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산이었다. 르노삼성차가 뉴 SM3를 데뷔 시키는 마지막 과정이 그랬다. 신차를 론칭 시키는 마지막 순간에 우여곡절을 겪은 것. 원인은 태풍이었다. 뉴 SM3 시승회 시기에 볼라벤과 덴빈 두 개의 태풍이 들이닥쳐 일정을 뒤흔들어 버렸다. 참 고약한 태풍이다.
태풍이 지나고 한 참이 지나서야 뉴 SM3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뉴 SM3를 시승하는 날에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다.
르노삼성측은 SM3가 시장에 태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징조라며 나름대로 해석을 내놓았다. 공교롭게 르노삼성차의 엠블럼은 태풍의 눈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묘한 인연이다.

신차를 내놓은 르노삼성차의 분위기는 비장했다. 밀리면 끝이라는 벼랑 끝에선 이들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르노삼성은 최근 내수시장 바닥까지 추락하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위기 속에 나오는 신차다. SM3을 앞세운 르노삼성의 위기탈출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르노삼성차의 최신작 뉴 SM3를 타고 자유로와 파주 일대의 국도를 달렸다.

변화는 앞에 몰렸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테두리를 이중으로 배치한 부분이 가장 크게 보이는 변화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풀 체인지가 아닌 부분변경 모델인 만큼 제한된 폭 안에서 디자인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디자이너의 입장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헤드램프는 프로젝션 방식을 도입했고 블랙베젤로 포인트를 줬다. 뒷모습은 이전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모습에 굳이 손댈 필요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측면 모습은 약간의 변화가 있다. 뒤가 들려보였던 이전 모습을 보완해 좀 더 안정감 있게 만들었다. 오리엔탈 레드와 에보니 브라운 컬러가 추가돼 소비자들의 고르는 재미를 더했다.

변화는 차의 실내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먼저 계기판. 다이내믹 컬러 디지털 클러스터로 꾸몄다. 감각적이다. 뒤로 많이 경사진 계기판은 좌우 비대칭이어서 처음엔 낯설지만 곧 익숙해졌다.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스마트 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젊은층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제법 흥미 있는 장치다. 스마트커넥트는 SK의 3D 티맵을 차량용으로 개발하여 적용했다. 내비게이션 맵은 전국 디지털 허브 역할을 하는 전국 1,000여개 SK 주유소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내비게이션의 최강으로 인정받는 티맵을 적용했다는 점은 이 차의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SK의 멜론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이 연동되면서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낸 것.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과 음악, 동영상 등을 내비게이션 모니터로 즐길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만난 SM3가 부리는 마술에 정신이 쏙 빠진다. IT 기술의 힘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만남이 이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 폰에 능통한 유저라면 뉴 SM3에서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전자기기의 얼리 어댑터들이 뉴 SM3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다.

운전석 시트는 전동식으로 앞뒤는 물론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었지만 조수석은 슬라이딩만 됐다. 조수석 시트 포지션은 높았다. 시트가 높으니 옆창이 어깨 아래로 내려오고 대시보드도 낮게 내려온다. 그렇다고 머리 윗 공간이 부족한 건 아니어서 불편하진 않았다. 오히려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이어서 좋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얌전하고 조용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잘 절제된 소리다. 엔진은 닛산의 신형 H4MK를 도입했다. 배기량 1.6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은 117마력, 최대토크는 16.1kg.m다. 공차중량은 1250kg.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가 10.7kg이다.

가속페달을 사뿐히 밟아 본격 시승에 나섰다. 성인 3명을 태우고도 첫발 떼기가 이전 SM3보다 가볍다. 가속도 이전 모델에 비해 힘이 느껴진다. 닛산의 무단변속기에 보조변속기를 더해 발진가속이 크게 좋아졌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시속 100km 까지 엔진 소리는 얌전했다. 크루즈 컨트롤을 시속 100km에 맞추면 rpm은 1800 전후에 자리 잡는다. 안정된 반응이다. 엔진 소리도 크지 않다. 조용한 실내를 유지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속을 시도했다. 거칠게 다루면 차는 당황한다. 힘을 모으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고속질주도 시원하게 뻗어나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했다.
살살 차를 달래가며 조금씩 힘을 더하면 잘 따라준다. 117마력의 힘으로 모든 속도, 모든 도로 조건에서 충분한 힘을 내주기를 바라는 건 사실 무리다. 일상 주행속도에서는 딱 맞는 힘, 고속에선 조금 부족한 힘이다. 오르막길에서의 추월가속도 여유를 가지고 시도해야 한다.

고속주행 구간에서 차체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160km/h의 속도에서 바람소리보다 엔진소리가 조금 더 큰 듯 했다.
핸들은 3.2회전한다. 조향성능보다는 안락한 거동에 어울리는 조향비다. 승차감은 만족할만했다. 노면 쇼크를 걸러주는 반응도 좋았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거칠지 않았다.

좁은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는데 차는 잘 버텨줬다. 타이어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약한 언더 스티어링이 느껴졌지만 운전에 불안함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차가 많이 기울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브레이크는 가장 만족할만한 부분중 하나였다. 부드럽고 안정감 있게 작동하는 브레이크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브레이크는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제동을 마무리했다.

조금 부족한 것 같은 엔진 파워는 연비가 충분히 보상해준다. 새로운 기준에 따른 뉴 SM3의 복합연비는 15.0km/L다. 구연비 기준으로는 17.5km/L로 2013년형 아반떼(구연비 기준 16.5km/L)나 기아차가 곧 출시할 K3(신연비 기준 AT 14.0, ISG 적용시 14.5, MT 14.5km/L) 보다도 우수하다. 준중형 연비 전쟁에서 뉴 SM3가 확실한 승리를 거머쥐며 동급 최강임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성능을 즐기기 위해선 지갑을 열어야 한다. 우수한 연비는 지출을 줄여준다. 준중형이라면 연비의 중요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최고속도를 지정해 그 속도를 넘지 않게 해주는 스피드 리미터는 국산 준중형급에선 처음 적용하는 기술이다. 자동차 키를 소지하기만 하면 차 문이 알아서 열리고 잠기는 스마트 핸즈프리 시스템도 편리한 기능이다. 핸들 방향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보여주는 주차 가이드 시스템도 주차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판매가격은 1,538만원부터 1,978만원까지다. 약 40만 원가량 인상됐다. 준중형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2,000만원을 넘기지 않았다. 르노삼성차의 위기의식이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추측해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르노삼성의 위기상황이 소비자들에겐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태풍은 지나갔다. 이제는 뉴 SM3가 태풍을 일으킬 차례다. 얼마나 큰 태풍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일지 이제 시장이 대답할 차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핸들의 가죽을 기운 바느질 자국이 엉성하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보기가 영 어색하다. 스티치 자국을 좀 더 꼼꼼하게 마무리하거나 아니면 그냥 생략하는 게 낫겠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는 허벅지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해 조금 짧다는 느낌을 준다. 엉덩이 큰 사람을 위해서라도 시트는 앞쪽으로 조금 더 길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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