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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10만대, 짙어지는 그늘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부작용도 따라서 늘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 피해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판매는 크게 늘었지만 소비자들은 판매 단계에서는 물론 그 이후 단계에서도 적지 않은 불편과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수입차의 그늘도 그만큼 짙어지고 있다.

대전에서는 최근 벤츠 판매 사원의 사기 행각으로 수십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벤츠를 판매하는 한성자동차의 영업사원이 개인통장으로 입금을 받고 돌려막기 식으로 차를 판매하다 적발된 것.

기존 고객 몰래 자동차 계약서와 캐피탈 서류를 위조해 신차를 출고시키는 수법을 썼다. 20% 가량 할인한 가격으로 차를 팔고 할부나 리스를 이용해 2년여 기간 동안 돌려막아 왔지만 월 납입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문제의 영업사원은 벤츠의 충청지역 판매왕을 2년 연속 차지했던 인물이다. 이 사건은 현재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한국이 수입차 시장을 개방한 1988년부터 국내에서 벤츠를 판매해온 한성자동차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된 딜러가 대형 사고를 낸 것은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문제는 유사한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영업사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차를 구매할 때에는 반드시 판매 회사의 공식 계좌로 거래 금액을 입금해야 한다. 개인 명의로 입금을 요구할 때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수입차 시장에서 할인판매는 공공연한 일이라는 점도 문제다. 고급차의 경우 몇 백만 원 정도 할인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경쟁이 심할 때에 1,000만원까지 할인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할인판매를 해도 소비자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더 많은 할인을 기대했을 수도 있고, 나보다 더 많이 할인받은 사람이 있을 것이란 불신이 있어서다. 정해진 기준이거나 약간의 할인을 받아 차를 사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현대 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원 프라이스’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지만 수입차 시장에서 ‘정가 판매’는 요원하다. 판매 딜러들이 각각 독립된 사업체여서 정가를 강요하기가 불가능하다. 정가를 강요하면 가격 담합이 되는 구조다. 딜러와 영업사원들이 커지는 시장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할인판매는 당장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기는 하지만 판매자와 소비자간 신뢰를 쌓는 데에는 독이 된다는 지적이다.

수입차 소비자들이 가장 큰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AS 문제다. 한국수입차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의 정비 센터는 모두 320곳이다. 대부분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AS 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에만 97개, 경기도에 58개가 밀집해 있다. 전체의 48%가 수도권에 있는 것. 충남에는 크라이슬러와 Jeep 정비센터만 있다. 전남에는 BMW와 캐딜락뿐이다.

한 해 10만대가 팔리는 시장이지만 정비 시설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작은 숫자다. 지방에서 수입차를 정비하려면 서울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경기 지역이라고 AS 받기가 편한 것은 아니다. 정비를 받기 위해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품 수급이 안 돼 정비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정비비용이 높은 것도 소비자들에겐 부담이다. 부품가격은 물론 공임도 국산차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엔진오일 교환에 수십만 원이 들어가고 와이퍼를 바꾸는데 부품값만 9만원이 드는 경우도 있다. 수입차 판매가 10만대를 넘어서는만큼 너무 비싼 수리비는 적정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 같은 이유들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 수준은 국산차 소비자들보다 높다. 한국소비자원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한국소비자원이 2010년 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접수된 승용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사건을 분석해보면 보증 기간 이내의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1만대당 평균 5.4건. 국산차는 5건, 수입차량의 경우 10.8건이다. 가장 높은 브랜드는 포드로 17.7건이었다. 차를 구매 한 뒤 문제를 겪는 비율이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가 두 배 이상 된다는 것.

수입차가 많이 팔린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선 듯 구매하기에는 여전히 문제는 많고 벽은 높다. 커진 덩치만큼 그에 합당한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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