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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틀 “남자의 차이고 싶다”

예쁜 차 폭스바겐 비틀이 모델 체인지를 단행하면서 남성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예쁜 차에서 더 나아가 힘 있고 다이내믹한 성능을 강조해 남성 고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집토끼인 여성고객은 잡았고 이제 집 밖 산토끼인 사냥에 나서겠다는 것.

비틀은 폭스바겐의 뿌리다. 히틀러가 포르쉐 박사를 시켜 만든 국민차가 바로 비틀이다. 국민차, 즉 폭스바겐은 그대로 자동차회사의 이름이 됐다. 비틀의 원래 이름은 타입1이었다. 미국 시장에 판매를 시작하면서 ‘비틀’이라는 이름이 시작된다. 비틀은 자동차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모델중 하나다. 1938년 처음 판매를 시작한 이래 2,250만대 이상 팔렸다.

비틀은 많은 스토리를 가진 차이기도 하다. 공랭식 엔진을 뒤에 배치하고 리어드라이브 방식으로 구동하는 초창기 모델은 단단하고 빈틈이 없게 만든 차라 차창을 살짝 열어놓지 않으면 문이 잘 안 닫혔다. 차 바닥까지 밀폐돼 물 위에 30분 가까이 떠 있을 정도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큰 차만이 사랑받는 미국 시장에서 작은 차 바람을 일으켰던 차도 비틀이다. 비틀은 또한 마케팅 광고 분야에서도 신화와 같은 존재다. 역발상과 탁월한 크리에이티브로 만들어진 비틀 광고들은 지금도 광고의 전설로 남아 있다.

뉴 비틀을 거쳐 새로 나온 신형 비틀의 이름은 ‘더 비틀’이다. 비틀의 본질에 충실하게 만든 차라는 의미가 읽힌다. 더 비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대시보드에서 사라진 꽃병이다. 비틀은 예쁘고 아기자기한 여성 취향의 모습을 벗고 여전히 예쁘지만 힘 있는 디자인을 더해 남성들을 유혹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꽃병의 퇴출이 이를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다.

실제 디자인을 봐도 그렇다. ‘스마일’ 표정의 앞모습은 여전히 재미있고 발랄한 예전 비틀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지만 뒤태는 크게 달라졌다. 큼직한 스포일러를 달고 동글동글한 리어램프는 타원형으로 납작하게 배치해 변신을 꾀했다. 포르쉐 911의 모습이 언 듯 보인다. 그저 예쁘기 만한 모습에서 벗어나 힘 있고 다이내믹한 모습을 담은 뒷모습이다.

더 비틀은 뉴 비틀 보다 더 넓고(90mm) 길고(150mm) 낮게(15mm) 만들어 보다 안정감 있는 비율을 구현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미소 짓는 이미지를 만드는 보닛 라인은 여전히 비틀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만들고 있다. 여전히 동그란 헤드램프에는 15개의 LED 램프가 주간주행등의 역할을 한다.

옆모습의 실루엣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포르쉐 911이다. 18인치 휠을 감싸는 앞 뒤 휠하우스는 특유의 볼륨감이 살아 있다. 특히 리어 휠 하우스 부분은 911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매력적인 엉덩이다. 원형을 이루는 루프라인은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실내의 머리 윗 공간을 확보하는데에도 좋은 구성. 위도 프레임 하단과 보디 아랫부분에 각각 크롬라인을 넣어 측면 디자인의 포인트를 구성하고 있다.

강한 개성을 가진 익스테리어에 비해 인테리어는 폭스바겐의 표준 인테리어다. 폭스바겐의 다른 모델들에서 만날 수 있는 인테리어가 비틀에도 크게 다르지 않게 적용됐다. 3스포크 핸들,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과 그 아래로 배치된 스위치류, DSG 기어레버까지 익숙한 모습들이다.

단순 명쾌한 계기판은 주행정보를 쉽고 편하게 전달한다. 글로브 박스는 상하 이중으로 열린다. 타이어 공기압 체크 버튼을 글로브 박스 안에 배치한 것은 의외다. 왜 이 버튼이 여기에 있을까. 오일 온도게이지, 타이머, 터보 압력 게이지로 구성된 트리플미터가 대시보드 상단에 위치해 눈길을 끈다. 상세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과 함께 시각적으로도 뭔가 있어보인다.

인테리어에는 고광택 재질을 간간이 사용했다. 도어 패널 상단, 대시보드 상단, 그리고 핸들 일부에도 반질반질하게 광택이 나는 재질을 사용했다. 도어포켓은 고무 밴드를 적용해 사이즈가 큰 물건도 수납할 수 있게 했다. B 필러 상단에는 뒷좌석 승객을 위한 가죽 손잡이가 있다. 지붕에 붙어 있는 손잡이가 아니라 가죽끈으로 손잡이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파워트레인은 2.0 TDI 엔진과 6단 DSG 변속기의 조합으로 구성됐다. 골프 등 다른 모델에서 이미 그 완성도를 검증받은 엔진과 변속기다. 최고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32.6kg.m(1,750~2,500rpm)의 성능을 가졌다.

이그니션 키를 돌려 디젤 엔진을 흔들어 깨웠다. 우렁우렁대는 튼튼한 디젤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출발 전에 핸들을 먼저 돌려봤다. 적당한 답력을 가진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했다. 공회전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엔진은 2,500rpm을 넘지 않았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경고다.

서울 시내를 통과해 교외로 벗어났다. 1,75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온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기만해도 최대토크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시속 100km에 속도를 맞춰 정속주행하면 rpm은 1800으로 편안하게 작동한다.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적막하지도 않은 실내는 정직하게 주행속도를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속도와 체감속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변속 타이밍을 최소화하는 더블 시프트 기어박스는 엔진의 힘을 낭비하지 않고 앞타이어로 전한다. 편안하게 달리는 중저속 구간을 지나 속도를 높였다. 엔진 소리가 살아난다. 심장을 자극하는 정도의 매력 있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운드가 이어진다. 시속 160에서도 엔진소리는 바람소리에 묻히지 않고 한데 섞여 들린다. 그 이후에서는 바람소리가 점점 엔진 소리를 잡아먹는다.

속도를 올리면 중저속 구간에서의 안정감은 점차 사라지고 차체가 조금 튀는 느낌이 온다. 불안함보다 달리는 재미를 적당히 느낄 정도의 흔들림이다. 최고속도에 다가서는 구간에서는 바람소리가 심하고 흔들림도 있지만 차를 컨트롤하는데 부담은 없다.

코너링은 재미있다. 이전 뉴 비틀에서도 지방의 와인딩 로드를 달리며 단단한 서스펜션 반응과 비교적 정확한 핸들링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더 비틀의 조향성능은 좀 더 나아졌다. 생긴 모습이 여린 것과 다르게 매우 좁은 코너를 야무지게 빠져 나간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차체를 잘 지지해주는데 힘입어 스티어링이 공차중량 1,437kg의 차체를 잘 컨트롤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브레이크다. 급제동을 하는데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이 다른 차들과 달리 부드럽다. 페달은 부드럽게 밟히지만 차체는 밀리는 법 없이 정확하게 반응하며 속도를 줄였다. 새롭고 마음에 드는 브레이크 반응이다.

메이커 발표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9.5초, 최고 속도는 195km/h다. 복합연비는 15.4km/l, 판매가격은 3,630만원이다.

폭스바겐은 비틀의 여성적인 이미지를 벗고 남성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비틀은 여자의 차’라는 공식을 깨고 남성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차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한다. 여성 고객은 잡아놓은 집토끼이고 이제 집 밖의 산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집토끼들은 그냥 집에 있을지, 얼마나 많은 산토끼들이 더 잡힐지 이제 두고 보는 일이 남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수입차에서 익숙한 편의장치들이 많이 빠져 있다. 크루즈 컨트롤, 시동 버튼, 패들 시프트, 자동주차 보조장치 등을 이 차에선 볼 수 없다. 흙길을 달릴 때 에어덕트로 흙바람이 실내로 거침없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실내로 유입되는 공기가 필터를 거치는지도 의심스럽다.
USB 단자도 없다. 이 차의 고객층인 젊은 세대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기능이다. 시트 조절은 둥근 로터리 손잡이를 열심히 돌려야 한다. 힘들고 불편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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