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가지의 디테일’로 무장한 토요타의 중형세단 캠리가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며 독일산 경쟁 모델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캠리는 10월말까지 6,107대를 판매했다. 캠리 가솔린 모델 판매는 4,640대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의 두 배를 넘기고 있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무려 1,467대가 팔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6배에 육박하고 있다. 신형 캠리가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실적이다. 리콜사태와 지진 등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던 토요타의 부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 바로 캠리인 셈.

가솔린 모델만을 놓고보면 캠리는 국내 수입차 판매량 3위다. BMW 520d, 벤츠 E300에 이어 넘버 3 자리에 올랐다. 넘버 2인 벤츠 E300과는 불과 90여대 차이로 따라 붙었다. 연말 판매에 따라서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뉴 캠리는 토요타를 넘어 일본차의 실적회복을 이끄는 첨병이기도 하다. 1월 출시한 뉴 캠리에 이어 최근 닛산이 알티마를 투입했고 혼다 역시 12월중 어코드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시장은 일본차대 독일차의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앞서가는 BMW와 벤츠를 캠리를 앞세운 일본차 3각 편대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캠리의 성공은 상품성, 가격, 마케팅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길이 4,805mm 너비 1,820mm에 이르는 차체는 중형세단으로 이상적인 비율을 갖춘 사이즈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크기다. 이전 모델과 같은 길이지만 실내 뒷좌석의 무릎공간을 15mm 늘려 제한된 크기 안에서 실내공간을 확대해 실질적으로 큰 차의 느낌을 확보했다. 디자인 역시 화려함보다는 차분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살려 중형세단 고객층의 눈높이에 맞췄다.

캠리 가솔린 모델의 연비 12.8km/L도 우수한 편이다. 23.6km/L의 연비를 갖춘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배치해 유럽 디젤 세단을 견제하고 있다.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상품을 갖춘 것이다.

까탈스러운 소비자들까지 만족시키는 한국형 IT도 캠리의 강점이다.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국내에서 추가작업을 통해 설치하는 다른 수입차 내비게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만족감을 준다. 토요타는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 갤럭시 탭 7.0을 캠리 고객들에게 나눠준다. 여기에는 주행상의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운전자 전용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국내 최대의 전자업체인 LG와 삼성이 토요타 캠리에 모두 관여되어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미국에서 검증받은 캠리의 안전성은 차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한 종합안전성 검사에서 캠리는 별 다섯으로 최고등급을 받았다. 권위 있는 기관의 객관적인 테스트결과는 소비자들이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가격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토요타는 캠리의 가격을 3,390만원에 책정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4,290만원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가솔린 모델은 10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00만원을 내렸다. 토요타 가격정책의 기본 철학인 ‘양품염가(良品廉價)’가 반영된 결과다.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것. 한미 FTA로 관세가 인하된 부분까지 가격에 반영했다. 국산 중형세단과도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을 앞세워 캠리는 빠른 시간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캠리의 가격은 일본산 중형세단의 기준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닛산 알티마가 캠리와 동일한 가격을 책정했고 곧 출시할 혼다 어코드 역시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톱스타를 캐스팅한 공격적 광고 역시 캠리의 선전에 큰 도움이 된다. 자타가 공인하는 이 시대 최고의 여배우 김태희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캠리 TV CF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아 캠리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토요타는 캠리 출시 초기 김태희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 캠리의 이미지를 끌어올렸고 이는 판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과감한 공격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