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을 달리는 GS450h는 단단했다. 조금 헐렁하고 가벼운, 때로 유령 같은 느낌을 줬던 기존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는 확연히 다른 종자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스티어링은 예민했고 서스펜션은 단단히 차체를 받쳐줬다. 기대보다 훨씬 더 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브레이크는 GS450h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가왔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가 확 달라졌다. 극도의 효율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하이브리드카에 ‘퍼포먼스’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GS450h는 이런 극적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한국토요타의 시장 공략이 거의 폭격 수준이다. 토요타 브랜드로 86, 뉴 캠리, 신형 프리우스, 렉서스 브랜드로 올 뉴 RX350,뉴 제너레이션 GS 등을 연이서 시장에 내놓고 있다. 한국토요타는 다시 두 대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렉서스 라인업에 추가했다. RX450h와 GS450h다.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한국토요타는 “진검승부”를 외치고 있다. 수입차 시장을 휩쓰는 유럽산 디젤에 맞서 하이브리드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 하이브리드로 디젤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렉서스의 차세대 전략 세단으로 자리하고 있는 GS 450h를 시승했다.

GS450h는 하이브리드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이브리드의 미덕인 높은 연료효율과 함께 스포츠 세단 버금가는 단단한 성능은 그동안 가졌던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입견을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하이브리드를 다시 보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의 새로운 패밀리룩이다. 사각형의 양옆을 눌러 잘록한 허리를 만든 스핀들 그릴은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릴 한 가운데 자리한 렉서스 엠블럼의 바탕은 파란색. 하이브리드임을 알리는 표시다.
뒷범퍼 하단부에는 에어로 디퓨저를 적용해 머플러와 연결된 배기구를 가렸다. 외부에서는 배기구를 볼 수 없는 구조다. 친환경차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트렁크는 넓어졌다. 골프백 4개를 충분히 실을 수 있을 정도다. 하이브리드카의 단점중 하나가 바로 트렁크 공간이었다. 뒤 시트 뒤편으로 배터리를 배치하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렉서스는 배터리를 이단으로 쌓아 올리는 방법으로 공간 손해를 최소화해 넓은 트렁크를 확보했다.

인테리어는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곡선을 이용하는 유선형 라운드 디자인이 아니다. 직선으로 구성된 평평한 대시보드가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필요한 기능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화려함 보다는 소박함에 가까운 절제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대시보드 중앙에 아날로그시계는 이런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는 2세대로 진화했다. 컴퓨터 마우스 형태로 만들어 놓은 이 장치는 크기도 줄였고 작동하기도 한결 편해졌다. 마우스를 사용하듯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시승은 두 단계로 진행됐다. 서울을 출발해 화성 탄도항을 거쳐 안산 스피드웨이까지 연비 테스트를 했고 안산서킷에서 서킷주행을 통해 차의 성능을 느꼈다.

GS450h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과 2개의 전기 모터, 배터리로 구성된다. V6 3.5 앳킨슨 엔진은 렉서스가 자랑하는 D-4S 직분사 시스템을 갖췄다. 엔진출력은 290마력, 여기에 모터 출력을 더한 총 시스템 출력은 345마력이다. 최대토크는 35.5kgm.
주행모드는 모두 4개로 구분된다. EV모드, 에코-노멀 모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다. EV모드를 택하면 엔진은 멈추고 전기로만 움직인다. 스파이처럼 소리 없이 움직일 때 안성맞춤이다.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택하면 차는 단단해지고 힘 있게 움직인다. EV나 에코-노멀 모드일 때 실내는 무척 조용하다. 렉서스보다 더 조용한 렉서스 하이브리드임을 실감한다.
차가 멈출 때 시동이 꺼진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시동은 다시 걸리지 않는다. 차가 전기 모드로 스르르 움직이고 나서야 적당한 시점에서 엔진이 구동을 시작한다. 엔진이 꺼지고 다시 시동이 걸리는 순간의 어색함이 없다.

메이커가 발표한 인증 연비는 12.7km/L. 도심구간 11.9km/L, 고속도로 13.7km/L다. 교통흐름에 맞춰 도심운행을 하고, 한적한 도로에서는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해 시속 60-70km로 달렸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선 교통 흐름에 맞춰 최대 100km/h까지도 속도를 높였다. 물론 가속페달은 최대한 작게, 조심스럽게 조작했다. 에어컨은 내리막길이나 평지에서 간간이 켜고 끄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최종 연비는 17.0km/L. 놀랄만한 연비다. 조금 더 편하게 운전을 한다해도 15km/L를 넘기기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놀라운 것은 서킷에서였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택한 뒤 출발선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출발했다. 엔진 사운드가 살아난다. 하이브리드카의 모습은 사라지고 사나운 스포츠카의 면모다. 지금까지 알아오던 하이브리드카가 아니다.
깊고 타이트한 코너, 헤어핀, 슬라럼 등의 코스를 GS450h는 여유 있게 통과했다. 주행중 급핸들 조작으로 차의 균형을 무너뜨려도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비교 시승을 위해 벤츠 E350 4매틱과 아우디 A6 콰트로도 준비했다. 같은 조건에서 벤츠 E350이 더 크게 흔들렸고 아우디 A6는 GS450h와 비슷한 수준의 거동을 보였다.
직선로에서의 풀가속은 재미있다. 힘 있게 치고 나가는 맛도 제법이다. 엔진에 더해 2개의 모터출력이 더해져 차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붓는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h 가속시간은 6.0초. 345마력의 시스템출력이 빚어내는 가속력이다. 이 정도면 스포츠세단이다.

핸들을 쥔 채 패들 시프트로 변속을 하며 서킷을 달렸다. 변속기는 E-CVT를 적용했다. 전자제어 무단변속기여서 변속충격 없이 부드럽게 엔진 출력을 제어한다.
GS450h의 브레이크는 압권이다. 일반적인 세단과는 확연히 다른 예민한 브레이크다. 특히 브레이크 초기 반응이 강해 처음 경험할 때에는 당황스러울 정도. 이전 모델에 비해 제동거리도 확연히 줄었다. 처음에는 거친 반응이 불편했지만 적응하고 나면 여기에 맞춰 브레이크를 조작할 수 있다.

판매가격은 8,150만원. 이전 GS 하이브리드 구형모델보다 800만원 낮췄다. 신형 모델을 더 저렴하게 출시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공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반증이다. 하이브리드가 그만큼 더 가까이로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 천정의 맨 철판은 여전히 거슬린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멘 철판을 보는 민망함은 없어야 하는 게 맞다. 시승 현장에 자리를 함께 했던 카나모리 요시히코 수석 엔지니어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커버를 생략했다고 답하고 “BMW 5시리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동의하기 힘들다. 공간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뿐더러 조금 줄어도 상관없는 불필요한 공간이다. 렉서스의 자존심이 있다면 BMW보다 더 좋게 만든다는 자세여야 한다. 별 것 아닌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차를 만드는 자세를 읽을 수 있어서다.

오종훈

yes@autodiary.kr