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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형 미니밴 코란도 투리스모

쌍용차가 코란도 투리스모를 새롭게 출시했다. 로디우스의 후속 모델이다.
코란도 라는 이름에 눈길이 간다. 쌍용차의 가장 큰 자산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코란도’를 택하겠다. 쌍용차보다 코란도 라는 이름이 더 정겹다. 쌍용차가 가진 최고의 자산 ‘코란도 라는 이름’을 폐기처분했던 이들의 횡포는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로디우스의 후속 모델명에 코란도를 도입한 것은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나빠 보이진 않는다.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이름이어서 더 애틋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다시 만들어진 새 모델을 만나는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감상을 잠시 접고 냉정을 되찾아 코란도 투리스모 시승에 나섰다. 춘천을 다녀오는 일박이일 코스였다. 시승차는 4WD 모델이다.

헤드램프 위로 진하게 배치된 방향지시등은 일자 눈썹을 닮았다. 영락없는 쓰리랑 부부의 일자 눈썹이었다. 토기 귀처럼 쫑긋 솟은 사이드미러도 애교가 있다. 강하지만 코믹하고 친근감을 주는 모습이다.
과거 로디우스에 비해 진일보한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비율과 구성이 훨씬 세려됐고 디테일도 섬세하다. 투리스모 엠블럼은 작위적이다. 차체 측면 D필러에 배치한 투리스모 엠블럼은 없어도 좋겠다. 비어있는 공간을 어색해하고 굳이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읽혀서다. 여유 있게 비워두는 여백의 미를 살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뒷도어는 스윙도어로 미니밴에 익숙한 슬라이딩 도어가 아니다. 좁은 공간에서 드나들기는 불편하겠지만 세단이나 SUV 스타일로 오히려 더 편리하고 안전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각진 리어램프가 배치된 뒷모습은 잘 정돈됐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11인승으로 시트는 4열로 배치됐다. 11명을 다 태우기에 실내는 좁다. 세금이 싼 승합차로 분류되기 위해 11인승으로 만들었지만 4열 시트를 제거하고 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을 듯 싶다. 시트는 플랫, 폴딩, 더블폴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2/3열 시트를 접으면 간단한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다. 4열 시트는 더블 폴딩하면 더욱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 3, 4열을 모두 폴딩할 경우 적재공간은 3,240ℓ가 된다. 화물차로 써도 충분한 공간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게 센터페시아 위로 배치한 계기판이다. 핸들 안쪽으로 아주 작은 디지털 계기판이 있고 센터페시아 상단에 큰 계기판을 배치했다. 기존 로디우스 그대로다. 제한된 조건 안에서 새 차를 만들어야 하는 개발자들의 어려움이 읽히는 대목이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계기판 덕분에 주행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만큼 운전자 마음대로 과속하다가는 쏟아지는 잔소리를 감수해야 한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안전을 위해선 나쁘지 않은 레이아웃이다.

핸들은 3.5회전 한다. 3회전을 훨씬 넘는 조향비는 이 차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세단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여유를 가지고 운전해야하는 상용차라는 말이다.

2.0 디젤 엔진을 쓰는 코란도 투리스모는 5단 자동변속기의 백업을 받아 최대 출력 155ps/4000rpm, 최대 토크 36.7kg·m/1,500~2,800rpm를 발휘한다. 5단 변속기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실제 주행상황에서는 무난한 성능을 보인다. 중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승합차로선 우수한 수준을 보인다.

D 레인지에서 시속 100 km로 달릴 때 rpm은 2000을 약간 상회한다. 변속레버에 토글 스위치가 있고 핸들에 달린 버튼으로 수동 변속이 가능한 점은 장점이다. D에서는 수동 변속이 안 된다. S 모드로 옮긴 뒤 수동 변속을 시도해야 한다.시프트 다운을 하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엔진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시속 120km 전후에서 코란도 투리스모는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움직인다.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면 엔진소리와 더불어 바람소리도 조금씩 실내로 파고든다. 150km/h 전후의 속도는 물론 그 이상의 속도도 충분히 커버한다. 다만 고속에서 시끄러운 건 피할 수 없다.

짚어봐야 할 것은 이 차는 승용차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승용차와 같은 주행감각을 기대해선 안 된다. 또한 그렇게 운전하면 위험하다. 2종 소형 면허로는 운전할 수 없는 11인승 소형 버스라는 이 차의 정체성을 운전자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운전해야 한다. 빠르고 안정감 있는 주행성능보다는 편안한 승차감과 기능성이 더 중요한 것도 같은 이유다.

SUV 명가 쌍용차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코란도 투리스모의 큰 자랑이다. 경쟁 모델인 카니발에는 없는 기능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결정적인 구매 포인트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강원도 춘천 모터파크에 마련된 눈길 체험 코스에서 이 차의 진가를 느껴볼 수 있었다. 사륜구동 상태로 경사로를 오르거나 좌우측 경사가 심한 코스도 거침없이 주파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빙판에서의 조향 성능. 시속 50km 이상 속도를 내면서도 슬라럼 구간을 미끌림 없이 통과했다. 헤어핀 코스에서의 조향도 마찬가지였다. 차가 미끄러질 정도라고 느껴지는 속도에서도 코란도 투리스모는 정확하게 방향을 잡으며 코너를 공략했다. 사륜구동이 아니면 어림없을 난코스들을 시승차는 보란 듯이 헤치고 달렸다. 사륜구동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였다.

코란도 투리스모에 적용된 사륜구동 시스템은 파트타임 방식이다. 필요에 따라서 후륜구동, 사륜고속, 사륜저속 모드를 선택해서 움직인다. 도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서 움직일 수 있다. 다른 차들이 눈 속에서 꼼짝달싹 못할 때 보란 듯이 달리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차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프리미엄급 미니밴을 추구한다면 부족하다. 승용차를 타는 기분으로 이 차를 운전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크다. 이 차는 승용차가 아니 어서다. 거듭 말하지만 11명을 태우고 달리는 소형 버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차를 다뤄야 한다. 그렇게하면 만족할만한 움직임을 보인다.

몇 가지 아쉬움을 상쇄시킬 수 있는 장점은 또 있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되고 연간 자동차세가 6만 5,000원에 불과해 경제적으로 차를 운용할 수 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진다. 물론 6명 이상 탑승했을 경우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등장으로 그동안 카니발의 독무대였던 국산 미니밴 시장은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들어서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

사륜구동 AT 기준으로 코란도 투리스모의 연비는 11.3km/L. 도심에서 10.5, 고속도로에서 12.5km/L다. 판매 가격은 ▲LT(Luxury Touring) 2,480만원~2,854만원 ▲GT(Grand Touring) 2,948만원~3,118만원 ▲ RT(Royal Touring) 3,394만원~3,564만원(각각 2WD~4WD)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구동방식을 전환이 매끄럽지 않다. 2WD에서 4WD로 전환할 때 즉시 구동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약간의 시차와 쇼크를 동반한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변환이 이뤄진다면 더 좋겠다.
차창을 내릴 때에는 원터치로 작동하지만 올릴 때에는 원터치로 작동되지 않아 다 닫힐 때가지 버튼을 당기고 있어야 한다. 불편하다.

시승 /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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