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를 잡겠다”
한국토요타 홍보담당 이병진 이사의 말이다. 지난 4월 11, 12일 이틀간 기자들을 초청해 열린 토요타 하이브리드 스페셜 아카데미에서다. 의례적인 말이 아님은 그의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경쟁상대의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금기는 종종 깨지기 마련이다. 분명한 상대를 지목하는 건 그만큼 강하고 구체적인 의지가 있다는 말이다. 
520d로 대표되는 유럽산 디젤차에 맞설 토요타의 무기는 렉서스 ES 300h를 주력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들이다. 프리우스, 캠리 하이브리드 등 토요타 브랜드에 더해 CT200h, ES, LS, RX, GS 등 모든 트림에 걸쳐 포진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화려하다. 하이브리드 만으로 풀 라인업을 이룰 수 있을 정도. 양념처럼 하이브리드 모델을 끼워넣는 게 아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하이브리드가 주력이라해도 좋을만큼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BMW를 비롯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디젤 모델들로 촘촘한 라인업을 짰다면 렉서스를 포함하는 토요타는 하이브리드를 타고 디젤차의 견고한 아성을 뛰어넘을 기세다. 그럴 수 있을까. 
누구나 BMW를 잡겠다고 달려드는 요즘이다. 새 차를 출시할 때마다 경쟁상대로 지목되는 게 BMW다. BMW가 공공의 적인 세상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BMW가 시장을 평정했음 말해주는 반증이다. 이미 지존의 자리에 오른 BMW를 토요타가 넘어설 수 있을까. 
물론 안 될 건 없다. BMW 이전에 그 자리는 벤츠의 것이었고, 혼다의 것이었고 또 한 때는 렉서스의 것이었다. 분명한 건 영원한 제왕은 없다는 것. BMW의 지배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이며 누가 BMW의 자리를 뺏어올 것인가. 토요타가 분명하게 “우리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토요타여서 그 말의 무게는 남다르다.  
문제는 ‘어떻게’다. 한국토요타의 전략은 ‘하이브리드’로 모아진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디젤을 이기겠다는 것. 올 한 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바람 일으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에 따라 마련된 기획이 ‘토요타 하이브리드 스페셜 아카데미’다. 올해 짝수 달 마다 주요 매체 기자들을 초청해 하이브리드 이론 교육과 장거리 시승을 통해 하이브리드 차의 장점을 부각 시킨다는 것. 
지난해 성공적으로 치른 ‘토요타 하이브리드 배틀’은 올해 2회 대회로 업그레이드해 진행한다. 하이브리드 연비왕을 선발해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우수한 연비를 알리겠다는 의도다. 
고객 시승행사도 연중 계속된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일반인들이 쉽게 하이브리드 차를 타 볼 수 있게 해 거리감을 없애겠다는 것. 하이브리드 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토요타에게 하이브리드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큰 문제다. 하이브리드는 비싸고, 힘이 없다는 게 대표적 오해라고 토요타는 밝힌다. 토요타 프리우스는 3,130만원부터 시작하고 렉서스 ES 300h 프리미엄은 4,990만원이다. ES 300h 프리미엄의 가격은 한국토요타가 작심하고 내놓은 가격이다. 경쟁모델로 지목하는 BMW 520d보다 600만 원 이상 싸다.  
“하이브리드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토요타와 렉서스는 다르다”고 단언한다. 하나의 엔진에 두 개의 모터를 결합해 디젤 엔진을 뛰어넘는 토크를 만들어내고 고속주행에서도 모터의 도움을 받아 강한 힘을 보여준다는 것. 다양한 프로모션과 시승회를 통해 토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을 경험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이 같은 편견들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한국토요타는 기대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디젤은 안 된다는 게 불과 5~6년 전의 얘기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깨고 디젤 엔진 차들을 앞세운 독일차들이 시장을 평정했다. 하이브리드차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힘들어 보이지만 디젤 엔진차들을 능가하는 차세대 주력 차종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이브리드 전도사로 나선 토요타 이병진 이사의 장담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