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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에겐 추상같고 부자에겐 관대한 OBD-2와 탄소세

서민의 차에는 추상같고 고급 차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서민의 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고급차들에 부담을 지우는 탄소세 도입이 늦어지고 있음이 이를 말해준다. 
한국지엠은 최근 다마스와 라보 생산을 올해 안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새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정부는 2014년부터 전 차종에 배출가스 자가 진단 장치(OBD-2)를 의무화하는 법을 지난해 입법 예고했다. 이미 장착이 의무화되어있는 OBD의 수준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다. 이를 통해 배출가스를 엄격히 관리해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지엠은 연간 3,000대 수준의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 결국 다마스와 라보는 올해 안에 단종될 처지에 몰렸다. 
문제는 다마스와 라보가 내수 시장에서 가장 싼 서민들의 차라는 사실이다. 다마스는 893만~930만원, 라보는 이보다 더 싼 741만~818만원이다. 내수시장에서 이보다 더 싼 차는 없다. 그래서 서민들의 발이다. 자동차가 꼭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여력이 크지 않은 사람들이 주 고객층이다. 미니밴이나 트럭이 꼭 필요한 이들이라면 두세배나 더 많은 돈을 줘야 필요한 차를 살 수 있다. 환경오염을 막는다는 정부의 정책이 서민의 발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불렀다. 
고급차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자동차 CO2 연동 보조금-부담금 제도’ 일명 ‘탄소세’는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2012년 도입 예정에서 2013년 상반기로 미뤘다가 다시 2015년으로 연기했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에는 부담금을 지우고, 기준치 이하로 적게 배출하는 차에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다. 메이커에도 자동차 판매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계해 기준치를 넘기면 부담금을 지운다. 이산화탄소는 디젤엔진보다 가솔린엔진에서, 배기량이 낮은 차보다 높은 차에서 더 많이 배출된다. 즉, 배기량이 높은 가솔린 엔진차가 큰 부담을 지게되는 제도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서민보다는 부자들이 더 큰 부담을 갖게된다.
탄소세를 미루고 강화된 OBD2를 먼저 도입하면서 그 파급효과는 이렇게 서민과 부자로 극명하게 갈린다. 사회적 배려와 지원을 받아야 할 서민은 더 큰 부담을 져야하고 부자는 져야할 부담을 늦추게 됐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서민에겐 추상같고 부자에겐 관대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OBD-2와 탄소세 도입을 놓고 본다면 정책 우선 순위는 잘못됐다. 탄소세를 먼저 도입하고 OBD2 도입은 좀 더 여유를 두고 도입해야 했다. 서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국제적인 수준에서도 맞다. 탄소세는 국제적으로 이미 많은 나라에서 도입한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한국처럼 강한 수준으로 OBD2를 강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유래없이 강한 규제가 사실은 내수 시장을 지켜주기 위한 장벽이 아니냐는 비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블리스오블리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없는 사람들이 더 손해를 봐선 안되지 않을까. OBD-2와 탄소세 도입 과정을 보면 서민들에 대한 좀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 이를 완화해줘야 할 것이고. 추가적인 부담을 져야 한다면 부자들이 타는 고급차에 먼저 부담을 지워야 하는게 맞는 일이다. OBD-2보다 탄소세 도입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다.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시행시기를 조정하거나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등 완화하는 방법을 통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 정부의 좀 더 현명하고 세심한 정책 판단을 기대해 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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