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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밴 영토 확장 나선 카렌스

기아차가 신형 카렌스를 출시했다. 7년만에 풀모델
체인지를 거쳐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태어난 신차다. 승용감각의 스타일과 RV의 공간 활용성을 결합한 차라고 기아차는 소개했다.
카렌스는 한국지엠이 레조를 단종한 이후 국내 미니밴 세그먼트에서 이렇다할 경쟁상대 없이 시장을
지켜온 모델이다. 굳이 따지자면 소형 미니밴이라할 수 있는 카렌스는 준중형세단과 소형 SUV와 비교되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보장했던 모델이다. 2009년 프로젝트명 ‘RP’로 개발에 착수, 51개월의 연구개발 기간 동안 약 2,200억 원을 투입해 만들었다는 올 뉴 카렌스다.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대면한 뒤 근 한
달만에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데뷔한 이 차를 경주에서 다시 만나 직접 시승에 나섰다. 경주에서 호미곶까지
벚꽂이 분부신 길을 달리며 올 뉴 카렌스를 느꼈다.CUV, 미니밴, SUV, 왜건까지 이 차가 아우를 수 있는 장르는 넓다. 딱히 이거다 라고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장르의 차를 한데 섞어만든 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분류하라면 미니밴이다. 제한된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미니밴의 영토를 확장하려는 의지를 가진 차라고 볼 수 있다. 미니밴은 편하다. 우선 승용차에 비해 실내 공간이
넓다. 차가 어느 정도 높이를 갖고 있어 시트 포지션도 비스듬히 누운 자세가 아니라 의자에 반듯하게
앉은 자세를 갖출 수 있다. SUV보다는 낮아서 차에 드나들기도 좋고 트렁크 공간도 넓게 확보할 수
있어 짐을 싣기에도 어울린다.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차가 이 같은 소형 미니밴이다. 그런면에서 카렌스는 소형 미니밴의 특성들을 제대로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기아차는 2.0LPI 엔진과 1.7 디젤 엔진 두 종류의 엔진을 이 차에 적용하고 있다. LPI모델은 7이승, 디젤은 5인승이다.

 

단정한 라인으로 외형을 정리했고 인테리어는 제법 고급스럽게 꾸며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정면에는 기아차 도장이 딱 찍혔다. 호랑이코 라디에이터그릴말이다. 길이 4,525mm, 너비 1,805mm, 높이 1,610mm의 크기에 휠베이스는 2,750mm를 확보했다. 기존 모델보다 차체를 낮게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운전석에는 4.3인치 컬러 TFT-LCD 패널과
통합정보표시창을 갖춘 슈퍼비전 클러스터를 적용했다. 클러스터와 같은 높이에 자리한 내비게이션은  시원하고 해상도가 높아 또렷하게 보인다.1열에는 통풍기능까지 갖춘 버킷타입 시트를 적용했다. 놀라운 것은 2열에도 열선 시트를 적용해 뒷좌석 승객을 배려하고
있다는 점. 2열 바닥은 튀어나온 부분 없이 평평해 제한된 공간을 훨씬 쓰임새 있게 만들었다. 2열시트는 슬라이딩은 물론 시트를 뒤로 누일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있다. 뒷좌석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들이다.시승모델인 5인승 1.7 VGT 디젤 엔진의 출력은 최고 154마력에 달한다. 최대토크는 33.0kgm, 복합연비는 13.2km/L로 3등급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켰다. 디젤 특유의 사운드가 전해진다. 진동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벚꽃이 흐드러진 경주는 이미 완연한 봄이다.부드러운 느낌이 먼저 전해진다. 서스팬션은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는다. 서스펜션도 강하다는 느낌이
없다. 시속 100km 정속주행을 하면 차는 가장 편안하게
움직였다.핸들은
2.8 회전한다. 3회전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으로 미니밴치고는 정확한 핸들링을 담보하고
있다. 정속주행장치와 최고속도 제한 장치가 있어 편하게 운전할 수 있게 했다.차가 높지 않아 운전석에 앉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시트는 몸을 제대로 받쳐준다. 통풍기능이 있어 엉덩이는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장거리 운전할 때에는 매우 고마운 기능이다.속도를 끌어 올려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꾸준하게 밀어부치는 은근과 끈기형이다. 이런
현상은 고속에 이를수록 더했다.  달릴
때에는 제대로 달려줬으면 좋겠는데 억지로 끌려가는 강아지처럼 엉덩이를 자꾸 뒤로 빼는 느낌이다.엔진 소리는 얌전했다. 출발할 때와 저속구간에서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속도를 올리면 바람소리에 묻혀 버린다.

 

자동 6단
변속기는 기어비를 좁게 설계해 각 단에서 허용하는 속도 범위가 좁다. 1단이 40km/h, 2단이 60km, 3단이 40km, 4단이 130km까지만 커버한다. 3단에서 100km/h를 훌쩍 넘기는 다른 차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빠른 변속으로 연비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연비를 조금 더
좋게 하려면 에코모드를 택하면 된다.성능보다는 편의성, 실용성에 촛점을 맞춘 차다. 기아차 관계자는 ‘가치소비’라는 말로 이를 표현했다.
제품의 실제 가치를 중시하는 3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이 차를 만들었다는 것.  빠르고 강하게 달리는 것 보다는 넓은
공간, 다양한 시트 배열, 수납공간, 편의장치 등에 더 중점을 뒀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강한 남성성보다는 부드러운 여성스러운 면들이 도드라져 보인다.편의장치는 화려하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MDPS)를 통합 제어해 차량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차세대 VSM이
적용됐고 (차세대VDC)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6개의 에어백 등이 더해졌다.  LED DRL(주간 전조등),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코너링 램프 등 차급에 비해 다소
사치스러워 보이는 옵션까지 과감히 적용했다.

 

8인치 내비게이션(UVO 기능 적용), 플렉스 스티어, 주차조향 보조 시스템(SPAS),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  2열 수동 선커튼,  웰컴 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휠 등 호화장비가 탑재됐다.
문제는 가격이다. 게다가 이 차의 고객층으로 꼽은 30대의 가치소비자들은 가격대비 가치를 최고의 미덕으로 꼽는 까다로운 계층이다. 기아차는 가격을 내렸다고 말했다. 차급마다 최소 5만원부터 105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는 것.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최저가격대의 트림을 없애고 이전 모델보다 더 비싼 노블레스 트림을 추가해 전체 가격대는 이전 모델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하위 트림을 없애고최고급
트림을 더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가격은 더 높아졌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더딘 가속감과 풍절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더딘 가속감은 답답하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원하는 수준까지 속도를 높이려면 인내력이 필요하다. 거의
“아버지 돌 굴러가유” 수준이다.속도를 올릴 수록 바람소리는 심해진다. 게다가 횡풍에 흔들리기까지 했다. 단정한 디자인이 빼어난 수준은
아니어도 부담없어 좋기는 한데 구석구석 좀 더 손을 봐서 바람소리를 더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치를
중시한다고 성능을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 차가 유럽 시장까지 겨냥하는 모델이라서
더 그렇다.시승/ 사진=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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