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접어든 부산은 젖어 있었다. 잠시 비 그친 하늘은 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부산 경마공원에 준비된 시승차는 7세대 신형 골프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올해 5,000대를 팔겠다고 자신하는 그 모델이다. 주력 화기를 교체한 폭스바겐은 이제 그 여세를 몰아 수입차 1위 고지에 오르겠다는 의지다. 

국내에는 1.6 TDI 블루모션과 2.0 TDI 블루모션이 먼저 시판된다. 이어 9월에는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모델을 들여올 예정이라고 폭스바겐측은 밝혔다. C 세그먼트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골프의 한국 출시로 수입차 시장은 벌써부터 긴장 모드다. 7세대 골프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하나가 더 있다.  골프는 폭스바겐이 MQB플랫폼(Modular Transverse Matrix: 가로배치 엔진 전용 모듈 매트릭스) 을 사용해 만든 첫 차다. 폭스바겐 그룹은 향후 7개의 플랫폼으로 모든 차종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MQB플랫폼은 골프 이외에 비틀, 아우디 A3, TT 등에도 적용된다. 폭스바겐 그룹의 C세그먼트에 속하는 차들이 모두 이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은 플랫폼이다.

길이4,255mm, 너비 1,799mm, 높이 1,452mm로 기존  6세대 골프에 비해 56mm길어지고 13mm넓어지고 28mm낮아졌다.  앞 차축을 좀 더 앞으로 당겨 오버행이 짧아졌고 휠베이스는 59mm가 길어졌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자세를 갖는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워진 얼굴은 단정하지만 야무지다. 새 모습의 헤드램프와 보닛에서 범퍼로 흐르는 라인은 단호하다.  단호함은 또 있다. 두텁고 단단한 C 필러다. 오랜 시간 골프의 디자인 특징으로 자리 잡은 단단한 C필러가 7세대  모델에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골프의 역사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LED를 적용해 측면에 살짝 걸쳐지는 리어램프는 해치백의 뒷모습을 완성하는 키 포인트다. 주름을 잡아놓은 듯 간결한 라인이 좌우의 리어램프를 이어주고 있다. 완전히 다른 7세대 모델이지만 골프의 역사가 곳곳에 살아있는 디자인이다. 새로운데 어딘지 익숙한 모습. 전통과 변화가 적절하게 조화된 진보다. 

인테리어는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 기존 골프의 인테리어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잘 살펴보면 곳곳에 깨알 같은 변화들이 숨어있다. 비슷한 것 같으나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로 디자인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스티어링 휠은 원형 아래를 아주 조금 깎아 D컷 핸들의 느낌을 살렸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방향으로 살짝 돌려놓았다. 변속레버 주변으로 오토스탑, 파킹 어시스트, 주행 모드 버튼이 자리했다. 인테리어 재질들도 이전 골프보다 한 단계 더 고급스러워졌다. 손가락 끝이 먼저 느꼈다. 여기저기 만져보는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촉감이 한결 부드럽고 깊이가 있다.

직물과 알칸테라 가죽으로 두 가지 색을 입힌 시트는 세련돼 보인다.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시트는 운전자 몸에 착 달라붙는다. 

트렁크는 바닥 높이가 100mm 낮아졌다. 30리터 더 넓어진 것 보다 100mm 낮아진 것이 더 고맙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는 수고를 그만큼 덜 해도 되기 때문이다.

2.0 TDI모델에 먼저 올랐다. 조용했다. 첫발을 때고 받은 첫 느낌이다. 시동을 걸고 움직이는 느낌이 이전보다 더 조용했고 부드러웠다. 작은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 아! 이놈 제법이구나” 제대로 조련된 엔진은 더 잔잔해졌다.

핸들은 2.8회전으로 세바퀴를 다 못 돈다. 그래야지. 그냥 편안하게 달리는 차라면 골프일 수 없다. 조금 예민한 핸들링이 받쳐줘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이 당찬 해치백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2.0 TDI엔진은 6단 DSG 변속기와 궁합을 맞춰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으로 공차중량1,410kg인 2.0 TDI를 사뿐히 끌고 간다. 신발은 1.6과 2.0 모두 225/45R 17 사이즈다.  

시속 100km를 넘기 전까지 조용하게 사뿐거리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실내는 편안했고 차는 가거대교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있는 듯 없는 듯 바람소리조차 숨을 죽인다. 과속방지턱을 넘어설 때의 느낌도 나쁘지 않다.

섬에선 모든 길이 굽었다. 꼬부랑 할머니의 허리처럼 굽은 길이 섬의 곳곳을 잇고 있었다. 거제도의 해안선을 따라, 산속으로 파고드는 골짜기를 따라 굽은 길에 20여대의 골프들이 무리를 지어 달렸다. 시원하고 통쾌한 코너링을 즐기기에 섬은 딱 좋은 공간이다. 작은 차라 앞뒤 방향의 흔들림 즉 피칭에 특히 약한 구조지만 생각보다 흔들림은 덜했다.  좌우 방향의 흔들림, 즉 롤링은 흠잡기 힘들 정도다. 단단한 차체 강성과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의 흔들림을 잘 제어하며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짧은 차라 코너에서 차의 뒷부분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덜하다. 야무지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할 때마다 무릎은 피곤하다. 특히 왼쪽 턴을 할 때 몸을 지탱하려는 무릎이 센터페시아를 지지대 삼아 기대는데 딱딱한 재질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전혀 나누지 않는다. 조금 부드러운 재질이었으면 좋겠다.

골프의 진면목은 고속주행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다. 단단하게 차체를 지탱하며 도로를 물고 달리는 느낌은 속도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부분 줄여준다. 작은 차체임에도 흔들림이 덜해 체감속도와 운전자의 불안함을 덜어주는 것. 동급의 다른 차들에 비해 한 수 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역시 골프다. 
7단 DSG를 적용한 1.6  모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오르막길 가속은 2.0을 따라가기 버겁다. 가속 페달을 바닥에 붙여도 힘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105마력, 25.5kgm의 토크는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1.6 디젤의 한계를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신형 골프에는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Driving Profile Selection) 기능이 있다. 스포츠, 노멀, 에코, 인디비듀얼 모드를 택해 달릴 수 있다. 프리미엄급 모델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능이다. 인디비듀얼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엔진, 전조등, 에어컨 등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선택해 주행할 수 있다. 각 모드에서 차의 거동이 확연히 변화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중 스포츠 모드에서 느끼는 다이내믹함은 단연 압권이다. 빠른 가속반응도 인상적이지만 특히 엔진 브레이크가 확실하게 작동해 브레이크를 밟는 수고를 많이 덜어준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스르르 꺼지는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잠깐 멈췄다 1-2m만 더 움직인 뒤에도 시동을 다시 꺼진다.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블루모션 테크놀로지의 정수다. 그 기술로 완성된 이 차의 연비는 만족스럽다. 골프 1.6 TDI의 도심연비는 17.1km/L, 고속도로에서 21.7km/L, 복합연비는 18.9km/L에 이른다. 2.0 TDI는 도심 15.0km/L, 고속도로 19.5km/L로 복합연비는 16.7km/L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으로 무장한 신세대 골프는 판매 가격에서 한 번 더 펀치를 날렸다. 1.6이 2,990만원, 2.0은 3,29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몸에 잘 맞는 시트는 그러나 불편하다. 시트를 조절하려면 동그란 레버를 열심히 돌려야 해서다. 세대교체를 하며 차의 여러 부분을 개선했으면서도 굳이 시트 조절 레버는 예전 그대로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블루투스와 USB 단자를 함께 이용할 수 없다. 블루투스로 핸드폰에 담긴 음악을 듣다가 핸드폰 충전을 위해 USB와 연결하면 블루투스 기능이 멈춘다.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 기능은  차급에 비해 고급이지만 조작은 불편하다. 모드 버튼을 누른 뒤 화면에 뜨는 4개의 버튼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눌러야 한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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