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경호용으로 제공된 벤츠 S600 방탄 리무진을 거부하고 평소 타고 다니던 카니발을 이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언론은 일제히 당선인의 경호관련 소식을 전하며 박근혜 당선인이 ‘벤츠 S600L 풀만 가드’를 제공받는다고 썼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실은 BMW 시큐리티 760Li, 링컨 컨티넨탈, 현대자동차 에쿠스 방탄 리무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벤츠 S600L 풀만가드를 당선인 차량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결국 당선인의 거부로 무산되고 말았지만 벤츠 방탄차를 제공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새 대통령으로서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국산차인 에쿠스 방탄 리무진을 타야 하는 게 맞다. 국격을 생각하고,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하는 한국의 위상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의 큰 관심이 집중돼는 당선인이 타는 차가 한국에서 만든 방탄차라면 세계적으로 한국차를 홍보하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국 대통령이 벤츠를 홍보해줄 일은 없지 않은가. 현대차에 대한 비난도 많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당선인이 국산차를 버리고 외국 브랜드 차를 타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벤츠 방탄차를 거부한 것은 그래서 잘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벤츠 방탄차에서 에쿠스 방탄차로 교체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거기에는 벤츠나 BMW가 차를 제공해주지 않는 속사정도 있지만 그래도 국가 원수급 의전을 받는 유엔 사무총장이 탈 정도라면 에쿠스 방탄차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 문제다. 국산 방탄차가 없다면 모를까 있는데도 굳이 독일산 벤츠 방탄차를 탈 이유는 없다.
대통령 당선인이 가급적 벤츠를 타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벤츠는 사회공헌에 관해서는 꼴찌를 다툴 만큼 인색한 기업이다. 수익의 대부분을 주주들끼리 나누기 바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독일 벤츠 본사와 홍콩의 화교자본이 주식을 나눠갖고 있다. 이 회사가 돈을 벌어도 한국에 남는 게 거의 없다는 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조회해보면 벤츠의 인색함이 드러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1만9,534대를 팔아 전년 대비 15.6% 증가한 1조3017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긴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463억5,554만원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사회공헌을 위해 기부한 금액은 4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매출액의 0.035% 수준이다. 그나마 2010년보다 14배나 늘어난 실적이 이 정도다.
한국 사회에 그렇게 인색한 기업의 차를 한국 대통령이 타고 다닐 필요는 없다. 카니발도 편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방탄차를 이용해야 한다면 그 차는 에쿠스 방탄차여야 한다. 적어도 벤츠를 타선 안 된다. 그게 지도자의 마땅한 자세다.
<현대차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공한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
오종훈 yes@autodir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