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같은 풍모의 중년 사내가 푸조 208 발표 무대에 섰다. 푸조 208 국내 출시에 맞춰 한국을 찾은 푸조의 디자이너 신용욱 씨다.
1967년생으로 올해 마흔다섯.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과 스페인으로 건너간 후 영국 코벤트리대를 마친 뒤 최고의 디자인 양성코스인 영국 왕립예술대(RCA)를 졸업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로 첫 출발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다. 1999년 푸조로 자리를 옮긴 그는 14일 한국에서 론칭한 푸조 208의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한국인이지만 유럽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탓에 기자들 앞에선 그의 첫 말은 서툰 한국말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한국어는 이질감이 없었다.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고 얘기하듯 차분한 어조로 푸조 208 디자인 브리핑을 이어갔다.
푸조 208의 가장 큰 특징은 높게 설치한 계기판과 낮게 배치한 스티어링 휠. 계기판과 핸들의 위치와 크기를 조정해 한 눈에 계기판과 도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비싼 해드업 디스플레이를 대체하는 구성이다.
폭설이 쏟아는 길에서 도로와 계기판을 번갈아 가며 보던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에 적용하게 된 것이 그 스스로도 놀랍다고 말했다. 그만큼 푸조의 의사결정 과정이 파격적이고 오픈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였다.
푸조 전체 판매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208에 처음 적용하면서 부담도 컸지만 출시 이후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지역에서 판매 선두권을 기록할 만큼 잘 팔리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쌀은 논에서 나고 보리는 보리밭에서 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어떤 배경과 환경이냐에 따라 나오는 디자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푸조라는 환경이 있어서 208의 디자인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자동차는 그 나라의 문화”란느 말도 일맥상통한다. 프랑스차에는 프랑스의 문화가, 독일차에는 독일의 문화가 담겨있는 만큼 한국도 한국 문화가 녹아든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강남 스타일 같은 로컬 문화가 국제적인 문화다”
강한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의 영향이었을까. 그는 또한 ‘따라하기’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과거에 있던 것을 그냥 가져오지 않는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며 “따라하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푸조 208의 디자이너로서 어느 누구도 따라하지 않았다는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는 억지스럽지 않았다. 미사여구나 엉뚱한 답으로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208의 가격과 관련한 질문에 “가격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의 프리젠티이션 마지막 자막은 이랬다. “디자인은 기능에 맞춰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