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복잡해진 닛산 로그의 운명

한국에서 생산되는 최초의 일본차. 한국에서 생산되지만 국내 판매는 하지 않는 차. 국산 부품을 80%까지 사용하는 사실상 한국차지만 일본 브랜드인 닛산 뱃지를 달고 파는 차. 국산차도 수입차도 아닌 경계선에 서게 된 차. 닛산 로그다.

르노삼성차가 2014년부터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에 나서면서 로그의 운명이 복잡해졌다.

먼저 자동차의 국적. 한국에서 생산된 로그는 한국차일까 일본차일까. 법적으로는 한국산 자동차가 된다. 국산 부품을 80%까지 확대할 계획인 만큼 부품국산화율로 봐도 한국차다. 이 때문에 로그는 미국에 수출할 때 한미FTA에 따라 관세인하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닛산 뱃지를 단 차를 국산차로 인정할지는 의문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가 국내 판매를 하지 않는 문제도 생긴다. 르노-닛산 그룹 카를로스 곤 회장은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로그는 전량 북미시장에 수출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시장 판매는 하지 않겠다는 것.

한국닛산의 입장도 비슷하다. 닛산측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닛산 입장에선 로그에 관한 한 진퇴양난이다. 부산공장에서 로그를 생산하는데 일본에서 만든 로그를 들여와 판매해야 하는 모순이 생겨서다.

한국닛산으로선 로그가 꼭 필요한 차도 아니다. 올 상반기 판매가 23대에 불과한 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한국닛산이 로그를 포기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수입차로선 매력이 크게 떨어지지만 국산차로 변신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르노-닛산의 전략을 일부 수정해 르노삼성차가 부산생산 물량 일부를 국내에 판매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판매차종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전국적인 판매망을 적극 활용하면 로그의 판매량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전국에 전시장을 갖고 있고 많은 영업 인력을 확보한 르노삼성으로선 로그를 판매하는 게 안하는 것보다는 이익이다.

정반대의 결과, 즉 르노삼성이나 한국닛산 모두 로그의 국내 판매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닛산으로선 수입차라는 정체성이 사라지고, 르노삼성은 계획대로 북미 수출용으로만 로그를 생산하는 경우다. 이 경우 로그는 적어도 한국시장에선 유령처럼 존재하게 된다. 만들어진 뒤 조용히 미국시장으로 실려 나갈 뿐 한국에선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로그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 차를 둘러싼 르노와 닛산, 르노삼성차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