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미국 16대 대통령이다. 미국 네브래스카의 주도이고 영국 링커셔에도 링컨이라는 도시가 있다. 또한 링컨은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시승차는 링컨 MKZ. 링컨의 고급 중형 세단이다. 덩치 큰 양키처럼 5m에 가까운 길이가 사람을 압도한다. 참 길다. 5m에서 7cm 모자란다. 놀라운 건 이런 덩치의 차를 겨우 2.0 리터 엔진이 끌고 간다는 것. 이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다운사이징의 힘을 절감한다. 포드가 자랑하는 2.0 에코부스트 엔진의 출력은 234마력. 어지간한 가솔린 엔진의 3.5리터 급과 맞먹는 힘이다. 놀라운 효율이다.

그릴은 활짝 편 날개 형상이다. 잘 다듬어서 전체적인 디자인에 잘 녹아들었다. 옆에서 보면 지붕선이 멋있다. 프런트 윈드실드에서 시작된 지붕은 뒤쪽의 트렁크까지 꺾임이 없이 유려하게 이어진다. 차가 크지만 장중한 느낌보다 세련된 느낌이 더 크다.
실내 공간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넓다. 넓은 공간은 그 자체로 고급이고 부의 상징이다. 뒷좌석에 다리를 꼬고 등을 기대앉으면 부러울 게 없다. 뒷좌석 가운데를 통과하는 센터 터널도 그리 높지 않아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지붕은 거의 전부를 통유리로 덮었다. 놀라운 건 이 넓은 유리가 열린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시판 차량중 가장 넓은 선루프가 아닐까 싶다. 과장을 조금 섞으면 컨버터블 느낌을 줄 정도로 확트인 개방감이 마음에 든다.
흰색 투명 커버를 사용한 리어컴비네이션 램프는 큰 차가 주는 무거움을 덜어준다. 큰 차지만 크고 무겁다는 느낌보다 세련되고 가벼운 인상을 주는 디자인이다. 좀 더 젊은 취향이다. 차체 뒷부분에는 안테나가 돌출되어 있다. 미국차 다운 구성이다.
세심한 마무리는 마음에 든다. 앞 유리창과 지붕의 틈새는 야무지게 마무리했고 트렁크 공간은 철판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윗부분까지 마감재로 커버했다.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썼음이 분명한 차다. 예전과 다른 부분들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살짝 당황하게 된다. 아무리 찾아봐도 변속레버가 없다. MKZ은 변속레버 대신 센터페시아 좌측에 세로로 버튼을 만들어 넣었다. 변속레버를 없애 공간을 훨씬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핸들에는 패들시프트를 달아 수동변속에 대응토록 했다.

센터페시아에는 버튼이 거의 없다. 공조장치의 픙량 조절과 오디오의 볼륨 조절은 손가락으로 쓸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터치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실험적인 시스템이다. 잘못 쓸어 올리면 엄청나게 큰 소리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 낯설지만 재미있다.

차는 부드럽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특유의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역시 미국차”라는 소리가 나온다. 말랑거리는 부드러움이 아니다. 거칠게 움직여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스포티한 주행에서도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고속주행안정감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주행 구간에서 차의 승차감이 더 도드라지게 다가왔다. 조금 불안해야 정상인 속도지만 차는 의외로 편안했다. 시속 100km 전후의 구간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거동을 보였다.

핸들은 2.6회전한다. 큰 덩치를 가졌음에도 예민한 조향감을 유지하려는 의도다. 편안한 승차감만을 추구했다면 3회전 혹은 그 이상의 핸들 조향비를 가졌겠지만 그 반대를 택했다. 과감한 선택이다. 승차감도 중요하지만 민첩한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파워트레인은 2.0 에코부스트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터보를 적용해 배기량의 한계를 뛰어넘고 이를 6단 변속기가 조화롭게 컨트롤하는 시스템이다. 엔진 출력은 234마력, 토크는 37.3kgm에 달한다. 2.0 엔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힘이다.
가속을 하면 놀랜다. 2.0 엔진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등받이가 몸을 밀어내는 가속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배기량의 한계를 훌륭하게 뛰어넘었다. 시승하는 모든 속도 영역에서 마찬가지였다. 배기량 3.0 혹은 3.5리터급 엔진과 견줘도 전혀 밀리지 않을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D레인지에서 패들 시프트를 이용한 수동변속은 잠깐 동안만 이뤄진다. D 로 달리다가 3단으로 시프트다운을 해도 잠시후 D로 자동 복귀하는 식이다. 수동변속을 유지하고 싶다면 S 레인지를 택해야 한다.

엔진 소리는 크지 않다. 바람소리 역시 잘 차단되는 편이어서 귀를 자극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휠하우스를 타고 들어오는 잡소리는 거슬린다. 245/45 R 18 사이즈의 미쉐린 타이어는 부드러운 주행에 한 몫을 거든다. 코너에서는 노면을 놓지지 않고 버티며 그립력을 살려준다.

싱크(SYNC) 및 마이링컨 터치 기능은 만능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갖췄다. 날씨,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를 전해주고 모바일, MP3 등 다양한 기능을 목소리 및 스티어링 휠을 통해서도 조작할 수 있다.

기본 제공되는 링컨 드라이빙 컨트롤은 주행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차량이 주행하고 있는 노면 상태를 실시간 파악해 매 순간 각 바퀴로 전달되는 충격을 분산시켜 흡수하는 연속 댐핑 제어 서스펜션,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을 최적으로 맞춰주는 파워 스티어링(EPAS), 엔진 구동, 변속 시스템, 트랙션 콘트롤, 자세 제어 콘트롤 등을 종합 제어한다. 부드럽게 달리던 차가 어느 순간 하드한 느낌으로 충격을 걸러내고 단단하게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는 비결이 여기 있다. 강약 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달리는 동안 스포츠, 컴포트, 일반 모드 등 3가지 모드중 하나를 택해 원하는 스타일의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MKZ에는 전자장비를 동원한 기술들도 채택되어 있다. 차선이탈 경보장치는 핸들 진동과 계기판의 적색 차선표시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전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인상적이다.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정해진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자동으로 제동하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어댑티브 크루즈를 작동시키면 굳이 가속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어 좋다.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기능도 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한 뒤 좌우측을 택해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주차할 수 있는 빈 공간을 찾아내고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해 차를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게 해준다. 차가 커 주차할 때 부담이 크지만 파크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하면 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키를 차 안에 둔 채 도어가 잠겨도 당황할 필요 없다. B 필러에 내장된 키패드에 비밀번호를 누르면 도어를 열 수 있다. 비상시에 매우 요긴한 기능이다. 리모컨 스위치를 이용해 미리 시동을 걸어두거나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점은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다.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차임을 말해주는 부분들이다.

복합연비는 10.2km/L로 고속도로에서 13.3km/L, 도심에서는 8.5km/L를 기록한다. 링컨 MKZ 2.0 에코부스트의 국내 판매가격은 4,700만 원 부터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창에 비치는 잔영이 시야를 막는다. 사이드미러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운전석 대시보드의 잔영이 보인다. 어떨 땐 사이드미러는 안보이고 잔영만 진하게 보이기도 한다. 사이드 미러에 부착된 볼록 렌즈는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때로는 그 부분에 비춰져야할 차의 모습을 가리는 경우도 생긴다. 볼록렌즈는 없어도 좋겠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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