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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치고 차마시고 꽃 팔고, 현대차 전시장의 대변신

오전 10시가 지난 늦은 아침, 서울 올림픽 공원 인근의 한 자동차 전시장. 자동차를 전시해 판매하는 이 곳에서 난데없는 골프공 치는 경쾌한 타구 소리가 울린다. 자동차 전시장을 찾은 중년의 여성 고객이 레슨을 받으며 골프 연습에 여념이 없다. 현대차 올림픽 지점의 늦은 아침 풍경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여의도의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커피 한잔의 망중한을 위해 모여드는 율촌 빌딩의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선 손님들의 눈앞에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매장 안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 사이 사이로 4대의 자동차가 얌전하게 전시돼 있는 것. 커피숍인 이곳은 현대자동차 여의도지점이기도 하다.

강남 대치동에는 미술작품을 걸어놓은 자동차 전시장이 있다. 2010년부터 ‘대치 H아트 갤러리’로 변신한 이 곳에서는 ‘모터 & 아트 하모니 전’을 시작으로 ‘오마주 투 빈센트 반고흐 전’ 등의 전시회를 수시로 열어왔다. 7월부터 10월까지 ‘고갱과 그의 친구들’을 테마로 한 전시회가 진행 중인 이곳은 현대자동차 대치지점이다.

현대자동차의 직영 전시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변신중이다. 자동차만을 전시해 놓은 공간에서 벗어나 주제를 가진 테마 전시관으로 전시장을 확 뜯어 고치는 것. 필요한 곳이라면 전시장 안에 별도 사업자가 영업을 하는 숍인숍 개념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커피숍 ‘커피빈’과 플라워샵 전문 브랜드 ‘스텔라’, 골프 티칭 브랜드인 ‘골프텍’ 등이 현대차와 손잡고 테마전시장을 함께 운영한다.

2010년, 현대차 대치지점에 H 아트 갤러리가 들어선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전국의 주요 직영전시장이 다양한 주제를 가진 테마 전시장으로의 탈바꿈이 시작됐다. 경기도 수지와 대전 대덕밸리 지점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보카 폴리가 있는 키즈카페를 만들었다. 서초와 분당, 운정, 대전 서부 전시장에는 꽃집을 전시장에 들여온 플라워 지점도 생겨났다. 여의도와 함께 서울 성내 지점은 커피숍이 함께 영업하는 카페 전시장이 됐다. 올림픽 지점의 골프 전시장이 가장 최근에 문을 열었다.

현대차의 테마전시장은 다양한 의도가 깔린 포석이다. 우선 ‘프리미엄 서비스’다.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들 도입한 현대차가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가 바로 ‘고객 중심의 프리미엄 서비스’다. 테마 전시장은 이 같은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하는 좋은 공간이 된다. 지역에 맞춰 특성화되고 차별화된 전시공간을 꾸며 고객들의 감성까지 만족시키겠다는 것.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테마 전시장은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전시공간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접해본 이들이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다를 것이란 얘기다. 경쟁 브랜드에서는 찾기 어려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현대차는 뭔가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것.

언제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잠재적인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에도 테마전시장은 효과적이다. 커피를 마시러 들른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차를 둘러볼 수 있고, 도서관과 놀이 시설을 갖춘 키즈 카페 전시장을 찾아 부모들이 아이들과 편하게 즐기며 더불어 자동차도 접하게 한다는 것이다. 올림픽 전시장을 찾아 가면 티칭 프로에게 20~30분 정도 원포인트 골프 레슨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차를 파는 전시공간이 아니라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어 잠재고객들이 부담 없이 자동차를 접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해당 전시장의 매출이 당장 늘지는 않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현대차의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커피빈과 함께 공간을 쓰는 여의도 지점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현대차 여의도지점의 강창식 차장은 “점심때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인다. 하루 600명 정도가 찾는다. 일반 전시장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커피를 마시러온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직접 차에 앉아보는 손님들도 많다고 그는 전했다.

현대차 여의도 지점은 국내외 딜러들의 반드시 찾아보는 코스가 됐고 자동차 관련업계는 물론 여의도 인근에 자리한 기업체에서도 자주 견학을 와서 살펴보는 유명 전시장이 됐다.

골프를 테마로 해서 7월 2일에 문을 연 올림픽 지점의 김승찬 지점장은 “쏘나타와 그랜저가 많이 팔리는 지역이다 보니 골프가 좋은 매게체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서 그는 “프리미엄 고객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전시장이 아니라 고객의 필요에 부응하는 여유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골프를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와 프로모션에 나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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