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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 “가솔린 모델보다 싼 하이브리드로 BMW 잡겠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모델간 가격 역전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일어났다. 렉서스의 승부수다.

렉서스는 ES를 출시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인 ES 300h의 가격을 가솔린 모델인 ES 350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표준형인 수프림 모델의 경우 ES 350을 5,630만원, ES 300h을 5,530만원이다. 고급형인 이그제큐티브 역시 350이 6,230만원, 350h는 6,13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정확히 100만원 싸다.

하이브리드를 생산하는 모든 메이커들은 동급 가솔린 모델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배터리 가격이 비싸고 판매대수가 많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쏘나타나 K5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 비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가격을 가솔린 모델보다 낮추는 가격 역전을 전격 결정했다. 하이브리드의 가격 역전이 한국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렉서스는 한국보다 앞서 미국에서 ES를 출시하면서 기존처럼 하이브리드 모델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

렉서스는 왜 한국에서 하이브리드 가격 역전을 시도했을까. BMW와 벤츠 등 독일산 프리미엄 디젤 세단을 겨냥한 조치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연초 기자 회견을 통해 “하이브리드로 진검승부를 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번 ES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그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사건이다. 수입차 시장 대세로 자리 잡은 디젤 바람에 하이브리드로 맞서겠다는 것. 가솔린 모델보다도 낮은 가격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여 하이브리드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지다.

렉서스의 이 같은 파격은 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ES의 저력 때문이다. ES는 렉서스의 주력모델이다. 그동안 렉서스가 한국에서 판매한 5만4,000대중 2만5,000대 가량이 ES다. 47.1%, 거의 절반이 ES인 셈. 96년부터 렉서스가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ES의 선전에 힘입은 바 컸다. 렉서스의 영광을 이끈 기관차였던 것. 그런 ES가 가솔린보다도 더 싼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수입차 시장은 팽팽한 긴장에 휩싸이고 있다.

톱스타 장동건을 ES의 모델로 발탁한 점도 렉서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캠리를 출시하면서 김태희를 모델로 기용하며 남성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한국토요타는 다시 렉서스 ES에 장동건을 발탁했다. ES가 강남 아줌마들의 차로 명성을 날렸던 차인만큼 아줌마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모델로는 최고의 선택인 셈이다.

렉서스는 벌써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사전 계약대수가 1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800대에 육박하고 있고 그중 70% 가량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렉서스는 밝혔다. 성공적인 출발이라고 렉서스는 자평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렉서스의 향후 행보다. 하이브리드의 가격 역전이 다른 모델로, 다른 국가로 확대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유럽 디젤차와 진검승부한다는 차원에서 결정한 가격”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지만 다른 차종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싸게 내놓을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올해와 내년에 많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본사의 이해도 구해야 하는 만큼 최후까지 가격을 두고 고민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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