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메뉴판에 새로운 메뉴를 보탰다.

배기량 1.6 리터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터보를 얹고 듀얼클러치를 더해 새로운 맛을 강조한 메뉴의 이름은 ‘SM5 TCE’. 엔진 최고출력은 190마력에 달한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쯤에서 다운사이징을 떠올릴법하다. 기존 SM5의 2.0 엔진 대신 1.6 엔진으로 배기량을 줄였으면서도 터보와 듀얼클러치 조합으로 더 큰 힘을 쏟아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바로 다운사이징의 모범적인 답안이다. 제원표에 드러난 숫자를 읽는 순간부터 감탄사가 나온다. 제법이겠는걸.르노삼성차가 새로 내놓은 신모델 SM5 TCE를 타고 춘천고속도로를 달렸다.

외관 디자인은 소소한 디테일에서 변화를 줘 이 차의 남다른 정체성을 알리고 있다. 17인치 블랙 투톤 알루미늄 휠, 듀얼 머플러, 전용 엠블럼 등이 SM5 TCE임을 알리는 특징이다. 블랙 & 화이트 컨셉으로 단장한 인테리어는 큰 변화가 없다. 조수석에 앉으면 머리 윗공간 압박이 심하다. 시트를 낮출 수 없어 부득이 등받이를 뒤로 더 조절해야 했다.
굵기가 얇은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중형 패밀리 세단에 어울리는 무난한 조향비다. 굵은 핸들이 묵직한 느낌을 준다면 얇은 핸들은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면 가솔린 엔진의 잔잔한 숨소리가 터진다. 직분사 엔진이 조금 더 시끄럽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가속페달을 툭 하고 밀어냈다. 신호에 맞춰 차가 가볍게 출렁인다. 나가는 반응이 생각보다 가볍고 빠르다. 1.6 엔진, 터보, 듀얼 클러치의 조합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전체를 통틀어 처음 도입하는 시스템이라고 르노삼성차는 설명했다.

듀얼 클러치가 특히 궁금했다. 부드럽지만 밋밋한 무단 변속기가 일본의 특성을 보여준다면 빠른 변속으로 만들어내는 강한 파워와 우수한 연비는 유럽에서 만들어진 기술이다. 실제로 이 차에 올라간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독일 게트락사가 공급한다.

워커힐 호텔을 빠져나와 잠깐의 정체구간을 지나 쭉 뻗은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일단 밟았다. 가속이 어렵지 않다. 스포츠카처럼 팡팡 탄력 있게 터지는 고성능은 안니다. 하지만 쭉 끌고 올라가다 툭하고 변속이 이뤄지고 다시 힘차게 속도를 올리는 듀얼클러치의 변속감이 맛있다. 무단변속기의 편안하지만 밋밋한 느낌보다 힘이 느껴지는 이런 변속감이 더 좋은 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이 있는 인생처럼, 드라이브도 마디마디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주는 변속감이 나는 좋다.

평지에서 시속 100km에 속도를 맞추고 정속주행에 들어갔다. rpm은 2,000을 조금 상회한다. 속도는 원하는 만큼 빠르게 올라갔다. 타임랙이 거의 없는 터보작동은 거슬리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편이다. 그렇다고 물렁거리는 건 아니다. 노면 충격을 잘 잡아주면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내는 서스펜션이다. 엔진과 변속기조합을 스포티하게 가져갔지만 서스펜션을 따로 손본 것은 아니다. 좀 더 완벽한 조화를 위해선 약간 더 하드한 서스펜션이었으면 좋겠지만 한국이 많은 소비자들은 딱딱함보다 조금 부드러운 편을 선호한다. 잔잔한 충격은 잘 흡수했고 조금 큰 충격이 전해질 때엔 출렁이는 느낌이 온다.
브레이크는 SM7의 브레이크를 가져왔다고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고속주행중에서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한 이유다.
2단이 80km/h까지 커버하고 3단은 120km/h까지 치고 나간다. 이후로도 가속은 거침없이 이어진다.

의외로 바람소리가 작다. 고속주행중에도 바람소리는 귀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고속구간에서 바람소리만으로 속도를 판단한다면 -20~30km/h 수준이다.

앞바퀴굴림 차들은 저속에서 핸들을 놓은 채로 가속을 하면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토크스티어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시승차는 그런 현상이 심하지 않았다. 약간의 쏠림이 있었지만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다.

SM5 TCE는 낮은 배기량의 한계를 직분사 방식과 터보, 듀얼클러치로 잘 극복해냈다. 오히려 SM5 2.0 보다 탁월한 파워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고성능 세단이라기보다는 패밀리세단의 성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차라고 평가해 본다.
판매가격은 2,710 만원, 연비는 13.0km/L이다.

SM5 TCE는 손님이 줄어든 음식점에 새로 출시한 메뉴 같은 차다. 손님이 줄어든 음식점이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가 있다. 식재료에 신경을 더 쓰고 식당 인테리어를 바꾸고, 종업원 교육도 철저히 해야 한다. 왜 손님들이 예전보다 줄어드는지 분석해야하고 손님을 끌어올 수 있는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새로 내놓은 메뉴가 손님들의 입맛에 잘 맞을지, 줄어든 손님들이 다시 이 가게로 찾아들지, 이제 시장을 지켜볼 차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한국의 자동차 세금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엔진이다. 이 차의 배기량은 1,618cc로 cc당 200원을 매년 자동차 세금으로 내야 한다. 1,600cc 이하는 cc당 140원을 적용받는다. 약 10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 이왕 다운사이징을 하다면 18cc를 더 줄이는 게 한국 고객들에게 성의를 보이는 일이다. 르노삼성차는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판단으로 세금보다는 성능에 포커스를 뒀다고 설명했다. 로컬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글로벌 기준을 앞세운 차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예는 드물다.
선루프 조작은 번거롭다. 손을 들어 가림막을 들어 올려 걷어낸 뒤 버튼을 눌러 지붕을 여는 방식이다. 선루프를 열기 위해선 두 번 동작을 해야 하는 것. 버튼 한번 조작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종훈

ye@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