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가능성은 보인다.

현지 시간 5일 제네바모터쇼의 올해의 차 발표를 보고 난 후 든 생각이다. 폭스바겐 골프의 수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모델이 7세대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 출시 이후 여러 매체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럽 최대 브랜드가 내놓은 신형 모델이라는 점 등을 볼 때 골프의 수상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기자의 관심은 오히려 i30에 있었다. i30와 함께 최종 승부에 들어간 모델은 모두 8개 차종. 포드 B-맥스, 메르세데스 벤츠 A 클래스, 푸조 208, 르노 클리오, 스바루 BRZ과 토요타 GT86(두 차종을 하나로 묶었다), 폭스바겐 Golf, 볼보 V40 등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8개 차종 가운데 i30는 과연 어느 정도 순위를 차지할까가 궁금했다. 내심 상위권에 들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4~5위 안에는 들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당혹 스러웠다. i30는 최종 후보 8개 차종중 가장 낮은 점수 111점을 받았다. 발표회 현장에 있던 현대차 관계자는 점수가 발표될 때마다 표정이 조금씩 굳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i30는 최종 8개 후보 차종 가운데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현대차가 유럽의 토종 브랜드들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일까. i30가 1위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8개 최종 후보들 중 최하위라는 평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평가를 맡은 저널리스트들이 아무래도 유럽차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준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꼴찌를 말하는 건 아니다. 유럽에서 팔리는 수많은 차종들 중에 8위 안에 들었다는 것. 8등인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상 중 하나인 제네바모터쇼 올해의 차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건 i30가 이 시장에서 당당히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유럽시장에서의 가능성을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할만 한 일이다.

좀 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면 좋았겠지만 지금만큼의 평가만이라고 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유럽 시장 메인스트림에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아쉬움과 함께 희망을 갖게하는 시상식이었다.

제네바=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