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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트랙스, 소박함 속의 깜짝 포인트 ‘마이링크’

새벽같이 하늘을 날아 도착한 제주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개구쟁이 같은 차를 만났다. 한국지엠 쉐보레 라인업에 새로 합류한 트랙스다. “한국이 개발을 주도해 만든 쉐보레의 글로벌 소형 SUV”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다. 소형 SUV라는 틈새를 파고드는 쉐보레의 신병기다.


쉐보레의 소형차 아베오의 아키텍처(지엠은 플랫폼을 아키텍처로 말한다)를 이용해 만든 소형 SUV다. 오펠 모카, 뷰익 앙코르가 트랙스와 함께 아베오의 아키텍처로 만든 GM의 소형 SUV다.

1.4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먼저 나왔다. 한국지엠에서는 말을 아끼지만 1.7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도 예상된다.  한국지엠도 이제 트랙스를 앞세워 소형 SUV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됐다. 신규 모델 투입을 통한  라인업 확장으로 한국지엠의 시장점유율도 어느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엠 쉐보레의 새 기대주 트랙스를 바다 건너 제주에서 만났다.

길이 4,245mm, 너비 1,670mm, 높이 1775mm로 컴팩트한 사이즈다. 화려하거나 튀는 모습은 아니다. 작고 볼륨감 있는 디자인은 쉐보레의 다른 모델들과 유사한 모습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전하고 있다. 오동통한 너구리같은 인상을 받았다.

실내는 소박하다. 아날로그 타코미터와 디지털 속도계가 합해진 미터 클러스터는 단촐하다. 가볍게 보인다. 전형적인 계기판을 기대하는 이들에겐 실망을 줄만한 부분이지만 차급에 비춰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반적인 인테리어의 고급감이 떨어지는 것도 이 같은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왕이면 고급스러운 실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절한 선에서 구현해야하는 메이커의 결정이 만든 인테리어다.

작은 차지만 공간의 협소함을 체감하긴 힘들다. 작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 2열 공간이 이를 잘 말해준다. 바닥은 센터 터널이 솟은 게 아니라 바닥을 파냈다는 느낌이다. 발이 닿는 공간이 움푹 들어갔다. 지붕도 마찬가지. 뒷좌석 머리 윗 공간을 파내 좀 더 여유로운 공간을 느끼게 했다.  뒷좌석 바닥에는 220V AC전원 아웃렛이 있다. 돼지코를 꽂아 150와트(W) 이하의 소형 전자기기를 차량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꼼꼼한 지붕 틈새 마무리는 인상적이다. 틈새로 손가락을 밀어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밀폐감이 느껴진다.

리어시트를 제대로 접으려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냥 등받이만 접으면 완전히 접혀지지 않는다. 바닥을 세우고 헤드레스트를 내린 뒤 등받이를 접어야 제대로 접힌다. 동작 하나도 귀찮아하는 사람이라면 시트 접을 일을 아예 피하는 게 좋겠다.


내비게이션을 포함하는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트랙스의 ‘와우 포인트’다. 깜짝은 아니라 해도 제법 괜찮은 매력 포인트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마트폰과 연동돼 작동하는 브링고 내비게이션은 GM과 한국 엔지스가 공동개발했고 SK 플래닛 맴을 탑재했다. 애플 iOS 및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작동하고 처음 한차례 1만940원을 주면 더 이상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다.

센터페시아 플라스틱은 감점 요소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솔직함도 좋지만 플라스틱이 아닌 척 꾸미는 화장술도 때로는 필요해 보인다. 음성인식 기술인 시리와도 연동돼 음성 명령으로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도 있다.


시동을 걸었다. 가솔린 엔진의 차분한 숨소리가 자분자분 흘러나온다. 가솔린 특유의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이 전해진다. 1.4 가솔린 엔진에 터보,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의 파워트레인은 공차중량 1,370kg을 가뿐하게 끌고 나간다. 최대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20.4kgm의 파워를 가졌다.

파워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킬 만큼 강력한 파워는 아니다. 1.4 엔진의 한계를 터보로 극복하면서 열심히 달렸다. 은근한 뚝배기 장맛 같은 끈기를 가진 힘이다.

일상주행 영역에서는 편안한 움직임이다. 서스펜션도 딱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승차감을 좀 더 배려한 세팅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를 올렸다. 세단보다 높은 자세를 가진 SUV인지라 고속에서의 바람소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150km/h 전후의 속도에서 바람소리가 제법 들렸다.  고속주행 안정감은 솔직한 편이다. 속도만큼의 느낌을 전한다. 크루즈 버튼이 핸들에 달려있어 정속주행을 하는 편안함도 즐길 수 있다.


변속레버는 일자형이다. 엄지손가락이 닿는 곳에 토글 스위치가 배치돼 있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D에서는 수동변속이 안 된다. S레인지에서 토글 스위치를 조작하면서 수동 변속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시프트 다운을 걸고 킥다운 하면 제법 힘 있게 치고 나가는 순간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힘차게 달리다가 시프트업을 하고 느껴지는 편안함도 인상적이다.

핸들은 2.7 회전한다. 예민한 세팅이다. 속도를 시속 100km맞추면 rpm은 오르막길인데도 2,000 부근에 머문다. 의외다. 작은 배기량임에도 낮은 rpm으로 100km/h를 커버한다.


연비는 12.2km/L. 신 연비 기준이 적용되면서 연비가 무척 박하다는 느낌을 받는 게 요즘 소비자들이다. 신연비가 적용되면서 드러난 사실 하나는 한국지엠이 그동안 비교적 연비에 솔직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연비에 관한 한 한국지엠의 솔직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브랜드에 어느 정도 진정성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트랙스의 판매가격은 1,940만원부터 2,289만원이다. 가격이 발표되면서 일부에선 턱없이 높은 가격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가격이 싸면 좋겠지만 비싸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트랙스와 같은 차라 할 수 있는 오펠 모카의 판매가격은 2만 유로를 훌쩍 넘는다.

차체 자세 제어 장치(ESC), ABS, 미끄러운 노면에서 구동력을 제어하는 TCS 등은 물론이고 급제동 시 브레이크 답력을 증가시키는 HBA(Hydraulic Brake Assist), 언덕길에서 차량이 뒤로 밀리지 않게 브레이크 압력을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HSA(Hill Start Assist),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를 기본 적용하고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최저 가격이1700만 원 정도가 될 것이란 추측성 보도가 소비자들의 기대만 키웠고 가격이 발표되자 실망감이 터져 나온 것이다.

쉐보레 트랙스가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해낼지 지켜볼 순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레버의 변속감은 좀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S에서 D로 민다는 게 N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겼다. 변속할 때 반발력이 커 조작하는 힘이 순간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핸들 주변에서 들리는 삐걱이는 소음은 시승하는 동안 내내 신경 쓰였다. 40대 가까운 시승차중에 기자가 탄 차에서만 발생한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모든 차는 괜찮다고 할 수도 없다. 좀더 철저한 품질관리를 기대해본다.

시승/사진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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