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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다 하와이! 토요타 하이브리드 배틀 우승 보고서

냅다 달릴 수도, 마냥 거북이걸음을 할 수도 없는 딜레마 같은 게임에서 기적처럼 1위로 골인한 승자는 바로 나였다. 58.8km/L의 연비를 기록하며 토요타가 경품으로 내건 하와이 여행권을 기자가 따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세상에선 가끔 벌어지는 법이다.

경기도 안산 스피드웨이에서 2일 열린 토요타 하이브리드 배틀. 프리우스를 타고 최고의 연비왕을 뽑는 경기다. 간단한 경기인데 시간제한을 더하고 팀별 기록을 도입하는 등 진행 방식을 새롭게 설계해 흥미진진한 게임으로 만들었다.

지난 봄부터 매주 벌어진 예선전을 통과한 48명이 추첨을 통해 3인 1조로 팀을 구성했다. 1인당 2바퀴씩 6바퀴를 도는데 드라이버 체인지를 할 때마다 약 20m 구간을 두 명이 뒤에서 밀어야 했다. 제한 시간은 30분. 재미있는 것은 제한 시간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패널티를 부과한다. 늦게 들어와도 일찍 들어와도 안 된다. 앞뒤로 1분씩의 오차를 두고 29분보다 일찍와도, 31분을 넘겨도 벌점을 부과받는 상황.

빨리 달려도 안 되고 연비를 좋게 한다고 마냥 천천히 달려도 탈락하는 진퇴양난의 계곡으로 내몰린 참가자들은 나름대로의 전략을 구사하며 신중하게 움직였다.

예선은 턱걸이로 통과했다. 2.7L/100km의 기록으로 동점자 규정을 따져가며 겨우 파이널 라운드에 올라설 수 있었다.

모두 8명이 벌인 결승은 서킷 2바퀴로 승부를 갈라야 했다. 제한시간 8분, 허용 오차는 30초.

예선전 경기 중 참가자들이 “차에 문제가 있다”며 컴플레인을 강하게 제기했던 차가 기자에게 배정됐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도 출발 신호를 받고 조심스럽게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루즈 컨트롤은 쓰면 안 된다. 속도를 유지하느라 연료를 더 태우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이라면 크루즈컨트롤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경기는 아주 미세한 연료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 운전자가 모든 걸 장악하고 판단하고 직접 조작해야 눈곱만큼의 연료라도 절약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건 자살행위다. 가속페달이 깊숙이 들어가는 순간 승패는 갈린다. 에너지모니터의 파워게이지를 보며 절대 절반 이상을 넘지 않게 운전했다. 밟는 게 아니라 살살 어루만지는 느낌으로 가속페달을 다뤘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연비는 1.4L/100km를 찍었다. 연비가 이처럼 좋은 건 운행 초반 EV 모드로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EV 모드에선 연료를 태우지 않고 배터리의 전력만으로 차가 움직인다. 연비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 하지만 EV 모드가 끝나고 에코모드로 전환되면서 연비는 점점 올라갔다.

시간 관리도 중요했다. 8분 안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핸드폰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 시간 체크를 하는 중에 핸드폰을 터치해 타이머가 리셋 되어 버렸다. 3분여가 남은 상황. 오로지 감으로 남은 시간을 조절하며 달려야 했다. 2랩 중반에 접어들며 연비는 2.0L/100km 까지 치솟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잠자고 있던 EV 모드가 활성화 된 것. 계기판에 뜬 EV 표시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EV 상황에서는 가속페달을 조금 더 밟아 속도를 올려도 된다. 어차피 연료를 태우는 건 아니니까. 빠듯한 시간도 회복할 수 있었다.

안산서킷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연비는 다시 1.7L/100km(58.8km/L)로 회복되고 있었다. 피니시라인까지 깔끔하게 EV 모드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연비는 58.8km/L, 주행시간은 8분 20초.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온 최고 기록이었다. 마지막 EV 모드가 승부를 가른 파이널 카운터였다.

똑같은 상황을 다시 재현하라면 못한다.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말이다. 억세게 운 좋은 경기였다. 참가자의 컴플레인을 받아 천덕꾸러기인 줄 알았던 차가 우승을 안겨준 복덩어리일 줄이야. 하늘이 돕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족이지만 드라이빙 슈즈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예민한 페달 워크엔 역시 드라이빙 슈즈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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