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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그래서 비싼 기아 K3

K3가 초호화 옵션으로 무장하고 출격했다. 기아차가 준중형 세단 포르테 후속으로 내놓은 K3의 면면은 화려하다. 준중형차에 이런 장치까지 필요한가 입이 벌어질 정도다. 리어 디스크 브레이그, LED 램프, 플렉스 스티어, VSM,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 주차 보조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등이 적용됐다. 웰컴기능, 이지 액세스, 메모리 시트 등 구석구석에 포진한 편의장비들은 준중형이 아니라 중형 혹은 대형차 수준의 편의장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있다. 최첨단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UVO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 하나로 차를 제어하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미리 시동을 켜서 실내를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해놓은 뒤차에 오르는 기분은 흡족할 것이다. 도난당했다면 경찰 신고를 거쳐 달리는 차를 멈춰 세울 수도 있다. “그래서 가격이 올랐다”는 부분만 아니었다면 소비자들은 두 손 번쩍 들고 만세 삼창을 외쳤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K3는 우리 앞에 등장했다. 태풍이 지나간 강원도 평창에서 K3를 타고 달렸다.

K7이 처음 나왔을 때의 디자인 쇼크는 K3에서 익숙한 편안함으로 변했다.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아의 디자인이 이제 연착륙했음을 K3는 말해주고 있다. 헤드램프는 프로젝션 램프를 적용했다. LED를 적용한 드라이빙 램프는 마치 치켜올라간 눈썹을 닮았다. 쌍심지를 돋군 형태여서 사나워 보인다. 리어램프는 면발광 타입의 LED램프를 썼다. 선명하고 밝은 리어램프는 조금 과장하면 헤드램프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A필러는 최대한 앞으로 당긴 캡포워드 스타일은 실내공간을 그만큼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옆에서 보면 앞 뒤 끝 부분에 조각난 창이 있다. 예전엔 플라스틱으로 막았던 곳에 작은 창을 단 것이다. 차창의 효율적인 작동을 유지하면서 개방감을 확대한 조치다.

길이는 4,560mm로 포르테보다 30mm 길어졌고 너비는 1,789mm로 5mm가 넓어졌다. 높이는 25mm가 낮아진 1,435mm다. 휠베이스는 2,700mm로 전체 길이의 59%에 해당한다.

실내는 준중형 세단으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고급이다. 시트를 포함한 인테리어를 투톤 컬러로 깔끔하게 배치했다. 인테리어 재질의 고급감은 대형세단 수준 버금간다.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방향으로 살짝 기울게 만들어 운전자가 조작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센터 콘솔에는 캐논 DSLR 카메라가 쏙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내비게이션은 깨끗하고 선명한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UVO센터에서 원격 조절로 시승코스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운전자는 UVO와 UVO센터를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차가 없는 넓은 공터에서 탤런트 손현주가 등장해 추격자를 패러디한 K3 홍보영상에서처럼 UVO 센터의 도움을 얻어 주행 중 속도를 늦춘 뒤 시동을 정지시키는 도난추적 기능을 시행해봤다.

UVO 센터에서는 도로 상황이 안전한 곳인지를 확인한 뒤 “도난추적 기능을 시작한다”는 안내가 나오자 차는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 가속페달은 작동하지 않았다. 내비게이션 모니터에는 “경찰의 요청에 의해 차량 감속 시동 금지 동작 중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잠시 후 차는 멈춰섰다.
이를 작동하기 위해선 우선 차량 도난 신고와 함께 경찰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아무나 아무 때나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은 아니다. 신기하고 편리한 기능이다. 하지만 실제 운용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예상 가능한 부작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매우 세심하게 적용해야 하는 기능이다. 신기술이지만 에상치못한 부작용은 없을지 걱정도 된다.
기계 장치인 자동차마저 UVO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큰 것일까. 음성인식 기능을 켜고 ‘라디오’라고 말하면 자꾸 UVO로 인식했다.

시동을 켜고 바깥으로 나가 엔진 소리를 들었다. 어린 아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처럼 잔잔한 엔진 소리가 조용하게 들렸다.
핸들은 스포츠, 컴포트, 노멀, 3개의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스포츠와 컴포트의 차이는 확실하게 느껴진다. 반발력이 거의 없는 컴포트 모드에선 핸들을 아주 쉽게 돌릴 수 있다. 스포츠모드에선 단단한 반발력이 느껴진다. 주행상태와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택하면 된다. 준중형에 이 정도 기능까지 필요할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편리한 기능임은 분명하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무난한 세팅이다. 스포츠 모드로 핸들을 세팅하고 와인딩 코스를 달리면 제법 날카로운 핸들링을 느낄 수 있다. 가벼운 핸들보다는 반발력이 느껴지는 탓이다.

핸들에는 패들 시프트가 있다. 왼쪽은 시프트 다운, 오른쪽은 시프트 업이다. 패들 시프트는 짧게 만들었지만 핸들 아래로 손을 넣으면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다이내믹하게 공격적으로 드라이빙할 때 스티어링 휠을 쥔 채로 변속을 할 수 있어 좋다. 변속레버로 손이 왔다 갔다 하는 번거로움을 생략할 수 있다. 시트는 편하게 몸을 받쳐줄 뿐 아니라 통풍 기능이 있어 시원한 바람도 나와서 쾌적하게 운전할 수 있다.

1.6 GDI 가솔린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7.0kgm의 힘을 낸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가 파워를 조율해낸다.

중저속 구간에서 빠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K3는 정확한 반응을 보이며 달려 나갔다. 속도가 오를수록 가속감이 떨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140마력, 1.6 엔진을 가진 차에 고속에서의 가속감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다. 기아차에서는 시속 190km에서 퓨얼컷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그 속도까지 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이고 한참을 지나도 그 속도에 이를 수는 없었다.
가속페달에 별도의 킥다운 버튼은 마련되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아무 저항 없이 끝까지 밟힌다. 바닥까지 완전히 페달을 밟으면 rpm은 5,000을 향해 치고 올라간 뒤 변속이 이뤄진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뛰어난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무척 조용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조용함과 견줄 수 있을 정도다. 차의 안정감도 뛰어나 중형세단급의 편안한 승차감을 맛볼 수 있다.
속도를 더 높여 고속주행을 시도하면 바람소리가 많이 파고든다. 차체가 뜨는 듯한 느낌도 든다. 속도를 높일수록 뒤가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준중형급인 차인만큼 이를 단점이라 말할 수는 없다. 준중형의 한계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준중형 이상의 성능과 승차감을, 고속주행에서는 준중형의 솔직한 성능을 보였다.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차의 복합 연비는 14.0km/L다. 차 바닥에 언더커버를 장착하고 휠 디플렉서를 적용해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얻은 연비다. 여기에 차가 멈추면 엔진도 정지하는 ISG를 장착하면 연비는 14.5km/L까지 올라간다.

K3는 잘 만든 준중형 세단이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경쟁 모델 대비 최고”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 현대차 아반떼 때문이다. 아반떼 보다 뭐가 좋으냐는 질문에 기아차 임원은 “K3가 나은 부분도 있고, 아반떼가 좋은 부분도 있다”고 대답할 정도다. 드러내놓고 자랑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한 임원은 “아반떼는 나온 지 2년 된 차고 K3는 이제 막 나온 차”라며 애둘러 K3의 우월함을 표현했다.
메이커의 의도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K3와 아반떼를 직접 비교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과 편의성 면에서 K3의 우월함은 분명해 보인다. 두 차가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만큼 동력 성능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판매가격은 어김없이 올랐다. 기아차는 K3 가격을 디럭스 1,492만원부터 최상급인 노블레스 1,939만원까지로 정했다. 포르테 대비 31만~52만원이 올랐다. 차체자세지어 장치,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리어디스크 브레이크 등을 전차종 기본장착하고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만들고 연비를 개선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 인하된 효과가 있다는게 기아차의 입장이다. 구구절절 그래도 오른 건 오른 거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BMW 3시리즈를 따라했든 안했든 상관없이 헤드램프의 앞트임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성형 수술 결과를 보는 듯 불편하다. 많은 사람들이 타는 대중세단인 만큼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면 좋겠다. 조수석 대시보드의 주름도 부자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도어 패널과 이어지는 물결무늬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어색하다. 의욕과잉이다. 충분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만큼 대시보드의 물결무늬는 다음 모델 변경 때 지우는 게 낫겠다.
패들 시프트에 손을 맞추고 있으면 방향지시등 위치가 너무 높다는 느낌이 든다. 손을 옮겨서 조작해야할 정도는 아니지만 “불편하다”고 손이 말한다. 방향지시등을 조금만 아래로 배치하면 정말 편하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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