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미국 LPGA 3연승을 기록하며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선 여자 골프선수다. 그녀가 페라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활짝 웃었다. 1년간 국내에서 페라리 FF를 지원받기로 해서다. 4억6,000만원하는 수퍼카다. 남자들의 로망인 페라리를 그녀도 어렸을 때부터 꿈꿨다고 했다. 그런 차를 일 년 동안 태워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다. 박인비는 충분히 그런 영광을 누릴 자격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인비는 스폰서를 잘못 골랐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를 수입 판매하는 FMK라는 회사는동아원(주)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만은 동아원의 3대 주주다. 동아원 1대 주주인 이희상 회장은 전재만의 장인으로 전두환과는 사돈이 된다. 전두환 일가가 FMK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박인비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페라리의 스폰서십을 받아들였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녀를 관리하는 이들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본다. 전두환의 부정한 돈이 그의 아들을 통해 이 회사로 흘러들어갔건 그러지 않았건 상관없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이와 연관된 회사의 스폰서를 받음으로써 박인비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문제는 FMK다. 전두환 씨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민감한 시기에 이런 행사를 강행한 의도가 궁금하다. 지금은 FMK가 어떤 행사를 해도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를 모른다면 무식한 일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오만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FMK는 자신들의 처지도 생각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박인비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박인비로서는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해법은 있다. 박인비가 페라리의 스폰서를 이제라도 거절하면 된다. 아마도 더 큰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전후사정을 모르고 스폰서 제의를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제 전후사정을 다 알았다면 정중하게 이를 되물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모든 상황을 다 알고나서도 전두환 일가의 스폰서를 계속 받는다면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 박인비에게 차를 제공하고 싶은 회사는 FMK가 아니더라도 줄을 섰다.

진심인지 혹은 의례적인 인사치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인비는 어려서부터 페라리를 꿈꿔왔다고 말했다. 기자는 어려서부터 전두환을 만나보는 게 꿈이었다. 그를 만난다면 귀싸대기를 꼭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기자의 오랜 꿈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