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MKS를 만났다. 링컨은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다. 링컨은 캐딜락과 더불어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MKS는 링컨의 최고급 세단, 플래그십이다. 덩치 큰 미국 사람처럼 사이즈가 큰 검정색 MKS를 타고 달렸다.

검정색은 고급차들이 가장 선호하는 컬러다. 5.5m가 넘는 크기로 당당한 포스는 블랙 컬러까지 더해져 고급차의 당당함을 풍기고 있다.
5,525×1,928×1,580mm의 크기 하나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대단한 크기는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하는데 유리하지만 좁은 길을 움직일 땐 조심해야 한다.

긴 보닛에 트렁크 리드는 짧게 떨어지는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이다. 윈도를 둘러싼 크롬 라인이 깔끔하게 처리됐다. 두툼한 C는 단단한 느낌을 전하고 있다.
이전 모델에서 중세의 투구를 연상시키는 라디에이터그릴은 헤드램프와 일체화되면서 좌우로 분리됐다. 링컨의 엠블럼이 그릴 사이에 자리했다.
보닛에 만들어진 3개의 라인이 단정한 앞모습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다. 대형세단의 디자인으로는 소박하기조차한 꾸밈없는 모습이다. 넘치는 의욕을 절제한 간결하고 단정한 디자인이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넓은 공간은 그 자체로 편안함을 준다.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이 차에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앞뒤공간은 물론 머리 위까지 공간의 제약은 없다.

가죽시트는 콩기름으로 표면처리를 했다고 한다. 가죽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기자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방바닥에 종이 장판지를 바른 다음 콩기름을 그 위에 칠해 마무리를 했었다.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게 내구성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비슷한 원리인 셈이다.

시트 포지션도 일반적인 세단보다 조금 높게 세팅됐다. 눈높이가 따라서 올라가 SUV에 앉은 느낌이 들 정도다. 도로 위를 달리는 다른 세단들보다 위에 앉아 달리는 기분이다. 당연히 시야도 좋다.
사이드미러에는 사각지대를 커버해주는 볼록렌즈를 더해 안전운전을 배려하고 있다. 다만 이런 류의 볼록렌즈는 사이드미러와 초점거리가 달라 따로 따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볼록렌즈와 사이드미러의 영상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테리어는 검정 가죽과 짙은 브라운 계통의 나무로 구성됐다. 어둡다. 짙은 컬러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계기판은 특이한 디자인이다. 속도계 좌우로 정보 표시창이 있다. rpm은 선택해야 보이고 이를 숨기고 다른 정보를 띄울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모드 트립미터, 연비, 등을 표시하는 왼쪽. 오른쪽으로는 엔터테인먼트다 오디오 라디오 CD 나침반 등을 보여준다.

대시보드의 가죽 마감은 ‘굿’이다. 핸들은 가죽과 나무로 만들었다. 앞바퀴굴림 방식인데도 뒷좌석 가운데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 있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센터페시아에는 버튼이 사라졌다. 스마트폰 화면을 다루듯 손가락으로 터치하고 쓸어내며 작동하는 방식이다. 포드는 ‘마이터치’ 기능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채널, 온도조절, 오디오 작동 등이 터치 패널을 통해 이뤄진다. 편하고 재미있다. 센터 페시아에 단 하나 있는 버튼은 비상등 버튼이다.

핸들은 2.7 회전한다. 덩치에 비해 예민한 조향성능을 추구했다. 핸들은 가죽위에 나무를 덧댔다. 굵지 않은 핸들이 잡기 편하다. 안쪽으로 패들 시프트가 있다. 왼쪽은 다운, 오른쪽은 업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올라섰다. 부드러운 편안함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대형세단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가속감이다. 시속 80~120km 구간에서 차는 비단길을 걷는 듯 흔들림 없이 부드럽고 편안하게 순항한다.

새시의 부드러움이 아메리칸 럭셔리를 말하고 있다. 포드가 재규어를 가지고 있었을 때 만든 링컨 LS는 딱딱한 서스펜션이 인상적이었다. 재규어의 노하우를 많이 적용했던 링컨 LS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벗어나 유러피언 럭셔리를 지향했었다.

재규어와 이별한 포드가 다시 만든 링컨 MKS는 그 이전으로 다시 회귀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이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부드러워 출렁거리는 그런 반응이 아니다. 노면 쇼크를 잘 걸러내고 필요할 땐 이겨내는 한 차원 더 높아진 부드러움이다.

몸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계기판의 실제 속도보다 낮다. 편안한 승차감이 주는 안정감 덕분이다.

크루즈 컨트롤은 한 단계 더 진화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앞차와이 거리를 읽어 적정 거리를 유지해준다. 차간 거리가 좁으면 속도를 줄이고 여유가 있으면 정해진 속도로 복귀한다. 끼어드는 차가 있을 때엔 스스로 제동을 해서 적정거리를 유지한다. 장거리 운행에 아주 편리하다.

차선이탈 방지장치도 있다.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넘을 땐 핸들이 부르르 떨며 경고를 한다. 하는 것이다. 안전에 도움이 된다.

속도를 올렸다.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쏜살같이 속도를 올린다. 시속 180km에서도 엔진소리가 살아있다. 어지간한 차들은 이 속도에서 바람소리가 모든 소리를 덮어버리는데 거칠지 않은 엔진소리가 오히려 더 도드라지게 들린다. 엔진 소리가 바람소리에 지지 않는다. 어쩌면 바람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적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큰 차체가 밀고 갈 때 공기 저항이 클 텐데 의외로 조용하다. 노면 잡소리 등은 대부분 차단돼 실내는 조용한 편이다. 고속주행중에는 약간의 푹신거리는 느낌이 전해진다.
V6 3.7 엔진은 309마력 38.3kgm의 토크는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구동축으로 전달된다. 직진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이다. 때때로 만나는 거친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낸다. 초당 500회 이상 노면 상태를 체크해 여기에 맞춰 감쇠력을 맞추는 연속댐핑제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또 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건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 기능이다. 변속레버를 D와 S로 옮기는 것만으로 조향, 주행, 서스펜션, 변속기, 트랙션컨트롤 등의 반응이 종합적으로 컨트롤된다.

코너에선 토크 벡터링과 커브 컨트롤이 작동해 부드럽고 빠른 코너링을 돕는다. 커브 컨트롤은 진입 순간 너무 빠르다고 판단하면 자동으로 감속해준다. 가속페달과 상관없이 속도를 줄여 코너를 안정적으로 진입하게 해주는 것. 토크 벡터링은 안쪽 바퀴에 살짝 제동해줘 부드럽게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게 해준다. 기계식 LSD와 비슷한 기능이다.

소프트한 하체지만 코너에선 토크 벡터링과 커브 컨트롤이 코너링을 무리없이 커버해준다. 코너에 대한 운전자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생각보다 코너링 성능이 기대 이상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라고 코너를 걱정하진 않아도 되겠다.

표준연비는 9.0km/L다. 도심에서 7.6, 고속도로에서 11.7km/L다.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엔진 배기량과 차급을 감안하면 합리적이라 할 만하다.
판매가격은 5560만원. V6 3.7 엔진을 얹은 고급세단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 있는 제안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끄는 것을 깜빡 잊고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채 두어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동안 엔진은 계속 공회전을 하고 있었다. 운전자의 건망증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럴 경우 차 스스로 스마트하게 대응하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

링컨 MKS는 성격이 분명했다. 승차감 탁월한 부드러운 하체가 돋보이는 아메리칸 럭셔리 세단의 진수를 보여줬다. 부드럽고 승차감이 우선인 세단을 원한다면 좋은 대안이겠다. 독일 세단의 딱딱한 하체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세단을 원하는 이들에게 링컨MKS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세심한 마무리가 아쉽다. 지붕과 윈드실드가 만나는 부분의 틈새는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링컨 엠블럼이 자리한 보닛 끝 부분도 단차가 커 보닛이 다 닫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옥의 티다. 앞바퀴 굴림이지만 뒷좌석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있다. 실내공간을 제한하는 요소다. 센터터널을 없애면 뒷공간은 훨씬 더 여유롭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