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SUV 11대가 강원도 인제 서킷에 모였다.
다음자동차에서 준비한 제1회 카테스트의 테마는 ‘SUV’. 국내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는 11대의 SUV를 서킷에 모아 평가해보는 자리를 다음자동차가 마련했다. 이만큼 많은 SUV가 한 자리에 모인 것도 대단하지만 공식 개장하기 전인 인제서킷에서 차를 타 보는 것이기에 더 큰 매력이 있었다.
가격대로 보면 3062만원인 싼타페 디젤서부터 1억 8890만원인 레인지로버까지, 배기량으로는 1995cc인 싼타페 디젤서부터 5,461cc인 벤츠 ML 63AMG까지 다양한 모델들이 참가했다. 가격도 배기량도 출력도 제각각인 차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SUV 라는 사실이다.
10여명의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준비된 SUV를 타고 서킷과 인근 오프로드를 달리고 각 모델의 상품성, 경제성 등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다음자동차는 각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고 여기에 더해 적재공간을 직접 측정하는 등 객관적인 평가를 추가로 진행해 그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다.
인제 서킷의 총 길이는 3.9km. 두 부분으로 나뉜 코스중 2.0 km 구간을 테스트 코스로 이용했다. 정식 개정전에 준비한 행사라 누구보다 먼저 서킷을 달려보는 재미도 컸다. 서킷을 평가한다면 ‘다이내믹 롤러코스터’다. 있는 힘을 다해 급경사를 치고 오른 뒤 헤어핀 커브를 돌아 다시 내려 꽂히는 코스는 인제 서킷의 백미였다. 고저차가 심하고 커브도 좁아 드라이버의 담력과 테크닉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코스다. 특히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달리다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코스에서는 드라이버의 담력이 중요한 포인트. 안전을 위해 미리 속도를 줄이면 추월을 감수해야하고(안전을 위해 테스트 도중에는 추월이 허용되지 않았다), 무모하게 달리다간 사고를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구간이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나온 뒤 만나는 직선로는 차의 성능을 100% 뽑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있는 힘껏 달리며 각각의 모델들의 반응을 보면 그 차이를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차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기량이 완전히 어우러져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재미있는 코스다.
길지 않은 오프로드는 잠깐 맛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짧은 길에서도 차의 반응은 미묘하게 갈리고 부변속 기능이 있는 차들은 훨씬 여유 있게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었다.
다음은 11개 모델을 타본 간단한 느낌이다.
BMW X5 30d
245마력의 파워는 서킷을 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배기량이나 출력이 턱없이 높지 않아 심리적인 거리감이 덜한 프리미엄 SUV다. 서킷에서도, 온로드에서도, 오프로드에서도 두루두루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선보인 지 오래됐고 후속모델 출시가 임박해있어 디자인이 주는 임팩트는 크지 않다.
볼보 XC 60 D5 2.4 AWD
높이 1600mm로 테스트에 나선 차중 가장 낮은 모델이다. 215마력의 출력은 하위권. 동산을 오를 때에는 힘에 부치는 느낌도 들지만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서라면 부족함이 없는 힘이다. SUV의 실용성에 더해 시티 세이프 등의 안전 장비를 갖추고 있어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차였다.
벤츠 ML 63 AMG
AMG로 무장한 최강 SUV. 경기용 머신을 능가하는 퍼포먼스로 서킷과 오프로드를 자유자재로 누볐다. 최고출력 525마력을 다 발휘하기에 인제서킷은 너무 좁았다. 동산을 오르내리고 직선로에서 순간 가속을 할 때엔 심장이 말 그대로 쫄깃해진다. 리터당 6.4km/L인 연비는 당연히 최악이다. 더불어 1억5,500만원이라는 가격은 아무나 살 수 없는 차임을 말하고 있다.
뉴 쏘렌토 4WD
서킷 주행에서는 간간히 출력 부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르막에서의 더딘 반응, 순간 가속에서도 확연히 반응이 느렸다. 코너에서 단단히 차체를 제어하는 능력도 상대적으로 열세임을 숨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가 갖는 경쟁력은 있다. 3,189만원으로 4WD인 SUV를 즐길 수 있다는 경제적인 매력은 크다.
아우디 Q5 3.0 TDI 콰트로
비교적 낮은 높이와 245마력이라는 고출력을 확보해 참가한 SUV중 서킷주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건을 갖췄다. 높이가 낮아 코너에 부담이 없고 가속에 부담없을 정도의 적정한 힘으로 스포츠 세단을 타듯 서킷을 즐길 수 있었다. 오프로드에서 낮은 높이는 감점요인. 길이 험해지면 힘은 충분하지만 바닥이 닿을까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기가 부담스럽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2.8 디젤
랭글러가 서킷을 달리는 건 한 편의 코미디다. 도대체 이 차를 왜 서킷에서 타야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 당연히 서킷 주행성능은 최하위다. 하지만 창피한 일이 아니다. 일반 도로에서는 무난하게 움직였고 오프로드에 올라서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 난이도의 하드코어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하는 궁극의 오프로더다.
폭스바겐 투아랙 4.2 V8 TDI
말이 SUV이지 서킷에서 달리는 모습은 레이싱머신을 능가한다. 폭발적인 순간 가속력으로 제로백 5.8초를 기록하는 성능은 운전자를 으쓱하게 만든다. 최대토크 81.6kgm는 다른 어떤 SUV도 넘볼 수 없는 수준. 오프로드에 올라서면 차체를 높여 랭글러 못지않은 돌파력을 선보인다.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두루 막강한 성능을 보이는 이 차, 1억이 넘는 가격이 부담이다.
포드 이스케이프 2.0 AWD
길이 4,525mm, 너비 1,840mm로 참가한 SUV중 짧고 좁다. 1,999cc의 낮은 배기량에서 243마력의 힘을 뽑아내는 효율적인 차다. 길이가 짧아 코너에서도 부담이 덜하고 직선로에서는 나름 안정적인 가속을 즐길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도 무난한 성능을 보였다. 4,105만원.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수입 SUV라는 점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레인지로버 5.0 SC
63.8kgm의 토크와 510마력의 힘은 무대를 가리지않고 최강의 성능을 보였다. 5m에서 단 1mm 빠지는 길이를 가진 덩치로 인제 서킷의 코너를 야무지게 타고 도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직선로에서 풀가속을 하면 눈깜짝할 새에 첫 코너를 만난다. 오프로드는 레인지로버의 존재 이유다. 어떤 길도 이 차를 막지 못한다. 1억 8.890만원. 비싼 가격이 문제라면 문제다.
싼타페 디젤 e-VGT R 2.0 4WD
참가 차량중 배기량과 출력이 가장 작은 차다. 가격도 제일 싸다. 역으로 말하면 가장 저렴한 4WD라 할 수 있다. 날고 뛰는 차들과 함께 달리며 오르막에선 한 템포 늦고 직선로에서도 출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서킷과 오프로드를 즐기는데 부족하지는 않았다. 지루한 일상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말은 이 차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렉서스 RX450h
참가한 차량중 유일한 하이브리드 모델. 299마력의 힘은 서킷을 즐기는데 충분한 성능이지만 렉서스 특유의 조용함은 서킷과 묘한 부조화를 이룬다. 부드럽지만 힘 있게 잘 달렸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모두 풀가동하며 힘을 뽑아내는 직선로에서의 반응이 가장 인상 깊다. 오프로드에서도 조용하게 움직이는게 인상적이었다.
인제=오종훈 yes@auto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