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라는 말을 풀어보면 스스로 움직이는 탈 것 정도가 되겠다. 영어로 Automobile 역시 그렇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자동차는 운전자, 즉 사람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은 거짓이다.
그 쓰임새를 따져봐도 그렇다. 목적지까지 ‘움직이기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는 그러나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하루에 한 두 시간 움직이기 위해 스무시간 넘게 세워져 있는가하면, 주말에 잠깐 타기 위해 일주일 내내 서있는 경우도 많다. 정작 자동차의 존재이유인 움직이는 시간은 얼마 안된다.
속도 문제도 그렇다. 자동차의 성능은 진화를 거듭해 요즘 나오는 차들은 대부분 시속 200km를 가뿐히 돌파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법이 정하는 최고속도는 시속 110km가 최고다. 시속 200km를 달릴 수 있는 차를 타고 시속 100km로 얌전히 달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현실은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도, 허락하지도 않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법이 정한 속도를 두세 배 뛰어넘는 차들을 쏟아낸다. 피 끓는 남녀를 한 방에 재우면서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자동차는 존재부터가 거짓이고 모순이다. 차를 팔고 사고, 보험을 들고, 고치는 모든 과정에 거짓은 늘 함께 있다. 많은 정보가 쏟아지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기 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정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대한민국 운전자라면 알아야할 업계의 속임수 ‘자동차와 거짓말’<클 출판사, 1만4,000원>이라는 책을 쓴 이유다. 거짓말은 달콤하다. 돈 없어도 살 수 있다하고, 싸게 판다하고, 우리 상품이 최고라고 연일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그동안 소비자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었던 거짓말과 의심스럽지만 반론하지 못했던 거짓말을 크게 7분야로 나눴다. 신차 영업사원과 중고차 딜러가 차를 팔기 위해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보험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떤 횡포를 부리는지, 정비할 때 어떻게 해야 과잉정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등을 속 시원하게 파헤쳤다. 그 밖에 자동차 회사와 산업에 관한 거짓말을 담았으며, 마지막은 자동차 운전에 관한 잘못된 속설을 찾아 왜 그것이 거짓말인지 꼼꼼하게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에 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운전자들의 잘못된 상식을 깨고, 예비 운전자와 자동차에 관해 잘 모르는 운전자 모두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거짓말은 거짓과 꼼수로 사탕발림한 말들이다. 그중엔 완전한 거짓말도 있고, 거짓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참이 아닌 말도 있다. 정의롭지 않은 말도 있고, 해석에 따라 참과 거짓을 오가는 말도 있다. 참된 말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찾기 힘들고, 구별하기도 어렵다.
거짓에 속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하고, 많은 정보를 재해석해야한다. 그들이 얘기해주지 않는 또 다른 면을 생각해야하고 때로는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도 한다. 불편한 과정을 지나야 제대로 된 정보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달콤한 거짓을 거부하고 불편한 과정을 거쳐 올바른 정보를 가진 소비자가 결국에는 웃는다. 이 책은 더 많은 소비자들이 웃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동차를 취재하며 20년 넘는 세월을 보내는 동안 온전히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글을 썼다고는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오로지 소비자만을 보면서 썼다.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소비를 하는 이들이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내 돈 내고 차를 사고 보험에 들고 차를 고치는 수많은 소비자들을 위해 쓴 책이다.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까발려 미운 털이 박히면 어쩌냐는 것이다. 스스로도 그런 마음이 있었고 그런 핑계로 한동안 게으름을 피우며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해야 할 일이라 판단했다.
소비자가 현명해야 자동차 산업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을 하게된다는 믿음도 있었다. 거짓과 꼼수가 아닌, 제대로 된 상품과 가격, 정직한 소통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산업도 건강해진다는 믿음이다. 신차 뿐 아니다. 중고차, 보험, 정비 등 자동차 산업 전반이 마찬가지다.
내가 몸담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책의 소임은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땅의 모든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