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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는 통뼈다

폭스바겐 폴로가 한국 입성을 알렸다. ‘1.6 TDI R 라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첫 폴로다. 폴로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길은 관심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폴로의 파괴력이 골프 못지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490만원. 판매가격부터 예사스럽지 않다. 이제 쏘나타 값에 수입차를 살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소형차인 폴로와 중형차인 쏘나타는 물론 급이 다르다. 하지만 2,000만 원대 시장이 가장 볼륨이 큰 만큼 더 많은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고민해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폴로의 한국 출시는 의미가 크다.

폴로 발표회장에서 만난 폭스바겐 코리아 박동훈 사장은 “남는 게 없다”고 엄살이다. 그만큼 가격을 낮춰 출시했다는 말이다. 그래도 남는 게 없으면 장사하는 이유가 없다.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노인이 빨리 죽어야지 하는 말과 함께 3대 거짓말이 아니냐고 퉁을 주니 박 사장의 말이 걸작이다. “남는 게 없다고 했지 밑지고 판다고는 안했다”

75년에 태어난 폴로는 그동안 5세대 모델로 진화하면서 1600만대 이상 팔렸다. 폴로의 시작은 아우디 50이었다. 지금은 아우디 A1, 스코다 파비아, 세아트 이비자와 플렛폼을 공유하며 유럽 B 세그먼트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국내에선 1.6 TDI 한 가지 모델만 판매한다. 유럽에선 1.2리터 가솔린과 디젤, 1.4 TSI, 1.6TDI 등 열 종류에 가까운 엔진 라인업을 가진 모델이다. 국내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로 들여올 모델들이 많이 있다는 말이다.

길이 3,970, 너비 1,685, 높이 1,450mm. 짧고 높은 체형으로 작지만 단단한 모습이다. 늘씬한 비례는 아니다. 작은 차인만큼 아름다움보다 효율을 더 고려할 수밖에 없는 탓. 타이어를 앞뒤로 바짝 배치해 오버행을 최소화했고 지붕은 높게 가져가 협소한 공간의 숨통을 틔웠다. 조금 더 작은 골프라고 보면 되겠다. 뭉툭한 모습의 리어램프는 조금 투박스럽다.

인테리어는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익숙한 모습이다. 3 스포크 핸들, 두 개의 원과 그 사이에 정보창을 마련한 계기판, 내비게이션이 자리한 센터페시아 등이 낯설지 않다. 직물 시트와 공조 스위치는 수동식이다. 수동이라 불편할 건 없다. 시트를 앞뒤로 조절할 땐 전동식보다 수동식이 더 빠르다.

다만 등받이를 누일 땐 둥근 로터리 손잡이를 한참 돌려야 한다. 연인끼리 분위기 잡기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트다. 시트를 한 번에 넘기고 싶어 하는 플레이보이에겐 치명적 약점이지만, 딸을 지키고 싶은 아빠들에겐 더 없이 믿음직한 시트다.

심플 앤 이지. 단순하고 쉽다. 여기 저기 배치된 버튼과 레버 등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하게 조작할 일은 거의 없다. 눈에 보이는 대로 버튼을 누르거나 돌리면 된다. 기능적으로 우수하다.

뒷좌석은 좁다. 173cm인 기자가 등을 세워 앉으면 앞좌석과 아주 조금의 무릎 공간이 남는다. 등을 기대 조금 누워 앉으면 무릎이 앞 시트에 닿는다.
센터 터널은 높게 솟아 뒷좌석 좌우를 확실하게 가른다. 좁은 공간을 더 좁게 만드는 부분이다. 글러브 박스에도 바람이 통하는 송풍구를 만들어 놓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의외다.

제원표상의 최고출력은 90마력. 이 힘으로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숫자다. 최대토크 23.5kgm, 공차중량 1,225kg. 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무게는 13.6kg, 토크 1kgm가 감당할 무게는 52.1kg으로 계산된다.

90마력으로 얼마나 달릴까. 걱정은 기우였다. 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하면 “이 차가 90마력이 맞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력보다 토크가 더 중요함을 폴로는 말하고 있었다. 디젤 엔진 특유의 굵은 토크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조카가 있다. 늘 활기가 넘쳐 제 엄마를 지치게 만드는 개구쟁이다. 제지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뛰어 놀만큼 스테미너가 넘친다. 멀리서 달려오는 녀석을 품어 앉을 때에는 만만치않은 충격을 각오해야 한다. 조그만 녀석이지만 통뼈여서 힘도 세다. 폴로의 달리는 느낌이 딱 그랬다.

7단 더블클러치 역시 한 몫을 한다. 두 개의 클러치를 이용해 변속 타이밍을 크게 줄여 힘의 낭비를 없애는 게 더블 클러치의 포인트다. 폴로의 더블클러치는 오일 교환이 필요 없는 건식이다.

조용하진 않다. 시속 80km에서조차 바람소리와 노면 소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100km/h로 올리면 조금 더 심해진다. 편안하게 순항하는 느낌은 아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느낌이 제대로 든다. 작은 차라 흔들림을 감추기에도 한계가 있다. 불편함은 거기까지다.

90마력이라는 숫자가 머리 속에 입력된 뒤에는 속도를 올리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고속에서 한계가 빨리 드러날 수밖에 없을 텐데 과연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속도를 높여가면서 그런 걱정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잘 달렸다. 소형차임을 감안해 제법 잘 달린다는 정도의 인사치례가 아니다. 차창을 스치는 바람소리는 오히려 다이내믹한 속도감을 더한다. 시속 170km까지 치고 나갔다. 가속페달은 여유가 조금 더 있었다.

해치백이어서 어쩔 수 없는 바람소리는 귀를 자극했지만 차체는 의외로 덜 흔들렸다. 신뢰할만한 고속안정감을 확보한 차체다. 보디강성이 고속주행을 거뜬히 받아줄 만큼 튼튼했다. 단단한 하체다. 쉼 없이 몰아쳐도 잘 받아낸다. 단단한 차체 강성이 돋보인다.
시속 100km, D 레인지에서 rpm은 1700, S로 옮기면 2200rpm으로 올라간다. 1.6 디젤 엔진이 이처럼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100km/h를 달리는 게 인상적이다. 7단 더블클러치의 마술이다.

핸들은 조금 빡빡하다 싶을 정도의 반발력을 가졌다. 완전히 감으면 3회전 한다. 잠실 탄천에 마련된 슬라럼 코스에서 폴로의 탁월한 조향 능력을 마음껏 확인할 수 있었다. 회전, 가속, 제동이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달리는 동안 의외로 안정된 성능에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핸들을 놓으면 차는 오른쪽으로 달려간다. 앞바퀴 굴림차의 특성인 토크 스티어 현상으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도 아니다. 가속을 하며 변속레버를 가만히 잡아보면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효율이 우수한 디젤엔진에 힘과 효율을 함께 고려하는 7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이 차의 복합연비는 18.3km/L다. 도심 16.4, 고속도로 21.3km/L로 1등급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실내 지붕 틈새에서 이질감이 있다. 마무리가 조금 거친 편이다. 지붕 틈새에 손가락을 넣어 만져보면 이질감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소형차인 만큼 큰 흠은 아니지만, 이를 잘 마무리하는데에 큰 노력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한국 소비자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품질 기준을 조금 더 높게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
앞 도어를 열었을 때 드러나는 도어의 예각도 걸린다. 안전을 위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다.

시승 /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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