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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오프로더의 모순, 벤츠 G 350 블루텍

11월의 대관령은 벌써 한 겨울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 그 한겨울의 대관령에 새로 출시한 G 클래스를 풀어놨다. 눈이 내리고 눈보라치는 한겨울의 오프로드를 뚫고 달리는 G 클래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온로드는 생략하고 오프로드에서만 시승했다. 모델은 G350블루텍.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 모델이 처음 한국에 소개되는 것이라 했지만 아니다. 벤츠코리아 설립 이전인 90년대 초 한성자동차를 통해 G 바겐이 판매된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이 팔리는 모델은 아니어서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모델이었다. 독일 벤츠가 G 클래스를 다시 만들었고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차종 다양화를 위해 G클래스를 다시 한국에 투입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는 G 350 블루텍과 G 63 AMG 2개 모델이 판매된다. 시승차는 G 350 블루텍. 배기량 2,987cc 신형 V형 6기통 디젤 엔진에 자동 7단 변속기가 장착됐다. 최고 출력 211마력(3,400rpm), 최대 토크 55.1kg•m(1,600-2,400rpm)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를 9.1초 만에 주파한다.

G 바겐으로 유명한 G 클래스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정통 SUV로 독일군 군용차에 뿌리를 둔 모델이다. 히틀러의 차가 민간용 G 클래스로 만들어진 것은 1979년. 독일 사람들은 겔란드 바겐, 즉 G 바겐으로 이 차를 부른다. 오프로더라는 의미다. 영국의 랜드로버, 미국의 지프, 독일의 G 바겐. 각국의 오프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차들이다. 전쟁을 통해서 SUV가 탄생하고 진화했음을 말해주는 사실이다.

단순한 오프로더가 아니다. 벤츠의 명성에 걸맞게 G 클래스는 ‘럭셔리’ 오프로더를 지향한다. 오프로드에서 거침없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차는 아주 고급이다.

사다리꼴 프레임 위에 올려진 각진 스타일은 원래의 G 바겐과 거의 그대로다. 에어로 다이내믹은 적어도 G 클라스에선 남의 얘기다. 과거 갤로퍼를 연상시킬만큼 스타일은 세월의 흐름을 비껴갔다. 직선과 사각. 가장 단순하고 정직한 디자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위의 벤츠 삼각별 마크, 보닛 가장자리에 올려놓은 방향지시등, 사각 프레임 안에 집어넣은 원형 헤드램프, 바깥에 매달아 노출시킨 스페어타이어 등이 이 차의 디자인 포인트를 이룬다. 모두 ‘현대적’이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다.

시트에 앉으면 고급임을 자랑하는 보통의 가죽 시트보다 훨씬 우아한 품격을 갖춘 가죽시트가 몸을 맞는다. 핸들과 각종 버튼 등 손이 닿는 곳이 촉감도 마찬가지다. 격이 다른 고급스러움을 느낀다.

G 클래스 시승을 위해 만들어진 베이스캠프에는 차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불규칙한 노면 장애물, 옆으로 기운 경사면 도로, 급경사 오르막과 내리막, 타이어 일부만 노면에 닿게 만든 지그재그 구조물, 급경사 후 계단 내리막 등이다. 험로주행능력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구조물들이다.
어떤 차들에겐 이런 구조물이 가장 어려운 수준의 장애물이지만 G 클래스에게는 몸 풀기 수준의 초보단계다. 트랜스퍼 락을 하나도 작동시키지 않은 노멀 상태로도 모든 장애물을 주파했다. 타이어가 미끌미끌 거리며 순간적으로 헛도는 일은 있지만 장애물을 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G 클래스에는 비장의 무기가 더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한 트랜스퍼 락 버튼이다. 그것도 세 개씩이나 있다. 센터 디퍼렌셜, 리어 디퍼렌셜, 프런트 디퍼렌셜이다. 디퍼렌셜의 개념은 좌우, 혹은 앞뒤 회전축의 구동력, 즉 회전수를 동일하게 나눠주는 것이다. 왼쪽이 헛바퀴를 돌면 왼쪽은 계속 타이어가 회전하는데 오른쪽은 정지상태가 된다. 이때 디퍼렌셜 락을 작동해주면 좌우 타이어의 회전수를 동일하게 만들어 차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G 클래스는 앞뒤, 뒤차축의 좌우, 앞차축의 좌우에 각각 트랜스퍼 기어가 있어 오프로드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어떤 상황이라도 어느 한쪽 타이어만 지면에 닿아 구동력을 확보하고 있으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구덩이가 계속 파인 코스를 전후좌우로 흔들거리면서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두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져 있어도 G 클래스는 나머지 두 바퀴로 장애물을 보란 듯이 치고 나갔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압권인 모습이었다.

이어서 본격적인 대관령 시승에 나섰다. 눈이 쌓인 길을 만나면서 로 모드에 센터 디퍼렌셜 락을 걸고 움직였다.

눈 내리는 대관령은 장관이었지만 차로 움직이기에는 난관이었다. 첫 코스는 개울 통과. 타이어가 거의 잠길 정도의 개울을 가로로 짧게 통과하는 길이다. 물살은 세지 않고 그렇게 깊은 길도 아니어서 편하게 차 안에서 간단한 엑셀 워크로 통과. 내리막에서 턱 하고 물이 흐르는 개울에 처박힐 때엔 보닛 상단으로 물이 차오르지만 차분하게 통과했다.

빙판길 내리막에 이어 다시 도강, 그리고 대관령 오르막과 내리막을 연이어 달렸다. 아니, 달렸다기보다는 엉금엉금 기다시피 움직였다. 가장 아찔했던 코스는 빙판길 내리막 커브였다. 길은 얼었고 살짝 커브가 있어 조향까지 해야 하는 난코스. 천하의 G클래스도 순간적으로 미끌어지면서 조향능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순간이었을 뿐 곧 타이어는 노면을 물기 시작했고 스티어링도 차체를 제어했다. 로 기어에서의 확실한 엔진 브레이크는 든든한 믿음을 준다.

악천후에 어려운 난코스였지만 운전자는 굳이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됐다. 워낙 능력 있는 G 바겐이 아닌가. 게다가 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스테프들이 고생하며 길을 터줬다. 그들 덕에 험한 오프로드를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던 것.

오프로드 주행의 참 맛은 편안함이 아니라 고생에 있다. 삽을 들고 땅을 파 장애물을 치우고, 차를 밀고, 사람이 먼저 물속에 뛰어들어 물 속 상태를 확인하고 하는 과정들이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차와 사람이 하나가 돼서 온 몸으로 헤쳐 나가는 과정이 바로 오프로드 주행의 묘미다. 하지만 그런 거친 일들을 하기에 G 클래스는 너무 고급이다.

오프로드를 거뜬히 주파하는 이 녀석은 식욕이 엄청나다. 복합연비 기준, 가솔린 1리터로 겨우 7.4km를 간다. 5등급이다. 차 값도 비싸다. G 350 블루텍의 판매가격은 1억 4,800만원이다. 그래도 잘 팔린다. 올해 판매물량 50여대가 벌써 다 계약됐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 차의 고객층이 아니다. 이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수의 사람들이 G 클래스의 오너들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G 클래스는 모순투성이다. 극한의 오프로드를 겨냥했다면서 럭셔리한 인테리어, 1억이 넘는 가격을 책정했다. 하드코어 오프로딩을 하다보면 차가 다치기 예사다. 범퍼가 까지거나 차 옆구리가 긁히는 건 다반사다. 그 수리비를 어떻게 감당할까.
그게 싫어서 그냥 온로드만 타면서 폼만 잡기에는 아까운 장비들이 많다. 3단계의 디퍼렌셜 기어가 그렇다. 그저 그런 오프로드에선 굳이 필요없는 장비다. 고가의 럭셔리 SUV가 오프로더를 고집하는 건 이처럼 모순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 한국에는 제대로 달려볼 오프로드를 찾기도 힘들다. 한국에서 G 클래스를 제대로 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각국의 군용차로 사랑받는다는 자랑도 듣기 거북하다. 결국 그 뿌리는 독일군, 히틀러의 나치가 아닌가. 군용으로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게 사실이라해도 이를 드러내놓고 자랑해선 안되는 거 아닐까.

항 목

The new G 350 BlueTEC

길이x너비x높이(mm)

4,725
x 1,770 x 1,970

엔진 형식

V형 6기통

배기량(cc)

2,987

최고 출력(hp/rpm)

211/3,400

최대 토크(kg·m/rpm)

55.1/1,600-2,400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7단

복합 연비(km/ℓ)

7.4

CO2 배출 (g/km)

278

가격(부가세포함)

1억 4,800만원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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