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C 클래스 쿠페가 한국 판매를 시작했다.

C 클래스에 쿠페가 적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한국에 왔다. 한국 시판 모델은 C220 CDI 쿠페와 뉴 C63 AMG 쿠페 두 종류다. 단풍이 짙어지는 도로 풍경에 잘 어울리는 빨간색 C 220 CDI 쿠페를 시승했다.

보닛을 지나 여유롭게 루프를 타고 오른 선은 완만한 능선을 그리며 트렁크 리드로 떨어지는 쿠페라인을 그리고 있다. 긴 보닛, 있는 듯 없는 듯 짧게 만든 트렁크 리드, 그리고 사라진 뒷 도어가 이 차의 디자인 특징. 본디 쿠페는 아름다움을 추구해 만드는 법인데, 벤츠 C 쿠페는 세단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쭉 빠진 몸매를 가진 날렵한 이미지가 이 차에는 없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4도어 세단들이 쿠페 스타일을 따르며 워낙 모양을 내다보니 정작 쿠페는 스스로를 크게 차별화할 방법이 없다. 어지간한 쿠페 스타일로는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힘든 시대다.

헤드램프 형상은 어중간하다. 다양한 헤드램프 형상들 사이에서 차별화하는 요소는 되겠지만 전체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모습인지는 모르겠다.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이 적용된 헤드램프 아래에는 LED 램프가 빛을 낸다.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벤츠 왕별 엠블럼을 배치했는데 바로 그 위 보닛 끝에 작은 엠블럼을 또 하나 붙였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둘 중 하나를 빼는 게 훨씬 고급스럽고 품위 유지에도 좋겠다. 보닛의 엠블럼은 없는 게 낫다.

리어램프에는 측면과 만나는 부분에 6개의 홈을 만들어 놓았다. 보기에 썩 좋아 보이지 않는데 왜 그랬을까. 궁금하다.

이 모든 흠을 덮어버리는 게 바로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이다. 벤츠니까 다 용서된다. 많은 사람들이 벤츠를 사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벤츠니까.” 모든 단점을 덮어버리는 삼각별, 즉 브랜드 파워다.

인테리어는 산뜻하다. 도어패널과 대시보드, 그리고 핸들에 포인트로 넣은 흰색 포인트의 효과다. 운전자의 몸을 꽉 조이지도 그렇다고 확 풀어버리지도 않는 시트는 편안하다. 자세를 잡고 앉으면 좌우 사이드 미러, 룸미러가 편하게 눈에 들어오고 필요한 곳을 보여준다.

프리미엄 세단답게 마무리는 야무지다. 지붕 끝선과 윈드실드가 만나는 부분도 치밀하게 마무리했다. 트렁크 상단은 철판이 그래도 노출되기는 했지만 어지럽지 않게 정돈된 모습이다. 변속레버와 각 버튼들의 촉감도 나쁘지 않다.

핸들 아래 레버는 왼편으로 몰렸다. 크루즈 컨트롤 버튼과 방향지시등이 왼편으로 배치됐고 오른쪽 아래로는 아무런 레버가 없다. 계기판은 3개의 원으로 구성됐고 그 옆 내비게이션 모니터까지 각진 테두리가 둘러싸며 하나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뒷좌석은 2개로 4인승 쿠페다. 시트 어깨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시트가 앞으로 밀려나며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앞뒤 공간이 좁지는 않다. 무릎 앞으로 약간의 공간이 있다. 머리 위는 좁다. 173cm인 기자의 머리가 지붕에 닿을락 말락 하는 수준이다. 엉덩이를 빼서 조금 누워 앉으면 무릎이 좁아진다.

핸들은 2.8회전으로 3회전에 못 미친다. 예민한 핸들임을 짐작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엔진 소리를 토해 낸다. 디젤 엔진임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소리다.

직렬 4기통 2,143cc 디젤 엔진이 만들어내는 힘은 7단 변속기를 거쳐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굵은 토크가 저속에서부터 힘 있게 차체를 밀어준다. 뒷 타이어는 255 35ZR 18로 앞타이어 225 40ZR 18보다 편평비가 작다. 그만큼 접지면이 넓어 강한 구동력을 발휘한다.

밀고 나가는 가속감은 만족할만하다. 저속에서 고속까지 일관된 힘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 좋다. 거친 듯 한 엔진 소리는 덜 걸러진 채로 실내로 파고들지만 시끄러울 정도는 아니다. 달리는 속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메이커가 발표하는 이 차의 최고 속도는 231km/h,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 시간은 8.1초다.

적당히 소프트하고 때로 딱딱함이 느껴지는 서스펜션은 차체의 안정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어길티 컨트롤(AGILITY CONTROL) 서스펜션의 효과다. 주행 상황에 맞춰 셀렉티브 댐핑 시스템이 쇼크 업소버의 강도를 조정해 댐핑 압력을 변화시켜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을 확보해준다.

시속 100km에서 1500rpm을 마크했다. 엔진이 매우 안정감 있게 움직였다. 같은 속도에서 3단으로 낮추면 rpm은 4,000까지 상승한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를 택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하단부에는 에코 드라이브 버튼도 있다. 도로상태와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주행모드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각 모드에서 차의 반응이 미묘하게 달라지지만 운전자가 이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코너에서 반응은 놀랍다. 와인딩 로드에서 빠르게 코너에 진입하며 핸들을 돌렸다. 언더 스티어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뒷바퀴가 살짝 밀리는 듯하더니 이내 안정감을 되찾으며 코너를 탈출했다. 타이어의 그립감도 만족스러웠다. 조향, 서스펜션, 타이어가 조화를 이루며 만족할만한 코너링을 보였다.

급제동을 시도했다. 앞이 쿡 박히는 노즈다이브가 심하지 않았다. 앞으로 쏠리는 중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안정감 있게 멈췄다.

7인치 디스플레이에 한글이 적용된 커맨드 시스템에는 독일 본사가 직접 한국 시장에 맞춰 개발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탑재됐다.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터치스크린이 안되고 한글 입력도 조그셔틀을 돌리며 찍는 방법이다. 목적지 검색도 쉽지 않았다. 이전부터 내비게이션은 늘 벤츠의 취약부분이었다. 소비자들이 어떤 부분을 불편해하는지 좀 더 연구해야할 것 같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벤츠의 세심함은 여전히 부족하다. 내비게이션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커맨드 시스템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강화됐다. DVD, CD, MP3 CD재생이 가능하고 SD 카드와 USB 등도 사용할 수 있다. MP3 파일을 저장 할 수 있는 10G 크기의 하드디스크도 내장돼 있다.

C220 CDI 쿠페의 복합 연비는 15.2km/ℓ로 2등급에 해당한다. 연비가 좋아 장거리 운행 부담이 크지 않다. CO2배출량은 129g/km이다. 판매가격은 5,70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보닛을 열 때 손을 조심해야 한다. 손이 드나드는 아래로 플라스틱 표면이 칼처럼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다. 보닛을 여는 레버를 찾아 손을 이리저리 옮기다가는 다치기 딱 좋다. 장갑을 끼고 보닛을 열어야할 판이다.
변속레버는 무엇이 무서운지 떨고 있다. 엔진의 진동이 변속레버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며 변속레버에 손을 올리면 그 진동이 느껴진다. 디젤 엔진이라해도 요즘엔 이런 차 별로 없다. 오랜만에 디젤 엔진의 진동을 벤츠에서 느꼈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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