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투싼 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시작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수소차는 전기차를 뛰어넘는 친환경성으로 현재로서는 최선의 그린 카로 인정받는 부분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라 했지만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혼다와 마쯔다 등이 수소차 양산에 나섰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수소차를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추격자인 현대차가 이제 본격적인 선두그룹에 진입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것이 세계 최초든 아니든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해외모터쇼를 본 것은 1991년 동경모터쇼였다. 도쿄 근교에 자리 잡은 마쿠하리 메세를 가득메운 차들에 잔뜩 기가 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모터쇼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차가 바로 수소차였다. 마쓰다에서 컨셉트카로 내세운 수소 컨셉트카 RX-7으로 기억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은 수소를 연료로 하고 배기관으로는 배출가스 대신 물이 나온다는 차였다.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5년 전, 2008년에는 BMW의 수소차 하이드로젠 7을 시승했었다. 연료전지방식이 아닌 내연기관을 이용한 수소차로 가솔린차와 아무 차이 없이 달렸던 기억이 난다. 머플러로 배기가스가 아닌 진짜 ‘물’만을 흘리며 신나게 달렸었다.
2013년 지금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차를 만들어 양산에 나선 것이다. 혼다와 마쓰다 등이 그동안 수소차를 양산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 이후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양산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 것. 상품성과 인프라 확보 등의 문제로 시장 확보에 실패한 것이 주 원인으로 보인다.
현대차 투싼 ix의 양산은 조금 더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 실용화에 나서고 있는 유럽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어서다.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현대차 투산 ix 연료전지차는 유럽의회 산하 유럽위원회의가 진행하는 연료전지와 수소차 공동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2015년까지 유럽에서 공공부문 및 개인에 ix35 연료전지차 1,000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스웨덴의 스카니아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현대차에 수소차 17대를 주문했다고한다. 유럽의 공공 부문에서 수소차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현대차의 이번 수소차 양산은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보다는 지속가능한 양산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시장을 확보함으로써 몇 년간 꾸준히 차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이전의 다른 수소차 양산업체들과의 차이다. 일회성으로 끝난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시스템에 안착했다는 것.
바로 그 차, 투산 ix 수소연료전지차를 현대기아차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에서 만났다. 개발진의 차량 설명을 들고 난 후 10km 가량을 직접 운전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시승이라기보다 ‘맛보기’ 수준의 가벼운 주행이었지만 수소차가 미래의 차가 아니라 바로 지금 도로 위를 다른 차들과 함께 달리는 ‘현재의 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시동을 건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조용했다. 기본적으로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는 데 그 역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이를 이용해 차가 움직이는 구조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직접 엔진에서 태우는 BMW의 수소차 하이드로젠 7과는 다른 구조다.
조용한 실내에선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더 도드라지게 들린다. 엔진 소리가 사라진 차는 유령처럼 움직였다. 초반의 강한 토크는 속도가 높아지면서 강도가 줄어든다. 전기차의 특성 그대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지 가속 시간이 12초대로 무난한 편이다. 초반 가속은 힘이 있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힘은 빠지는 느낌이다. 140km/h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면 가속이 더디다. 이후 속도를 극한적으로 높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고속주행 성능이 필요하다면 변속기 등을 추가해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에 스포츠카의 특성까지 요구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분명한 것은 시속 150km 전후까지의 일상주행 영역에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완성도 높은 성능을 보였다.
어느 정도 실용화에 다가 와 있는 걸까. 현재 수소가격은 kg당 5,000~6,000원으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kg당 100km를 달릴 수 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500km를 달리는데 2만5,000~3만 원 정도 든다. 물론 연료에 세금이 붙어있지는 않다. 에너지양을 기준으로 이 차의 연비를 가솔린 수준으로 환산한다면 27.8km/L 수준이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1998년 연료전지차 개발에 착수하면서 현대차는 미국의 배터리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후 몇 단계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부품사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기술을 자체개발했다는 것이다. 수소연료전지차와 관련해서 현재 120개 협력사가 있고 투싼 ix 수소연료전지차의 부품 국산화율은 95% 수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최신작 갤럭시 S4의 경우 60% 이상의 부품을 삼성전자와 계열사에서 자체 생산한다는 사실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부품을 자체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현대차가 연료전지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독자기술로 확보했고 부품 국산화율이 95%에 이른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게 들리는 대목이다.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 기술을 선점한다는 사실은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수소차, 혹은 수소연료전지차라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유리한 입지에 올라섰다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추격자 현대차가 이제 차세대자동차 분야에서 선두로 치고나갈 수 있을지, 지금부터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대목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