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준중형 세단 A4를 내놨다. A4의 고성능 버전 S4와 함께다. A4의 뿌리는 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선보였던 아우디 80이 A4의 원조다. 그때만 해도 80과 100 두 종류 뿐이던 아우디의 모델 수가 지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앞으로는 더 많아진다. 아우디는 2015년까지 모델 수를 42개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덩치를 불려 규모의 경제를 확실하게 갖추겠다는 의지다. 컴팩트 세단인 A4지만 그래도 아우디의 역사 속에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온 모델이다. A4를 타고 시승에 나섰다. 시승모델은 A4 2.0 TFSI 콰트로다.

깔끔한 디자인이 하얀 보디 컬러와 잘 어울린다. 단정한 모습은 세단의 전형이다. 대형 싱글프레임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각형의 두 귀퉁이에 다시 각을 줘 육각형으로 만들었다. 현대차의 헥사고날 프런트마스크가 생각난다. 영향을 받았든 안 받았든 헥사고날을 적용하고 있음이 흥미롭다.

헤드램프에는 LED 램프로 만든 주간 주행등이 더해졌다. LED가 점이 아닌 면으로 구성돼 있어 훨씬 감각적이고 자연스럽다. 고급스럽고 보기에도 편하다. LED에 관한 한 아우디는 가장 앞선 브랜드라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엣지 있는 리어램프도 눈길을 끈다.

계기판은 두 개의 서클 사이에 정보 표시창이 위치했다. 핸들에는 핸들을 쥔 채로 변속할 수 있는 패들 시프트가 마련됐다. 왼쪽은 시프트 다운, 오른쪽은 업이다. 핸들 오른쪽에는 음성인식 버튼이 있지만 한국에선 사용불가다. 버튼을 누르면 ‘not used’라는 말이 계기판에 뜬다. 버튼이 없으면 모를까 있는데 못 쓰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다. 센터 페시아는 운전자쪽으로 8도 가량 비틀어져 있다. 운전자 중심의 인테리어임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조작하기 편하고 보기도 쉽다.

가죽시트는 최고급은 아니지만 가죽 시트로서의 고급감을 가졌다. 컴팩트 세단 수준에 맞는 합리적인 품질관리다. 나쁘지 않다. 시트는 골반을 잘 고정시킨다. 운전자의 중심이 잘 잡히는 것은 차의 안정성과도 밀접하다. 운전자가 안정되면 차도 안정된다.

뒷공간은 저스트 스페이스다. 넓지도 좁지도 않다.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서 뒷좌석 가운데로 센터 터널이 높게 지난다. 그래서 뒷좌석 가운데 시트가 가장 어중간한 자리다. 넓지 않지만 컴팩트 세단인 만큼 좁다고 탓할 수 없다. 트렁크 공간은 480리터다. 뒷좌석을 접으면 962리터까지 늘어난다.

운전석에 앉으면 첫 인상이 가볍고 경쾌하다. 부드러운 핸들 덕분이다. 핸들이 가볍고 부드럽게 돌아간다. 반발력이 크지 않다. 노약자나 여성이 다루기에 편하다. 유격도 거의 없다. 꽉 짜인 핸들이다. 컴팩트 세단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준중형이지만 길이 4,701mm로 BMW3시리즈나 벤츠 C 클래스를 능가한다. 가장 큰 준중형인 셈이다.

2.0 TFSI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가졌다. 가솔린 엔진의 경쾌함을 바탕으로 6.9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중형세단을 능가하는 성능이다. 스포츠 세단에 견줄만하다.

이 엔진을 뒷받침하는 건 8단 변속기다. 준중형 세단에 과한 변속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8단 변속기는 엔진출력을 주행 상황에 맞춰 안정되게 조절한다. 최적의 주행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가볍게 달렸다. 시속 80-90km 수준에서 약간의 타이어 구름 소리가 들릴 뿐 엔진소리도 바람소리도 없다.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이 돋보인다. 최상의 컨디션이다.

센터 페시아 하단에는 드라이브 셀렉터 버튼이 있다. 오토, 인디비듀얼, 다이내믹, 컴포트 4개 모드로 구성된다. 각 모드에 맞춰서 엔진과 변속기, 스티어링, 서스펜션의 특성이 미세하게 조정된다. 각각의 차이를 쉽게 알아차릴 수는 없다. 그래도 주행 상태에 따라 차의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8단 변속기는 시속 100km에서도 엔진 회전수를 1,500 전후로 안정시켰다. 매우 안정된 수준이다. 당연히 연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시속 100km를 3단부터 8단까지 커버한다. 8단에서 1,500rpm, 3단에선 4,800rpm을 마크한다. 드라이버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 좋다. 같은 100km/h로 달리지만 4,800rpm으로 폭풍처럼 달릴 수도 있고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1,500rpm으로 달리며 조용한 클래식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수동변속을 택하면 rpm은 6000을 넘어 레드존 들어가서 한동안 기어를 악착같이 물고가다 변속이 일어난다. 제법 힘 있는 변속이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60, 80, 130, 160, 200km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4, 5단에서 4,000~5,000rpm을 넘나들며 고속주행으로 접어들면 바람소리가 제법 난다. 엔진소리가 도드라지는 순간은 가속할 때 잠깐이다. 바람소리에 묻히고 만다. 메이커가 밝히는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210km다.

고속주행에서도 차체의 안정감이 돋보이는 건 아우디가 자랑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 덕이다. 하지만 작은 차체의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고속주행에서 기대하는 차체가 가라앉는 느낌이 덜하다. 몸이 느끼는 체감속도도 제법 높다.

하체의 반응은 하드한 편이다. 독일차라면 포기할 수 없는 특성이다. 드라이브 셀렉터를 컴포트로 해도 물렁이거나 소프트하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하드하다. 노면 충격을 적당히 제어하고 가속 방지턱 지날 때 충격 흡수가 빠르다. 2, 3차로 이어지는 잔진동이 없어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브레이크가 매우 흥미롭다. 부드럽게 확실하게 작동한다. 다른 차들보다 완성도가 높고 감성까지 만족시킨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A4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사륜구동차에 호감이 있다. 탁월한 안정감과 비정상적인 도로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어서다. 코너에서의 높은 한계속도 역시 사륜구동 세단의 매력 포인트. 한여름의 폭우, 한겨울의 폭설 속에서도 사륜구동차라면 좀 더 자신 있게 도로에 나설 수 있다.

강한 힘, 최고의 변속기, 안정감 있는 주행, 확실한 브레이크. 편안한 승차감. 아우디 A4 2.0 TFSI 콰트로는 이처럼 많은 매력을 가졌다. 컴팩트 세단으로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랄까.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려 차를 보니 A 필러 끝단에 자리한 스피커 가장 자리에 뱅앤 울룹슨 표기가 눈을 맞춘다. 고급 오디오는 이 차를 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고급 모델인 A4 2.0 TFSI 콰트로 프레스티지 모델에만 이 오디오가 적용된다.

A4에는 다양한 모델이 포진해 있다. 디젤 모델인 뉴 A4 2.0 TDI는 4,430만원, 뉴 A4 2.0 TDI 다이내믹은 4,720만원이다. 가솔린 엔진인 A4 2.0 TFSI 콰트로는 4,920만원, 뉴 A4 2.0 TFSI 콰트로 다이내믹은 5,210만원, 뉴 A4 2.0 TFSI 콰트로 프레스티지는 5,610만원이다. 뉴 아우디 S4는 8,48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콰트로를 탈 때 늘 걸리는 것은 연비다. 사륜구동 시스템 자체의 무게, 여기에 더해 동력 전달과정에서 생기는 동력 손실, 이로 인한 연비의 악화는 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시승차의 연비는 새기준 복합연비로 10.0km/L, 4등급이다. 아무래도 아쉽다.

좌우측 대시보드 송풍구가 옆 창에 반사되는 부분은 가끔 시야에 혼란을 부른다. 좋아하는 음악을 담아 차에서 즐기려고 USB를 준비했지만 이를 연결할 곳이 없었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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