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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 “이제 전쟁이다”

이제 반격이다. 렉서스가 주력 모델 ES를 전격 교체했다. RX와 GS를 교체한 데 이어 ES까지 풀체인지한 새 모델을 내놨다.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라인업이 짜여진 셈이다. ES가 중요한 이유는 렉서스의 주력이기 때문이다.
렉서스 브랜드에서 ES의 판매비중은 세계적으로 보면 넉대중 한 대, 한국에서는 거의 두 대중 한 대꼴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더 강한 모델이다. 렉서스가 한때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강남 아줌마차’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던 ES 덕분이다. 그 ES가 이제 6세대 모델로 탈바꿈을 하고 소비자들 앞에 나섰다. 주력 모델의 성패는 브랜드의 성패에 직결된다. 렉서스로서는 ES를 성공시켜야만 하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이제 펼쳐야 한다.

서울에서 충북 제천까지 ES 350과 ES300h를 타고 달렸다.

강약이 적절히 조화된 단정한 모습이다. 렉서스의 새 디자인 컨셉트로 자리 잡은 스핀들 그릴과 그 좌우측에 위치한 화살촉 모양의 LED 드라이빙 램프 덕분에 정면 이미지는 무척 강한 편이다. 측면과 후면은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강한 정면 모습은 과하지 않고 측면과 후면은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드 미러 안쪽, 리어램프 바깥쪽으로는 작은 핀이 있다. 자세히 살펴봐야 할 수 있을 정도. F1 머신의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이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그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운전자가 직접 체감하긴 어렵다. 중요한 건 그런 장치가 있다는 것. 존재 자체가 보는 이로 하여금 ‘뭔가 있다’는 신뢰감을 갖게 한다.

실내는 환하다. 밝은 아이보리 계열의 가죽을 사용해 상쾌한 실내를 만들었다. 밝은 실내는 오염된 부분이 금방 눈에 보여 오히려 더 깨끗하게 실내를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고급스런 분위기가 지배한다.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된 가죽, 나무 등이 빚어내는 분위기다. 가죽을 덧댄 대시보드는 스티치로 마감했다. ‘타쿠미’로 부르는 일본 장인들의 손길이 만들어낸 부분이다.

스마트 사이징. 현해탄을 건너온 렉서스 개발 담당자가 밝힌 ES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핵심은 휠베이스를 늘려 차의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는 데 있다. 유효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뒷좌석 시트는 두께가 얇은, 박형 시트를 적용했다. 덕분에 뒷좌석 공간은 매우 넓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공간이 남을 정도다.
앞바퀴굴림 구조여서 뒷좌석엔 센터터널도 없다. 안 그래도 넓은 공간 바닥이 운동장처럼 넓게 보인다. 스마트 사이징의 승리다.
운전석에 앉으면 포근하게 앉기는 느낌이 든다. 숄더라인이 높다.
고개를 숙여 가속페달을 확인했다. 오르간 타입으로 만들어 페달 아래에 이물질이 끼어도 페달 작동에 이상이 없도록 했다. 가속페달은 끝까지 저항 없이 밟힌다. 킥다운 버튼이 생략된 것. 핸들은 2.8 회전한다. 편안한 승차감과 함께 살짝 타이트한 조향을 염두에 둔 세팅이다.

ES 350에 먼저 올랐다.V6 3.5 277마력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로 조합을 이뤘다.
엔진소리를 들을 일은 거의 없다. 어지간히 속도를 올려도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차창을 파고드는 것은 시멘트로 만든 도로에서 발생하는 노면 마찰음 뿐이다. 고속주행에 접어들어도 바람소리가 커질 뿐 엔진소리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rpm이 레드존 직전인 6,000에 도달해야 저 멀리서 엔진소리가 낮게 들린다. 렉서스의 조용함은 6세대 ES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특성이다.

D레인지에서 시속 100km 속도에서 rpm은 1,600을 가리킨다. 차분하고 잔잔한 엔진이다. 변속레버를 수동으로 조작하기 위해 D에서 왼쪽으로 당기면 S 모드가 된다. 레버를 옮기는 순간 rpm은 1,000 가까이 올라간다. 달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엔진 회전수를 옮기며 한껏 예민해진 차는 가속페달에 즉각 응답한다. 만만치 않은 가속력은 한계속도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했다. 치고 나가는 가속력은 렉서스 ES가 훨씬 다이내믹해졌음을 실감케 한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노멀, 에코 3가지 모드로 나뉜다. 스포츠와 에코 모드의 차이를 알아보려면 가속페달을 툭툭 쳐보면 된다. 스포츠모드가 훨씬 예민하다.
승차감은 따로 언급할 필요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렉서스의 승차감은 ES에서도 여전히 그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조용함, 쾌적함, 그리고 잔잔하게 순항하는 실내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흔들림은 최적의 승차감을 느끼게 한다.

ES 350의 복합연비는 10.2km/L. 가격은 5,630만원(수프림)과 6,230만원(이그제큐티브)이다.

300h 하이브리드로 옮겨 타고 충주호 주변의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하이브리드 모델엔 EV모드가 있다. 배터리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 회생제동장치는 감속할 때나 브레이크 작동시 제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재활용한다. 에너지 모니터와 계기판의 파워 모니터를 체크하면서 운전하면 훨씬 더 경제적인 운전을 할 수 있다.

에코 모드와 노멀 모드에선 계기판 rpm게이지가 사라지고 파란 바탕에 파워 게이지가 뜬다. 에너지 사용량, 회생제동 에너지 작동상태 등을 보여주는 장치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빨간 바탕에 rpm 게이지가 나타난다. 엔진 회전수를 보면서 신나게 달려주면 된다.
직렬 4기통 엣킨슨 엔진은 2.5리터에 158마력의 힘을 낸다. 여기에 143마력짜리 모터가 더해진다. 총 시스템 출력은 203마력.

주행느낌은 가솔린 엔진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내는 조용했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하이브리드답지 않은 순발력을 발휘하며 고속질주를 이어간다.
충주호를 바라보며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맛은 환상적이다. 적당한 수준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때로 거칠게, 때로 부드럽게 코너를 공략하다보니 어느 새 종점이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ES 300h의 연비는 신연비 기준 16.4km/L로 1등급에 해당한다. 구연비 기준으로 따지면 21.8km/L로 동급 디젤엔진차보다 우수하다. 렉서스 ES 350h에는 수프림과 이그제큐티브 두개 트림이 있다. 각각 5,530만원과 6,130만원이다.

ES 라인업에서 주목할 것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가솔린 모델보다도 싼 가격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은 것. 이런 예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한국보다 앞서 ES를 출시한 미국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솔린 엔진차보다 비싸다. 그런데 한국에선 가격을 역전 시킨 것. 하이브리드를 구입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렉서스의 의지가 이처럼 쇼킹한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간절한 것이다.

가솔린보다 하이브리드가 더 싼 하이브리드의 등장은 분명 소비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하이브리드의 가격역전’을 실현해 낸 렉서스 덕분에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고 시장이 더 커질 것을 기대해 본다.
가격, 성능, 연비 3박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ES 하이브리드 모델이야 말로 렉서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회심의 한방이 될 것이라 예언해 본다.
유럽산 프리미엄 디젤 세단에 맞설 제대로 된 일본차가 이제야 비로소 등장했다.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레버의 작동감이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D-S로 레버를 옮길 때 반응이 조금 거칠다. 다른 장치들을 조작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조작감이다. 이왕 손보는 거라면 변속레버를 조금 더 짧게 해도 좋겠다.
인테리어의 지붕 끝 선은 앞 뒤 윈드실드와 밀착되지 않는다. 인테리어의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마무리됐지만 이곳을 놓치고 말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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