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포 머니를 얘기하던 현대차가 이제 프리미엄을 넘보고 있다. PYL 브랜드를 별도로 운용하며 프리미엄 시장 ‘간보기’중이고 제네시스를 앞세워 BMW, 아우디, 벤츠를 넘보고 있다.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브랜드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제 값 받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 싶은 게 현대차의 솔직한 심정이자 간절한 바람이다.

그런 현대차가 또 하나의 카드를 던졌다. 제네시스 다이내믹이다. BMW 못지않은 단단한 서스펜션과 민첩한 조향, 정확한 제동력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단단하고 완성도 높게 제네시스를 다시 만들었다는 것.

현대차가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따져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대형세단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은 확 떨어져 수입차에 밀릴 정도다. 제네시스 다이내믹은 현대차의 그런 위기감이 만들어낸 차다. 제네시스 다이내믹 BH330을 타고 서울 시내와 근교, 고속도로를 달렸다.

제네시스가 변했다. 핸들이 가장 먼저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핸들 체크를 위해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순간 현대차가 아닌 줄 알았다. 현대차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핸들링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묵직한 느낌의 반발력 때문에 팔에 힘을 더 줘야 했다. 당황스러울 정도다. 핸들은 정확히 3회전했다.

4,985mm. 5m에 가까운 길이를 가진 차라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특히 뒷좌석이 인상적이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좋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 때문만은 아니다. 누운 듯 한 자세로 다리를 뻗는 자세가 아니라 무릎 각도가 90에 가까운 반듯한 자세로 앉을 수 있었다. SUV 시트에 앉은 자세가 나온다. 뒷좌석 바닥이 파낸 것처럼 움푹 들어가서 가능한 자세다. 편해서 좋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며 과속방지턱을 지나는 순간 놀랐다. 충격을 흡수하는 수준이 높아서다. 같은 경우 소형차에서 느끼는 쇼크가 맨주먹으로 얻어맞는 충격이라면 제네시스는 복싱 글러브를 낀 주먹, 혹은 담요로 말아둔 방망이에 맞는 느낌이다. 비슷한 힘이지만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드한 서스펜선이지만 정착 충격이 전해지는 순간의 느낌은 전혀 거칠지 않았다. 프리미엄 세단은 그래야 한다.

3.3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의 최고출력은 정확히 300마력이다. 최대토크는 35.5kgm. 후륜구동이라 뒤에서 밀고 가는 안정감 있는 느낌이 전해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카랑카랑한 편인 엔진 사운드가 소리를 높인다. 살아 있음을 알리는 소리다. 조용한 실내로 전해지는 엔진 사운드는 이제 현대차 만의 소리로 좀 더 튜닝을 해야 한다. 누구를 닮은 소리가 아니라 현대차만의 소리를 기다려본다.

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는 정말 부드럽게 작동했다. 변속 쇼크를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에 불과했다. 8단 변속기가 엔진 파워를 효율적으로 컨트롤한 결과다. 굳이 큰 힘을 쓰지 않아도 필요한 속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이내믹은 제동을 전제로 한다. 제네시스 다이내믹에는 대형 브레이크 디스크와 모노블럭 4피스톤 캘리퍼를 적용했다. 캘리퍼에는 제네시스 로고를 써 넣어 시각적으로 고성능 이미지를 노리고 있다.

300마력의 힘을 아낌없이 쏟아 부으며 신나게 달렸다. 고속에서 안정감은 인상적이다. 체감 속도가 실제 속도보다 훨씬 낮다. 차체의 안정감이 몸을 속이는 것이다.

연비 우선인 에코모드로 바꿨다. 기름을 적게 먹도록 차 스스로가 각 부분을 다시 세팅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자꾸 밀어내는 것도 그런 작용중 하나다. “이렇게 막 달리면 아니 되옵니다”하며 페달에서 발을 떼라고 밀어내는 것이다. 기름, 즉 돈을 아껴주는 기특한 기능이다.

시속 60km 전후에서 핸들을 급조작하며 차를 비틀어봤다. 뒷바퀴가 밀리며 차가 휘청하는가 싶더니 VDC가 개입해 금방 자세를 잡는다. 한번쯤 느껴보면 차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진다. 하지만 이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불안한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의 가격은 3.3 프리미엄 5,126만원, 3.8 익스클루시브 5,273만원, 제네시스 프라다 3.8이 7,060만원이다. 기존 모델과의 단순 비교로는 각각 96만원, 95만원, 43만원이 비싸졌지만 서스펜션 튜닝,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 고성능 캘리퍼, 19인치 휠 및 컨티넨탈 타이어, 선루프 등의 사양이 더해져 가격 인상분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제네시스 다이내믹은 기대이상의 수준을 보여줬다. 승차감, 성능, 정숙성 편의장치 등 모든 부분에서 그랬다. 헐렁했던 하체를 꽉 꽉 조여준 뒤 타는 느낌이 이럴까. 불필요한 소리는 사라졌고 단단한 하체는 헛동작 없이 꽉 물려 돌아간다.

하지만 어딘지 어색함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럽 프리미엄 세단을 목표로 한다고 했지만 느낌은 일본 프리미엄이었다. BMW를 따라간다고 했지만 정작 만들어진 것은 렉서스인 셈이다. 아니 렉서스보다 더 렉서스답다고 해도 좋을 만큼이었다. 조용해서 그렇다. 역설이다.
좀 더 도발적으로 차를 만들어도 좋겠다. 특히 소리와 관련한 현대차의 전략은 필요해 보인다. 조용한 차로 갈 것인지, 조금 자극적인 특유의 사운드를 만들어야 할 것인지. 스스로의 컬러를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처음엔 뭘 해도 어색하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조용해도, 조금 소리가 나도 이상하고 어색하다. 또 여기저기서 잔소리도 보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컬러가 정해지고 사람들이 인정을 하게 된다.

오크통 속에서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풍미 깊은 위스키가 나온다. 프리미엄 세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조급해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전략을 펴야 할 때다. 제네시스에 지금 필요한 건 시간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가속을 하며 변속레버를 잡아보면 미세한 잔진동이 느껴진다. 일반 세단이라면 아무 문제 아니겠지만 프리미엄 세단을 지향한다는 제네시스라면 얘기가 다르다. 8단 자동변속기가 변속 충격은 잘 걸러내고 있지만 가속시 드러나는 진동은 완전히 걸러내지 못한 듯하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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