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 세마쇼는 그 넓은 공간조차 부족해 주차장, 통로를 가득채운 업체들로 초만원이었다. 대부분 중소규모의 업체들이다. 완성차 업체는 몇 되지 않는다. 미국의 빅3를 제외하면 현대, 기아차, 토요타, 렉서스, 혼다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크라이슬러는 애스터마켓을 담당하는 브랜드 ‘모파’를 앞세워 이 전시에 참가했다.

대부분은 부품, 애프터마켓을 담당하는 중소업체들이다. 참가업체들은 밀려오는 관람객과 바이어들을 상대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한국업체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현대, 기아차,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대기업을 제외하면 중소규모 업체의 참여는 거의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팅 필름 업체 서너곳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일본과 중국 업체들은 각각 70여개 업체가 참여해 미국 시장 진입과 시장 확대를 위해 뛰고 있었다.

세마쇼에 왜 한국 업체들이 없을까. 미국 최대 규모의 부품 튜닝쇼로 인정받는 세마쇼는 중소기업들에겐 미국 시장 진출의 통로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한국 중소기업들이 없는 것은 한국 부품용품 산업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경쟁력이 낮은 것이다.

미국의 부품 용품 산업은 오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규모도 크다. 꼭 수준이 높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려 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완성차 업체의 압력으로 한국의 자동차 용품 부품 업체들은 세계 무대에서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불법 튜닝과 불법 부착물, ‘순정’을 강요하는 완성차 업체의 압력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용품 부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용품, 튜닝 산업이 발전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관련업체들의 성장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세마쇼에 전시된 차들을 한국 기준으로 본다면 전부 불법 튜닝카들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아니다. 물론 주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용인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하나의 산업군을 이루고 있고 해마다 세마쇼를 성대하고 훌륭하게 치르고 있다. 중소업체들이 주축이 돼서 성공한 전시회로 자리잡은 세마쇼에서 한국 업체들을 찾을 수 없는 것은 한국의 부품용품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직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 중심으로 작동하는 절름발이임을 세마쇼의 풍경이 말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