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자전거를 만들었네요. 자동차 메이커가 자전거를 만드는 예는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만 기아차가 자전거를 만들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것도 삼천리자전거와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아차와 삼천리자전거, 오래전 두 회사는 같은 회사였습니다.

기아차의 시작은 자전거였습니다. 기아차의 역사는 1944년 경성정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영등포에 문을 연 허름한 공장이었습니다. 경성정공은 일본에서 삼화제작소를 운영하던 김철호가 한국으로 되돌아와 세운 회사였지요.

경성정공이 처음 만들었던 것은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였습니다. 1952년 자전거 사업부를 만들어 자전거 사업에 나섰던 것이지요. 바로 삼천리 자전거입니다. 기아산업이 첫차인 삼륜트럭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62년부터입니다.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기 훨씬 오래 전, 자전거 사업으로 회사의 저력을 키웠다고 보면 됩니다.

삼천리자전거는 1979년 기아산업에서 분리돼 삼천리자공(주)로 출발합니다. 85년에는 기아그룹에서 완전히 분리 독립합니다. 현재 국내 최고의 자전거 메이커인 삼천리자전거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런 인연을 가진 기아차와 삼천리자전거가 협업으로 자전거를 만들었다네요. 기아차가 11일 밝힌 바에 따르면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직접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자전거 이름은 ‘케이벨로(K Velo)’ 시리즈입니다. 프레임에 기아차 디자인의 상징인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11단 기어 및 바구니, 흙받이 등 편의성을 갖춘 150만원짜리 ‘씨티’<사진> 단속기어 및 가벼운 차체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110만원짜리 ‘스피드’ 두 개의 모델이 있습니다.

자전거에서 시작해 자동차 메이커로 우뚝선 기아차와 기아차에서 분리해 한국 최고의 자전거 브랜드로 자리잡은 삼천리자전거. 창업주의 흔적은 이제 온데간데 없지만 한 뿌리에서 시작한 두 개의 회사가 자전거를 함께 만들었다는 소식에 옛날을 돌아보게 됩니다. 기아차 창업주 김철호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