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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토요타는 왜 숲으로 갔을까. 시라카와코 자연학교

프리우스를 만들며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 시대를 연 토요타자동차의 환경에 대한 집착은 집요하다. 회사 이름을 딴 숲을 대규모로 조성해 조림사업에 나서는가하면 농업 바이오분야에도 진출해 농작물과 수목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바이오녹화연구소를 운영한다. 주택사업을 통해서는 저탄소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에 대응하는 스마트하우스를 만들기도 한다. 토요타의 친환경 경영 현장을 둘러본 르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1. 친환경 철학이 깃든 츠츠미 공장

2. 바이오녹화연구소, 농업을 연구하는 자동차 회사

3. 토요타는 왜 숲으로 갔을까. 시라카와코 자연학교


일본 북알프스의 영봉에는 5월에도 눈이 있었다.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단 몇 초를 견디기 힘들만큼 차가웠다. 냇가의 돌들을 모아 조그만 댐을 만들고 물레방아를 돌려 조그만 전구에 불을 밝히는 장난 같은 체험을 했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가 동동 거리며 댐을 쌓아 물길을 만들고 물레방아가 있는 곳에는 조금이라도 힘을 더 받게 하기 위해 낙차를 만들어가며 머리와 몸을 함께 썼다. 멈춰있던 물레방아가 돌기 시작하고, 도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꺼질듯 말듯 조그만 불빛이 전구에 밝혀지는 순간 참가자들의 입에선 함성이 터진다. 이 조그만 빛조차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램프를 LED로 교체하면 빛은 조금 더 밝아진다. 에너지의 효율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체험을 통해 알게 된다. 바로 토요타 시라카와고 자연학교의 환경기술체험 프로그램이다.

일본 중부지역 기후현에 자리한 시라카와코는 원시림이 울창한 곳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지역이다. 토요타는 이곳에 2005년 4월 자연학교를 짓는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법 제도의 개선 못지않게 사람들의 환경의식이 향상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토요타 시라카와코 자연학교는 이처럼 사람들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문을 열어 자연과 접하는 치유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토요타는 밝히고 있다.

토요타가 소유하고 있는 172 헥타르, 약 52만평의 부지중 4.5ha가 자연학교로 활용된다. 시라카와코 자연학교는 토요타가 소유하지만 모든 프로그램과 이벤트, 시설운영관리는 비영리 활동법인인 시라카와코 자연공생포럼이 맡는다. 포럼에는 법인 회원 40개사와 지역주민을 포함해 개인회원 270명이 참여하고 있고 32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자연학교에서는 다양한 환경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었다. 가이드와 함께 숲을 걸으며 숲에 사는 나무와 식물, 곤충, 동물 등 다양한 생물들에 대해 애기를 나누며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물고기를 잡아 직접 손질해 구워 먹기도 한다. 한 밤중에 별자리를 관측하거나 나무를 심고 한겨울 설피를 신고 눈 쌓인 숲길을 걷기도 한다.

환경기술체험 프로그램에는 앞서 얘기한 수력발전 체험 외에도 연료전지 체험도 있다. 직접 손잡이를 돌려 물에서 수소를 만들어내고 이를 장난감 같은 조그만 차에 장착해 직접 차를 구동시키며 연료전지 차의 개념을 익히는 것. 어느 차가 오래 달리나를 겨루는 간단한 경기도 열며 참가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토요타의 이 같은 자연활동이 시라카와코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토요타의 본거지인 토요타시 이와쿠라쵸 잇뽄마츠에는 ‘토요타 숲’이 있다. 토요타는 회사 사유지인 이곳을 ‘마을 뒷산’으로 재정비하고 지역주민들의 환경학습의 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토요타 숲의 전체 규모는 45헥타르. 이중 15헥타르를 활용해 정비구역, 보전지역, 활용영역으로 나눠 일반인들에 공개하고 있다. 나머지 30헥타르의 숲은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적용해 정비하고 있다.

토요타 숲에는 모두 7명의 ‘인터프리터’가 방문객들을 인솔해 숲을 설명해준다. 인터프리터는 인간과 자연의 중개자로 자연의 메시지를 알기 쉽게 ‘통역’해주는 숲 해설가들이다. 숲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생명들이 살고 있고, 어떤 먹이 사슬이 그 안에 존재하는지, 인터프리터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가 얼마나 자연을 모르고 살아가는지 새삼 깨달았다.

토요타는 왜 숲으로 갔을까. 왜 이들은 자연에 집착할까. 자동차 회사가 왜 농업기술까지 파고들까. 형식적인 사회공헌활동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을까. 2박3일간 토요타의 친환경경영 현장을 둘러보며 드는 의문이었다.

토요타의 친환경사업은 달랐다.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그려진 큰 그림에 따라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차에만 극한하지 않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찾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실제 필드에서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어쩌면 그 큰 그림의 작은 한 조각에 불과하다. 전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는 토요타의 친환경 기술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환경, 즉 자연을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나 자동차나, 또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나 다르지 않음을 토요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일본 시라카와코=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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