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겨냥한 아우디의 그물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세단인 A, 고성능 모델 S, SUV인 Q로 기둥을 세우고 각각의 장르에서 대중소형으로 세분한데서 더 나아가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더 많은 고개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다양한 모델의 면면들은 하나같이 격조가 있고 단정하지만 강한 개성을 간직하고 있다. 무난하고 평범한 무색무취의 브랜드라는 과거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든다. 아우디 역사상 초절정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좋을 요즘이다. 

A5에서 파생된 아우디 A5 스포트백은 쿠페의 스타일링, 세단의 안락함, 왜건의 실용성을 모두 갖췄다는 차다. 모든 장르의 차가 이 안에 녹아 있다. 복합장르라 할 수 있다. 2.0 TDI 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과 7단 S-트로닉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로 동력장치를 무장했다. 길이 4,712mm, 너비 1,854mm, 높이 1,391mm, 휠베이스 2,810mm로 넓고 낮은 비례를 갖췄다. 기본 480리터의 적재공간은 뒷좌석을 접으면 980리터까지 늘어난다.

지방을 쫙 뺀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날렵하다. 게다가 낮다. 정면 모습은 LED 램프가 도드라진다. 아우디는 LED램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브랜드중 하나다. 벤츠가 최근 신형 E 클래스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자랑한 LED 램프를 아우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적용하고 있다. 시선을 잡아끄는 디자인이지만 그렇다고 요란하게 오버하진 않았다. 적정한 선에서 절제된 모습이 오히려 더 세련됐다. 

보기 좋은 쿠페 스타일의 함정은 있다. B 필러에서 정점을 이루는 쿠페 라인이 뒷좌석 머리 윗공간을 좁게 만든다. 센터 터널도 높게 솟아 공간을 더 제약한다. 그나마 지붕 안쪽을 파내서 최소한의 머리 윗공간을 확보했다. 센터 페시아는 운전석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 운전자 를 배려하고 있다. 

아우디의 자랑 TDI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177마력, 38.8kgm의 힘을 내는 동력원이다. 제원표에 따르면 7.9초 만에 시속 100km를 돌파하고 최고속도는 222km/h에 달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7단 듀얼 클러치의 변속 시간. 수천분의 1초의 속도로 변속을 해 낸다. 수동변속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다. 빠른 변속타이밍은 동력손실을 막아 준다. 연비와 성능 모든 면에서 이익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가솔린 엔진이 가볍고 맑은 소리를 낸다면 디젤엔진은 조금 무겁고 낮은 소리가 특징이다. A5 스포트백의 엔진 사운드는 조금 더 잘 익었다. 굵고 낮은 사운드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가장 무난한 조향비다. 7단 변속기는 1,500rpm에서 시속 100km를 마크할 만큼 안정적이다. 놀라운 효율이다. 엔진의 출력을 7단 변속기가 효율적으로 컨트롤해 큰 힘 쓰지 않고도 시속 100km를 커버하는 것이다. 

변속은 빠르게 이뤄진다. 시속 40, 64, 100, 130, 160km에서 각각 윗단으로 기어를 갈아탄다. 7단 변속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빠른 변속으로 연료 낭비 없이 속도를 끌어 올린다. 그렇다고 택시 운전처럼 힘 없는 변속을 하는 건 아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4,000rpm을 지나면서 변속이 일어나고 3,500까지 떨어진 rpm은 다시 상승하며 힘 있게 차체를 끌고 달린다. 

드라이브 셀렉터모드는 오토, 컴포트, 이피션시, 다이내믹, 인디비듀얼, 5개 모드가 있다. 자신의 기호, 도로 상태, 운행 목적에 따라 5개 모드중 하나를 선택해 달리면 된다. 
오토 모드를 택하면 시속 120km를 넘기면서 엔진소리보다 바람소리가 조금 커진다. 엔진 사운드를 조금 더 강하게 듣고 싶다면 다이내믹 모드를 택하면 된다.  

손에 쥐기 좋은 굵기인 핸들에는 패들 시프트가 달려있다. 왼쪽은 시프트 다운, 오른쪽은 시프트 업 버튼이다. 자동변속에 맡기지 않고 운전자의 의지로 변속을 할 때 아주 효과적인 장치다.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충격을 받아도 차의 흔들림은 크지 않다. 잔진동도 거의 없어 훨씬 안정감 있는 자세를 보인다. 단단한 서스펜션에 더해 네바퀴 굴림인 콰트로 시스템이 차체를 잘 받쳐준 결과다. 
코너도 무섭지 않다. 콰트로 특유의 고속과 코너에서의 안정감이 살아있다. 후륜구동에서 운전자 기량의 80% 정도를 발휘할 수 있다면 콰트로에선 110% 정도까지 시도해도 큰 무리가 없다. 네바퀴 굴림의 장점이다.  

마무리가 깔끔한 브레이크는 인상적이다. 확실하게 속도를 제어한다. 급제동을 하면 비상등이 자동으로 점멸해 주변 차에 경고를 보낸다. 복합연비 15.0km/L. A5 스포트백은 5,840만원, 뉴 아우디 A5 스포트백 다이내믹은 6,290만원이다. 예쁘고 멋있다. 게다가 잘 달린다. 매력 있다. 흔한 모습이 아니어서 나만의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이들에겐 딱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대시보드의 잔영이 차창에 반사된다. 비가 올 때, 밤에 차창에 반사되는 잔영은 특히 더 거슬린다. 핸들에는 음성인식 버튼과 i내비 버튼이 있지만 국내에선 무용지물이다. 아우디의 국내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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