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오딧세이,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혼다 오딧세이는 북미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린 미니밴이다. 미국 시장에서 연간 11만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누리는 모델로 국내에는 지난해 12월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오딧세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서 따왔다.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가 10년에 걸쳐 귀향하는 동안의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명작이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우여곡절이 어우러진 오딧세이를 차용해 이름을 지은 것은 참 좋은 선택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리스 신화는 로마신화와 더불어 서구 문명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다.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이름을 제대로 택한 셈이다. 많은 사람을 태우고 여행을 다니기 좋게 만든 차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모험이 가득 한 스토리는 참 잘 어울린다. 만일 이 차의 이름이 오딧세이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그 차 오딧세이를 탔다.
길다. 차 길이는 5m를 훌쩍 넘어 5,180mm에 이른다. 9인승 카니발보다도 50mm 길다. 너비도 2,010mm, 높이는 1,735mm에 이른다. 만만치 않은 크기다. 넓은 실내공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좁은 골목길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크기다. 어쨌든 미니밴이 크다는 것은 장점이다. 여럿이 여유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 양보하기 힘든 매력임이 분명하다. 직선이 살아 있는 단정한 디자인은 적당한 긴장감과 잘 정돈된 느낌을 함께 준다.

3열 시트로 구성된 실내는 넓을 뿐 아니라 시트 구성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3열 시트는 단 한 번 조작으로 접어 넣을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 접혀 들어간다. 마술처럼. 우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센터 콘솔박스는 치워버리고 통로를 확보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통합 리모콘과 내부 스위치를 사용해 슬라이딩 도어와 테일게이트를 열 수 있다. 이는 좁은 공간에 차를 세울 때 좋다. 운전석 도어조차 열 수 없을 만큼 좁은 곳에 차를 세운 뒤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내릴 수 있어서다.

수납공간은 곳곳에 배치됐다. 12개의 컵홀더가 있고 다용도 수납공간도 손닿는 곳마다 마련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꽤 넓은 수납공간과 그 아래로 쿨링박스가 있다. 자질구레한 소품을 넣어둘 곳이 많아 편하다.

차체는 낮은 편인데 시트를 높여 옆 차창이 어깨 아래까지 내려온다. 창 밖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명쾌한 시야가 좋다. 작은 크기의 변속레버는 핸들과 가까이 배치해 손에 쏙 잡힌다.

버튼 시동장치가 아니다. 그렇다고 불편한 건 아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나 키를 돌려 시동을 거나 사실 운전자 입장에선 큰 차이가 없다.

혼다가 자랑하는 3.5L VCM 엔진을 얹었다. V6 엔진은 주행환경에 따라 3개 혹은 4개의 실린더만 작동할 때가 있다. 쓸데없이 넘치는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을 피하고 달리는 데 딱 좋은 힘을 제공하는 것. 당연히 연비까지도 고려한 설계다.
최대출력 253 마력, 최대토크는 35.0 kg•m다. 마음껏 달리는데 충분한 힘을 가졌다. 사실 고속주행이 중요한 차는 아니다. 그보다는 일상주행 영역에서의 편안함이 매우 중요한 차다. 시속 100km에서 2,000 rpm 전후를 유지하며 안정된 자세를 유지했다. 시속 150km 혹은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무리 없이 움직인다. 고속으로 가면 바람소리가 도드라지기는 하지만 힘이 부친다는 느낌은 없다.

D 레인지에서는 편안하다. 꿈길을 달리듯 부드럽고 아늑한 느낌을 받는다. 가속반응은 조금 느린 편이다. 서두를게 뭐 있어 하는 식이다. 변속레버의 버튼을 누르면 차는 조금 거칠어진다. 가속반응이 조금 빨라지고 엔진 소리도 살아난다. 필요하다면 제대로 달릴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핸들은 3.6 회전한다. 일반 승용차보다 더 많이 돌아가는 것. 한국의 법규로 따지자면 승합차, 즉 여럿이 타는 소형 버스인 만큼 당연한 조향 성능이다. 많은 사람을 태우고 달려야 하는 차가 예민한 조향핸들을 가졌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부드럽고 여유 있는 핸들이 편안한 승차감에는 더 유리하다. 좁은 골목에서 핸들을 여러번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해야 할 때에는 버스를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복합 연비는 8.8km/L로 5등급에 해당한다. 도심에서 7.4km/L, 고속도로에서 11.3km/L를 각각 기록한다. 가솔린 3.5L의 배기량, 5m가 넘는 크기, 2톤이 넘는 무게를 감안하면 우수한 연비다.

판매가격 4,790만원.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토요타 시에나보다 180만 원 정도 저렴하다.

날씨가 점점 화창해진다. 오딧세이를 타고 교외 한적한 곳으로 나가 차 안에 늘어져 ‘오딧세이’를 읽고 싶다. 혼다가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서사시를 써내려 가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에서 ‘오딧세이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오딧세이의 키는 정말 볼품없다. 단순히 시동을 거는 도구로서 기능에 충실한 고전적 모양이다. 멋스럽게 만들면 들고 다니는 맛이 나겠는데 키를 볼 때마다 “쩝” 소리가 절로 나온다.
5단 변속기는 아쉽다. 7, 8단 변속기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5단 변속기로 버티는 것은 안쓰럽다. 까다로운 소비자들 입맛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적어도 6단은 필요하지 않을까.

시승 /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