 페시아에는 대형 트레이를 만들어 물건을 놓아둘 수 있게 했다.

뉴 코란도 C에는 운전석 통풍 시트가 적용됐다. 요즘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엉덩이가 뽀송뽀송할 수 있다는 게 너무좋다. ‘쾌적’ 그 자체다. 운전석에만 적용된 기능이라 더운 여름 날 혼자서만 아이스크림 먹는 것 같은 미안함이 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2열 시트는 뒤로 17.5도 젖힐 수 있다. 이를 완전히 접으면 트렁크 공간과 평평하게 돼 물건을 실을 때 유용하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켰다. 계기판에 바퀴 정렬상태가 표시된다. 핸들이 감겨있는 것을 모르고 한쪽으로 쏠려 진행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바퀴 정렬은 시동을 끌 때도 표시된다. 주차를 완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핸들은 3회전한다. 약간의 유격도 느껴진다. 유격 없이 타이트하게 꽉 조여진 스티어링휠이 스포츠카의 것이라면 SUV의 핸들은 이처럼 약간의 유격이 있어야 한다. 핸들의 유격은 오프로드에서 타이어를 통해 전해지는 흔들림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어 유용하다.

부드럽게 가속을 했다.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멀리까지 볼 수 있다. 탁 트인 시야가 마음에 든다.

2.0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만들어낸다. 최고출력은 비교적 높은 4,000rpm에서, 최대토크는 2,000~3,000rpm 사이에서 고르게 터진다. 천천히 속도를 높여 시속 100km에 고정시켰다. 이때 rpm은 1,800 수준이다. 최대토크를 내지 않아도 시속 100km의 속도를 낼 만큼 효율적이다. 속도를 시속 120으로 올리면 rpm은 2,000에 맞춰진다. 6단 변속기의 효율이 느껴진다. 코란도 C의 엔진은 4점 마운팅 방식이다. 모두 4곳에서 엔진을 고정에 3점 마운팅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적다고 쌍용 측은 설명했다.

핸들 아래쪽에 패들 시프트 버튼이 있다. 이를 조작하려면 핸들을 아래쪽으로 다시 잡아야 한다. 기능적으로는 좋지 않은 위치다. D레인지에서는 패들 버튼을 눌러봐야 수동 변속이 안 된다. 변속레버를 수동으로 옮겨야 수동변속이 가능하다. 시속 100km에서 4단을 마크하는데 3단으로 변속해도 변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속도를 좀 더 낮춰야 3단 기어가 물린다.
수동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은 3,500rpm까지 회전수를 높이며 속도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변속레버를 조작하지 않는 한 시프트업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동모드에서는 오직 주인의 명령에 의해서만 변속이 가능하다. 융통성 있고 스마트해서 알아서 상황을 판단하고 조치하는 요즘차들 같지 않다. 우직하고 충성스럽다. 바보스러울 만큼. 어쩌면 쌍용차의 컬러일지도 모르겠다.

스포츠모드로 바꿀 수 있지만 엔진 힘을 모두 끌어내 달릴 때에는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고속 주행에서는 바람소리가 엔진 소리를 잡아먹는다. 엔진 소리는 조그맣게 들릴 뿐이고 바람소리가 모든 소리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뒷좌석은 조금 더 시끄럽다. 리어 휠 하우스와 도어를 통해 파고드는 소리들이 제법 있다. 고속 모드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오디오는 칭찬할만하다. 소리가 짱짱하다. 볼륨을 높여도 소리가 찌그러지지 않고 선명하게 들린다.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스페어타이어 대신 타이어 수리 킷이 트렁크에 실린다. 스페어 타이어가 들어가는 자리에 우퍼 시스템이 장착되기 때문이다.

SUV는 역시 사륜구동이 제 맛이고 사륜구동하면 쌍용차다. 과거 지프형 자동차라 불릴 때부터 오프로드에 강한 SUV 메이커라는 인상이 워낙 강해서다. 코란도 C에는 스마트 AWD 시스템이 옵션으로 적용된다. 도로상태 및 운전조건에 따라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해준다는 장치다. 자체 보호 기능이 있어서 서로 다른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지속적인 AWD 사용으로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 후륜 구동력을 줄여 구동계 손상을 예방해주는 기능이다. 고속주행에서 직진안정성이 좋고 같은 조건의 이륜구동차에 비해 탁월한 코너링 성능을 보이는 게 사륜구동의 장점이다. 코란도 C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프로드 주행과 눈길 같은 미끄러운 길에서야 말할 필요 없이 사륜구동차가 갑이다.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도 있다. 변속레버를 손으로 일일이 옮기는 손맛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존재다. 물론 수동변속기는 연비에도 유리하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수동변속기냐, 자동변속기냐, 이륜구동이냐, 사륜구동이냐를 선택해 차를 만나는 ‘고르는 즐거움’도 충분히 만끽 할 수 있다.

복합연비 기준으로 2WD 수동변속기는 17.2km/L, 자동변속기는 12.8km/L다. 4WD는 수동이 16.1km/L, 자동변속기가 11.6km/L다. 판매 가격은 트림 별로 ▲CVS 2,071만원~2,226만원 ▲CVT 2,380만원~2,572만원 ▲CVX 2,722만원~2,872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핸들이 너무 크다. 소형 SUV에 어울리지 않는 사이즈다. 처음 핸들을 잡으면 마치 버스를 운전하는 기분이 든다. 차의 크기와 성격에 맞게 핸들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선루프는 완전히 열릴 때 까지 스위치를 손으로 누르고 있어야 한다. 닫을 때도 마찬가지다. 운전할 때 가장 바쁜 게 손이다. 손이 핸들을 오래 떠나 있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선루프는 원터치 작동이 가능해야 한다.

시승/사진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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