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전인미답의 10단 변속기를 개발중이다. 전세계 어는 업체도 만들어내지 못한 10단 자동변속기를 만들어 글로벌 선두 업체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계획. 현대차와 현대파워텍 관계자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파워텍 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10단 변속기를 개발중임을 확인했다.

선두 업체들의 견제를 뚫고 후륜구동용 8단 변속기 개발에 성공한 현대차가 어느 메이커도 성공한 적이 없는 10단 변속기 개발에 나선 것. 성공한다면 변속기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현대차가 확보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일이다.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 “변속기의 다단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일정은 언급할 수 없지만 다단 변속기 개발은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게 현대차와 현대파워텍의 설명이다.

선두 업체들이 깔아놓은 특허의 그물망을 피해 8단자동변속기를 개발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허전쟁은 삼성과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선두 업체들은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특허를 주요 수단으로 이용한다. 신기술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은 물론 사소한 부분까지도 모두 특허로 등록한다. 최전선에 지뢰를 깔아두고 적들의 침입을 견제하는 전쟁터와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특허의 지뢰밭을 건너야 선두 업체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 현대차가 만든 후륜구동용 8단 자동변속기는 선두업체들의 특허를 피해 개발에 성공한 좋은 예다. 현대기아차그룹 변속기의 본산, 현대파워텍을 찾아 8단 자동변속기의 성능을 살펴봤다.

뒷바퀴굴림용 8단 자동변속기는 현대차그룹 변속기의 최고봉이다. 에쿠스와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에 적용되는 이 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감에 강한 직결감이 압권이다. 현대차가 이 변속기를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2010년 10월, 현대기아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였다. 4년간 635억원을 투자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현대차가 어렵게 개발한 이 변속기는 ZF와 아이신의 6단 변속기를 대체해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올렸다. 8단 변속기로 무장한 에쿠스와 제네시스는 국내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현대차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뒷바퀴굴림용 8단 자동변속기는 현대파워텍이 현대기아차 연구진과 함께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선도업체들이 깔아놓은 특허 그물을 피해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변속기는 유성기어와 클러치 기어로 연결되는 레이아웃이 특허의 본질이다. 촘촘하게 짜여진 경쟁사들의 특허망을 피해 자신만의 레이아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선도 업체들이 만든 8단 변속기 관련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수십만 건의 연결구조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현대자동차만의 최적의 레이아웃을 만들어 낸 결과물이 바로 8단 변속기다. 개발기간 동안 연구진들은 구정과 추석에만 잠깐 휴일을 즐겼을 뿐 주말도 연휴도 모두 반납하고 8단 변속기 만들기에 매달렸다. 적들이 깔아놓은 지뢰밭을 건너 고지를 탈환한 것이다. 세계 3번째,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뒷바퀴굴림용 8단 자동변속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국내는 물론 유럽 등의 해외에서 모두 127건의 특허도 확보했다. 후발 업체에서 선두 업체로 올라 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8단 변속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8단 변속기 개발 성공의 여세를 몰아 10단 변속기에도 도전해 업계 선두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파워텍 서산공장에 있는 3km 주행시험장에서 8단 변속기가 장착된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시승했다. 수동모드로 세팅하고 정지상태에서 출발하며 변속충격을 체크했는데 2단으로 올라설 때 아무런 쇼크를 느낄 수 없었다. 3단에서도 마찬가지였고 4, 5단에서는 아주 미세한 변속쇼크가 있었다. 변속이 이뤄진 이후에도 rpm이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잠깐 고rpm을 유지하면서 변속쇼크를 줄이고 있었다. 프리미엄세단의 성격을 잘 받쳐주는 변속기였다.

현대파워텍은 2010년 3월에 설립했다. 서산에 본사, 경기도 화성에 연구소, 서울사무소와 미국과 중국법인이 있다. 중국에선 연산 40만대, 미국에선 50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도 가동 중이다. 현대기아차와 더불어 글로벌 변속기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자동변속기만을 생산하는 현대파워텍은 국내 5개 공장, 해외 9개 공장에 자동변속기를 공급하고 있다. 주요 생산 품목은 앞바퀴굴림용 4, 5, 6단 자동변속기, 뒷바퀴굴림용 5, 8단 자동변속기, 하이브리드용 무단변속기, 경차와 레이에 장착되는 카파 CVT 등이다.

현대파워텍이 만드는 자동변속기는 크라이슬러 닷지 캠패스는 물론 중국의 화신기차, 장성기차, 해마 등에도 납품된다. 현대기아차의 울타리를 넘어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

현대파워텍은 생산대수 기준으로 변속기 전문 회사중 일본 아이신, 자트코에 이어 세계 3위다. 현대파워텍의 경쟁 상대는 아이신. 2008년 1조 매출을 넘긴 현대파워텍은 올해 매출액 4조를 바라보고 있다. 2020년까지는 매출 10조를 넘겨 아이신을 추월한다는 목표다.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당찬 꿈을 꾸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